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00점 줘도 되죠? 수비까지 나갔으니까요.”
우승청부사는 마지막 주문까지 유쾌했다.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와 첫해 우승을 이끈 최형우는 자신의 시즌에 100점을 매겼다. 한 시즌을 꾸준히 뛰었고, 가을에는 외야 수비까지 책임졌다. 마지막에 우승 반지도 챙겼으니 할 일을 다 했다는 설명이었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6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12-1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최형우는 5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힘을 보탰다. KS 최종 성적은 타율 0.357(14타수 5안타), 2타점이다.
삼성에서 네 번, KIA 타이거즈에서 두 번 우승했던 최형우에게도 이번 가을은 특별했다. 통산 일곱 번째 우승을 경험한 베테랑은 “이번에는 정말 감동이 많은 우승”이라며 웃었다. 그는 “예전에는 우승하면 좋고, 다들 잘했다고 하면 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야기가 많다”라며 “오랜만에 삼성으로 돌아왔고 라이온즈파크에서는 처음 우승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너무 많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마무리 김재윤이 빠졌고, 구자욱과 강민호도 부상을 안고 뛰었다. 최형우 역시 몸 곳곳에 통증을 느꼈다. 그는 “9명이 나가는데 5명이 싸우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라며 “KT가 워낙 강하고 계속 아픈 선수들이 나오니 나도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걸 다 이겨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동”이라고 돌아봤다.
확신이 생긴 것은 연장 12회 끝에 승리한 2차전이었다. 최형우는 “서로 힘든 경기를 했는데 마지막에 우리가 이기면서 상대 기운이 빠질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5차전에서 곧바로 끝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상대 선발 대니엘의 공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는 “우승은 하더라도 수원까지는 갈 줄 알았다”라며 “역전하고 나서는 빨리 끝내려면 점수를 더 뽑아야 하니 더욱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타격만큼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비였다. 구자욱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지명타자 자리가 필요해지자 최형우가 좌익수로 나섰다. 그는 “정규시즌 때도 잘 안 나가던 수비를 가을에 계속 나갔다. 골반과 허리, 목까지 다 아프다”라며 “재활센터에서 한 달 정도 치료받아야 할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구자욱이 3루까지 달리는 모습을 보고는 “이렇게 뛸 수 있으면 네가 수비를 나가라. 나보다 더 잘 뛰는 것 같다”라고 농담도 했다.
그래도 결과는 뿌듯했다. 최형우는 “다행히 어려운 타구가 많이 오지 않아 큰 무리 없이 해냈다”라며 “내가 수비로 나가면서 자욱이도 자리를 잡고 MVP까지 받았다. 우승도 했으니 감독님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헌신에 후배들이 힘을 얻었다는 말에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후배들도 보고 따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있다”라고 답했다.
강민호에게 우승 반지를 끼워주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최형우는 “민호가 고맙다고 하더라”라며 양의지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우승까지 1승을 남겨두고 간절한 마음을 털어놓은 강민호에게 양의지가 “그 팀에 금돼지 있지 않느냐. 걱정하지 말라”라고 했다는 것. 자신을 가리킨 별명에 최형우도 웃었다. “그런 돼지는 좋죠.”
우승의 공은 선수단 전체에 돌렸다. 최형우는 “나는 내 위치에서 수비를 했고, 자욱이는 잘 뛰지 못해도 열심히 쳤다. 민호도 타격은 힘들지만 수비에서 잘해줬다”라며 “투수와 타자 모두 각자 위치에서 너무 잘했다. 우리 팀은 발전 가능성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복귀 당시 뜨겁게 환영해준 팬들에게도 답을 전했다. 그는 “어떻게든 우승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나이는 많아도 자신은 있었다”라며 “마지막에 우승을 보여드려 기쁘고, 지금까지의 노력을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임무를 완수한 ‘금돼지’의 다음 일정은 단순했다. “오늘은 마음껏 즐겨야죠. 그리고 내일부터 재활에 들어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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