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가 인빅터스 게이밍(IG)을 꺾고 202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월즈) 결승에 진출했다. 젠지는 8일 열린 월즈 4강전에서 IG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제압했다. 삼성 갤럭시 시절인 2017년 이후 9년 만에 월즈 결승 무대에 오르게 된 젠지는 구단명 변경 이후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이번 결승 진출은 2017년 삼성 갤럭시가 세계 정상에 올랐던 순간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당시 삼성 갤럭시는 앰비션의 자르반 4세의 소위 '1깃 2창' 전설을 시작으로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SK텔레콤 T1을 꺾고 월즈 우승을 차지했다. 앰비션의 여정을 중심으로 우승의 의미를 담아낸 월즈 주제곡 'RISE' 역시 당시의 도전과 극복을 상징하는 곡으로 남아 있다. 9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젠지가 다시 결승 무대에 오르면서 'RISE'가 상징하는 전설이 재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젠지는 국내 무대에서 꾸준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월즈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겨왔다. 이번 대회에서는 스위스 스테이지 첫 경기에서 IG를 꺾은 데 이어 4강에서 다시 만난 상대를 제압하며 결승행을 확정했다. 세트마다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 경기에서 젠지는 상대의 공세를 받아내는 한편, 결정적인 순간마다 교전과 운영에서 우위를 만들어냈다.
▲사진 출처=LCK유튜브
1세트, 캐니언의 키아나를 앞세워 주도권 확보
1세트에서 IG는 바이의 궁극기를 활용해 상대 핵심 챔피언을 묶고 교전을 시작하는 구성을 선택했다. 젠지는 올라프와 키아나를 중심으로 이에 대응했다. 올라프의 전투 지속력으로 바이의 진입을 받아내고, 키아나의 기동성을 활용해 상대 진영을 흔들겠다는 구도였다.
초반 탑 지역에서 IG가 다이브를 시도했지만, 젠지가 이를 받아치며 선취점을 가져갔다. 이어 캐니언의 키아나는 미드 지역에서 루키의 신드라를 압박해 점멸을 소모시켰고, 이후 킬까지 만들어냈다. IG가 라인 개입을 통해 주도권을 잡으려는 상황에서 젠지는 캐니언을 중심으로 정글과 미드의 영향력을 넓혀갔다.
공허 유충을 둘러싼 교전에서도 양 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이어졌다. IG가 먼저 전투를 열었지만 젠지는 상대의 진입을 받아내며 킬을 쌓았다. 캐니언은 키아나의 기동성을 활용해 전투마다 존재감을 드러냈고, 젠지는 교전에서 얻은 이득을 시야와 오브젝트 장악으로 연결했다.
경기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젠지는 성장 격차를 바탕으로 한층 안정적인 운영을 펼쳤다. IG가 반격을 시도했지만 젠지는 주요 교전에서 우위를 이어갔고, 골드 차이도 꾸준히 벌렸다. 결국 젠지는 33분 38초 만에 29대 9로 1세트를 가져갔다. 캐니언은 키아나로 7킬 1데스 12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룰러도 진으로 9킬 2데스 11어시스트를 올리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최종 골드는 73.3K 대 58.6K, 포탑은 9대 3이었다.
▲사진 출처=LCK유튜브
2세트, IG의 기습을 견뎌낸 젠지의 교전 운영
2세트에서는 IG가 녹턴을 중심으로 한 기습적인 교전 구성을 선택했다. 젠지는 리 신과 아리로 상대의 진입에 대응하고, 마지막 탑 챔피언으로 그웬을 선택해 럼블과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양 팀 모두 교전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조합을 구성한 가운데, 초반 주도권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중요해졌다.
초반에는 IG가 녹턴의 궁극기를 활용해 바텀에서 선취점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어진 바텀 다이브에서 룰러의 애쉬가 방어막을 활용해 생존했고, 젠지는 역으로 두 명을 잡아내며 손해를 만회했다. 이후 바텀 지역에서 다시 벌어진 교전에서도 젠지가 승리하면서 캐니언의 리 신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기인의 그웬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IG는 녹턴과 사일러스를 동원해 그웬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지만, 기인은 이를 버텨내며 역으로 킬을 만들어냈다. 젠지는 각 라인의 성장과 캐니언의 정글 주도권을 바탕으로 교전에서 조금씩 우위를 넓혔다.
