[인터풋볼=박윤서 기자(수원)] 박승호는 진심으로 이명주를 존경하고 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15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2 2025' 16라운드에서 수원 삼성에 2-1로 이겼다. 이로써 인천은 13승 2무 1패(승점 41점)로 1위 자리를 굳건히 했고, 수원은 9승 4무 3패(승점 31점)로 2위에 위치하게 됐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박승호였다. 박승호는 전반 초반 제르소의 패스를 받아 중앙에서 골로 연결했으며 후반전에도 바로우의 크로스를 헤더로 이어 추가골을 터뜨렸다. 인천은 박승호의 멀티골 덕분에 2-1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믹스트존에서 만난 박승호는 “경기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준비 과정부터 선수들이 소홀히 하지 않았고 열심히 했다. 이렇게 행운이 우리 쪽에 또 따라주고 경기 결과도 좋게 나온 것 같다”라면서 소감을 밝혔다.
박승호는 첫 번째 골을 넣고 나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선제골 이후 득점 욕심이 더 없었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은 안 들었다. 그냥 열심히 하자는 생각밖에 없었고 팀에 희생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항상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승호는 멀티골에 그치지 않고 해트트릭을 할 수도 있었다. 2-0으로 앞선 후반전 박승호는 골대 앞에서 달려들어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발이 볼에 닿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삼켰었다. 그리고 박승호는 그 장면에서 근육에 경련을 느껴 교체됐다. 이에 대해서 “전반전에 많이 체력 소진을 했다. 전반전부터 조금 움찔움찔한 느낌이 있었지만 더 뛰겠다고 했다. 감독님께서도 믿고 보내주셨는데 그 골을 넣었더라면 더 수월하게 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거를 골로 연결하지 못하고 나왔고 바로 실점이 나오면서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도 동료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번 수원전에서는 두 골을 넣었지만 직전까지 박승호는 리그 2득점에 그치고 있었다.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인데 이제는 날려버리겠다고 했다. “스트레스는 조금 묻어도 될 것 같다. 너무 행복하다. 오늘 경기로 얻은 교훈은 포기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경기를 하고 간다”라고 말했다.
김명순과 이명주가 박승호에게 많은 축하를 해준 모양이다. ‘막내급’ 박승호는 “형들이 많이 놀리셨다. 모두 돈이 없는데도 커피를 사라고 하셨다”라고 말했고 이명주와의 연봉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차이가 상상이 안 간다. 내가 얻어먹어야 한다. 끝까지 사라고 하면 살 것 같은데 눈치 좀 보겠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숙소 근처에 카페가 있어서 30만 원 정도 들 것 같다”라고 답했다.
박승호는 무고사, 바로우, 제르소 등과 함께 인천 공격진을 이끌고 있다.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텐데 박승호는 “개인적으로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외국인 형들이 다 알아들을 수 있게 소통하고 노력해주어서 케미가 더 맞아들어가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오늘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22,265명의 관중이 찾았다. K리그2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분위기가 남달랐는데 박승호는 “오늘 같은 분위기를 느껴본 것은 처음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오늘 경기는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승호는 롤모델이 있냐는 질문에 “(이)명주 형이다. 포지션이 다르지만 명주 형이 축구를 대하는 태도, 애정, 사랑이 저 나이에 저렇게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같이 3년 동안 생활하면서 정말 리스펙하게 된다. 아까 그 커피 이야기를 의식한 건 아니다. 정말 말하고 싶었다. 명주 형 리스펙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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