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약 63억 달러(약 8조4천억원) 규모의 자산이 탈취된 사건과 관련해 북한 해킹조직이 배후로 지목되면서 미국이 8년째 공개수배 중인 북한 해커 박진혁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31일 바이낸스 해킹 사건이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직은 북한의 해커 박진혁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연관된 세력이다.
앞서 박진혁은 소니픽처스 해킹과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자금 탈취,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등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됐다.
이에 미국은 2018년 그의 신원과 범행 혐의를 공개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현재까지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미국 법무부가 2018년 9월 공개한 형사소장에 따르면 박진혁은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공부한 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알려진 조선엑스포합영회사(Chosun Expo Joint Venture)에서 10년 넘게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미국은 해당 업체가 북한 정찰총국 산하 110연구소의 사이버 작전을 지원하는 위장회사라고 판단했다. 박진혁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도 이 회사 소속으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수사당국은 그가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와 함께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도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FBI 공개 자료에는 박진혁의 출생연도가 1981년과 1984년으로 각각 기재돼 있으며, 박광진(Pak Kwang Jin) 등 다른 이름을 사용한 이력도 담겼다.
그의 신원이 공개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외모와 해킹 실력 등을 언급하며 “얼굴과 실력이 아깝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그가 연루된 것으로 지목된 대표적인 사건은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이다. 당시 소니픽처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 개봉을 앞두고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공격자들은 회사 전산망에 침입해 미공개 영화와 임직원 이메일, 개인정보 등을 유출하고 내부 시스템을 파괴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영화 제작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2016년에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자금 탈취 사건에도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해커들은 은행 전산망에 침입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통해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허위 송금 지시를 보냈다. 당초 약 10억 달러를 노렸지만 일부 거래가 차단되면서 실제 탈취액은 8천1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듬해 발생한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과 관련해서도 박진혁의 가담 혐의가 제기됐다. 워너크라이는 컴퓨터 파일을 암호화한 뒤 복구를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코드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산하 의료기관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병원과 기업, 공공기관에 피해를 줬다.
미국은 2016~2017년 박진혁이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을 겨냥해 악성 이메일을 보내 침입을 시도한 것으로도 파악했다. 일부 이메일에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내용이 담겼지만, 미 법무부는 공격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법무부는 2021년 2월 박진혁과 전창혁·김일 등 북한 해커 3명에 대한 확대 공소장을 공개했다. 공소장에는 이들이 전 세계 금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13억 달러 이상의 현금과 가상자산을 탈취하거나 갈취하려 한 혐의와 악성 가상자산 거래 프로그램을 제작·배포한 혐의가 담겼다.
미국은 2020년 12월 은행사기 공모 혐의 등을 추가해 박진혁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았지만, 수사당국은 여전히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호주 정부도 지난해 11월 그를 금융 제재 대상에 포함하고 입국을 금지했다.
현재 박진혁은 FBI 공개수배 명단에 올라 있으며, 수배 자료에는 마지막으로 알려진 소재지가 북한이라고 기재돼 있다.
다만 북한은 2018년 미국의 기소 당시 박진혁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실체가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신원과 가명, 중국 활동 이력 등을 공개하고 국제적인 추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공개수배 이후 8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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