승부처는 네 번째 드래곤을 둘러싼 전투였다. 젠지는 세라핀이 먼저 잡히며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아리와 리 신이 전투를 이어갈 시간을 벌었고 그웬의 화력이 더해지면서 상황을 뒤집었다. 젠지는 불리한 숫자 싸움에서도 IG를 제압하고 드래곤까지 확보했다. 앞선 교전에서 쌓은 성장 격차를 결정적인 순간에 활용한 장면이었다.
이후 젠지는 확보한 주도권을 바탕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29분 16초 만에 26대 9로 승리했으며, 골드는 63.8K 대 49.3K, 포탑은 9대 1이었다. 캐니언은 리 신으로 5킬 0데스 15어시스트를 기록했고, 기인의 그웬도 6킬 2데스 6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사진 출처=LCK유튜브
3세트, 루키의 맹공에도 흔들리지 않은 젠지
마지막 3세트는 앞선 두 경기와 달리 IG가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IG는 적극적인 라인 개입과 교전을 통해 젠지를 압박했고, 탑 다이브에서 기인의 카밀을 잡아내며 더샤이의 나르가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웨이의 나피리도 적극적으로 상대 정글에 개입하며 전투를 유도했다.
특히 루키의 활약이 돋보였다. IG는 루키를 중심으로 교전에서 연이어 성과를 거뒀고, 21분 무렵에는 약 3,500골드 앞서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젠지가 바론 시도를 저지하며 흐름을 끊었지만, 이후 룰러가 다시 한 번 잡히면서 IG가 주도권을 이어갔다.
그러나 젠지는 룰러의 유나라를 중심으로 보호 진형을 갖추며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네 번째 드래곤을 둘러싼 교전에서 쵸비의 탈리야가 용 둥지 뒤쪽으로 궁극기를 사용해 IG의 시선을 분산시켰고, 그 사이 캐니언의 오공이 진입해 드래곤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이어진 전투에서는 룰러가 트리플킬을 기록하며 젠지의 반격을 이끌었다.
당시 룰러는 아직 무한의 대검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핵심 아이템이 갖춰지기 전부터 젠지는 룰러가 화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불리했던 전투를 승리로 바꿨다. 이후 젠지는 바론까지 확보하며 골드 격차를 뒤집었다.
IG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룰러가 미드 라인에서 고립된 틈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며 다시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어진 드래곤 교전에서는 캐니언의 스틸 시도를 저지하고 산악 드래곤 영혼까지 확보했다. IG는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강점인 교전을 통해 승부를 이어가려 했다.
▲사진 출처=LCK유튜브
하지만 최후의 한타에서 젠지가 다시 한 번 집중력을 발휘했다. 두로의 노틸러스에게 자이치의 이즈리얼이 먼저 끌려갔고, 이를 벗어나려던 비전 이동이 오히려 젠지 진영 안쪽으로 이어지면서 IG의 진형이 무너졌다. 기인의 카밀이 퇴로를 차단했고, 룰러가 남은 적을 정리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3세트는 킬 스코어만 보면 IG가 18대 16으로 앞섰지만, 젠지는 골드에서 약 6,500, 포탑에서 4개 차이를 벌리며 승리했다. 드래곤은 IG가 4개를 확보했지만 젠지는 바론을 챙기며 운영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특히 룰러의 유나라는 45.9K의 챔피언 피해량을 기록하며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화력을 뽐냈다. IG의 거센 공세를 견뎌낸 뒤 핵심 딜러를 중심으로 전투를 마무리한 젠지의 저력이 드러난 경기였다.
