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손흥민이 한국인 선수의 유럽 무대 도전기에 새 역사를 썼다.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치른 토트넘홋스퍼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1-0으로 이겼다.
이날 손흥민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상에서 복귀한 지 2주도 안 된 손흥민을 무리해서 선발로 기용하는 대신 교체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히샤를리송을 왼쪽 윙어로 내세워 강렬한 전방압박을 구사했고, 전반 42분 브레넌 존슨의 선제골로 이 선택이 결실을 맺었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스스로 교체를 요청한 히샤를리송을 대신해 경기장에 들어왔다. 특유의 스프린트로 역습을 한두 차례 시도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수비에 주력하며 토트넘이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주장으로서 시즌 내내 모든 짐과 비판을 짊어졌던 손흥민이 결승전에서 주인공 대신 조력자로 팀이 우승에 가닿는 데 도움을 줬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 후 토트넘 벤치 멤버들과 껴안으며 우승의 환희를 즐겼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기쁨을 누리는가 하면 동료를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결승전에서 언제나 슬픔의 눈물을 흘렸던 손흥민이 이날만큼은 기쁨의 눈물을 마음껏 쏟아냈다.
주장으로서 마지막으로 우승 시상대에 나타난 손흥민은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과 미소지으며 악수를 나눈 뒤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토트넘 동료들 앞에서 한참동안 발을 구른 뒤 중앙에서 시원하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손흥민은 다시 한번 동료들을 바라보며 우승컵을 치켜올리며 유로파리그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지난 10년의 우여곡절이 단번에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한국인으로서 아인트라흐트와 바이어04레버쿠젠에서 우승한 차범근, 제니트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승한 김동진과 이호에 이어 유로파리그를 우승한 또 한 명의 선수가 됐다. 비록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걸출한 활약을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손흥민은 16강까지 3골 1도움을 넣으며 팀 우승에 공헌했다. 또한 손흥민은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토트넘이 끝까지 유로파리그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 선수다.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기나긴 무관을 끝냈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손흥민은 2015 아시안컵,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2020-2021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에서 고개를 숙였었다. 오늘은 이러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며 우승의 기쁨을 마음껏 즐겼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X 캡처,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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