▲사진 출처=LCK유튜브
낭만의 IG 되살아난 불꽃, 젠지의 결승행
이번 대회에서 IG가 보여준 경기력 역시 박수를 받을 만했다. 시즌 중반까지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했던 IG는 2018년 세계 챔피언의 주역인 더샤이와 루키가 돌아오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8년 전 두 선수는 IG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팀을 월드 챔피언십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번에는 2021년 세계 챔피언 메이코와 웨이, 신예 자이치가 두 선수와 힘을 합쳤다. 서로 다른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한 팀에 모인 셈이다. 시즌 초반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스플릿 3을 앞두고 열반조까지 내려갔던 IG는 더샤이와 루키의 복귀를 계기로 반등했고, 결국 월드 챔피언십 4강까지 올라오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IG의 매력은 무엇보다 과감한 교전에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기량을 믿고 승부를 걸었다. 이러한 공격적인 색깔은 이번 대회에서 IG를 더욱 특별한 팀으로 만들었다. 젠지와의 3세트에서도 IG는 초반 주도권을 잡고 루키를 중심으로 거센 공세를 펼치며 결승 진출을 눈앞에 둔 젠지를 위협했다. 한때 골드 격차를 약 3,500까지 벌리고 산악 드래곤 영혼까지 확보한 장면은 IG가 왜 팬들의 사랑을 받는 팀인지 보여줬다.
이번 IG의 경기력은 8년 전 세계를 제패했던 팀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더샤이의 과감한 진입과 루키의 날카로운 교전 능력, 그리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공격적인 플레이는 당시 IG가 보여줬던 특유의 색깔과 맞닿아 있었다. 비록 이번 팀은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한 다른 도전이었지만, 두 선수가 다시 월즈 4강 무대에서 만들어낸 장면들은 팬들에게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진 출처=LCK유튜브
그러나 젠지는 IG가 만들어내는 교전의 흐름을 알고 있었다. 무작정 맞불을 놓기보다는 룰러를 중심으로 진형을 갖추고, 상대의 진입을 받아친 뒤 결정적인 순간에는 과감하게 반격했다. IG의 낭만적인 도전이 빛났기에 이를 꺾어낸 젠지의 경기력도 더욱 돋보였다. 결승 진출은 젠지의 몫이 됐지만, 이번 월즈에서 자신들만의 색깔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IG의 여정 역시 오래 기억될 만하다.
젠지는 이제 9년 만에 오른 월즈 결승 무대에서 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국내 무대의 강자라는 평가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정상에 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 출처=LCK유튜브
한편, 월즈 결승의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T1과 빌리빌리 게이밍(BLG)이 맞붙는다. 양 팀의 4강 2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9일 열린다. T1은 8강에서 카민 코프(KC)를 3:1로 꺾고 4강에 올랐으며, BLG는 Dplus KIA를 3:0으로 제압했다.
T1은 월즈 무대에서 LPL 팀을 상대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온 팀이다. 월즈에서 LPL 팀에 패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스테이지 등 단판 경기에서는 패배한 적이 있지만, 토너먼트 다전제에서는 LPL 팀을 상대로 한 번도 시리즈 패배를 기록하지 않았다. 이른바 'T1은 월즈에서 LPL에 지지 않는다'는 인상이 단순한 이미지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BLG와의 대결에서도 T1은 월즈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2:0으로 승리했고, 2024년에도 스위스 스테이지 단판 승리에 이어 결승에서 3:2로 BLG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두 팀의 국제대회 다전제는 접전도 많았다. 2023 MSI와 2024 MSI에서 BLG가 승리했고, 2024 MSI 패자조 결승과 월즈 결승, 2026 MSI에서는 마지막 5세트까지 승부가 이어졌다. 2025 MSI에서는 T1이 3:0으로 완승하는 등 두 팀의 맞대결에서는 팽팽한 승부와 일방적인 결과가 교차해왔다.
젠지가 먼저 결승행을 확정한 가운데 T1이 BLG마저 넘어서면 월즈 결승은 젠지와 T1의 대결로 완성된다. 국내 리그를 대표하는 두 팀이 세계 최고 권위의 무대에서 우승을 놓고 맞붙는 그림이 나온다. 오래된 명언처럼 돌고 돌고 돌고 돌아 다시 한번 '젠티전', 혹은 '티젠전'이 성사되는 셈이다.
젠지와 T1은 국내 무대에서 오랜 기간 경쟁해왔지만, 월즈 결승에서 두 팀이 맞붙는다면 또 다른 의미의 라이벌전이 펼쳐진다. 돌고 돌아 다시 월즈 결승에서 만나는 젠지와 T1. T1이 BLG를 꺾고 결승에 합류할 수 있을지, 마지막 4강 대결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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