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 6일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99% 오른 19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발 인공지능(AI) 투자 우려로 장 초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고 코스피가 5.86% 급락 마감하는 가운데서도 한진칼은 장중 22만3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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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직전인 지난달 30일 종가는 12만3900원이었다. 이후 이달 2일 13만4800원, 3일에는 상한가인 17만5200원까지 뛰었고 6일 19만61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30일과 비교하면 불과 5거래일 만에 58.3% 오른 셈이다.
우선주인 한진칼우(18064K)의 상승세는 더 가팔랐다. 한진칼우는 지난 2일 14.07% 오른 데 이어 3일 상한가, 4일 22.44%, 5일 29.84% 상승했고 6일에도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8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종가 2만6300원과 비교하면 일주일 새 206.5%, 이번 주 첫 거래일인 2일 종가 3만원과 비교해도 168.7% 급등했다. 한진칼을 둘러싼 지분 경쟁 기대가 우선주까지 번지며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급등의 배경에는 호반그룹과 조 회장 사이 지분 경쟁 가능성이 있다. 한진칼은 지난 4일 최대주주가 조원태 회장 외 18인에서 호반건설 외 3인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호반 측 지분율은 20.69%로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0.58%를 불과 0.11%포인트 앞섰다.
통상 지분 경쟁이 불거지면 주요 주주들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을 추가로 사들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통 주식 수가 많지 않은 종목일수록 장내 매수 경쟁이 붙으면 수급이 빠르게 타이트해질 수 있고, 향후 공개매수나 블록딜 과정에서 더 높은 가격이 제시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 더해지며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이 주가에 반영된다.
조 회장은 다음달 3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추가 취득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거래가 완료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은 21.07%로 높아져 호반 측의 추가 지분 변동이 없다면 최대주주 지위를 다시 되찾게 된다. 다만 한화투자증권은 이후 호반이 약 25만주, 0.37%포인트만 추가로 확보해도 재차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고 계산했다. 지난 4일 종가를 적용하면 약 460억원 규모다.
◇최대주주는 바뀌어도…표 대결 셈법은 별개
실제 경영권 구도는 단순 최대주주 순위보다 복잡하다. 한진칼 지분 14.90%를 보유한 델타항공과 10.58%를 가진 산업은행이 향후 주총에서 어느 쪽에 표를 던질지가 변수다. 다만 산업은행에는 조 회장 측과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의무가 없고, 델타항공 역시 표결 방향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주주 변경과 실제 주총 표 구도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조 회장의 예정된 주식 매입이 완료되고 델타항공과 산업은행이 같은 방향으로 표결한다고 가정해도 조 회장 측 합산 지분은 46.5%로, 특별결의에 필요한 약 62.7%에는 못 미친다. 호반 측도 단독으로는 경영권을 뒤집기 어렵다. 박 연구원은 “최대주주가 바뀌어도 델타항공·산업은행을 더한 표 대결의 우열은 그대로”라며 지분 경쟁의 웃돈은 주총 표 대결보다 호반 지분의 블록 협상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도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사 3명의 임기가 끝나는 가운데 감사위원 1명은 분리 선출되고 나머지 2석에는 집중투표가 적용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주총 출석률을 적용할 경우 집중투표로 1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필요한 지분을 약 31.33%로 계산했다. 호반 측 지분 20.69%에 산업은행 지분 10.58%를 모두 더해도 31.27%로 근소하게 미달해 국민연금이나 일반주주의 표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사 해임이 없다면 이사회 과반이 바뀔 수 있는 시점도 빨라야 2028년 3월이라는 분석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기주주총회 의결권 기준일인 12월31일까지 지분 확보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호반이 지분 과반을 확보하려면 약 29%포인트를 추가 매입해야 하고 산업은행 지분을 전량 확보하더라도 조 회장 측과의 격차가 약 11%포인트에 달한다며 “단기적인 경영권 변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내년 3월 주총에 대해서는 집중투표 배제가 불가능해지고 독립이사 3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호반이 경영참여로 선회할 경우 이사회 일부 진입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호반의 다음 행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호반은 현재까지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다. 추가 장내 매수나 보유 목적의 ‘경영 참여’ 변경, 산업은행 지분 매각, 델타항공의 지분 변동 또는 공개매수 여부 등이 향후 경쟁 구도를 바꿀 변수로 꼽힌다.
◇한진칼우까지 200%↑…높아진 ‘분쟁 프리미엄’
지분 경쟁 기대가 빠르게 주가에 반영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졌다. iM증권이 사업별가치합산(SOTP) 방식으로 산출한 한진칼의 적정 시가총액은 약 3조3000억원이다. 반면 지난 3일 시가총액은 약 11조7000억원으로 순자산가치(NAV) 대비 약 250%의 프리미엄을 받고 있었다. 6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13조원까지 불어났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의 프리미엄은 인정하나, 단기 주가 급등은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유통 가능한 주식이 전체의 약 20% 수준에 그쳐 지분 매입이 본격화하면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지만, 그만큼 양측의 추가 지분 확보 비용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iM증권은 3일 주가를 기준으로 장내에서 지분 1%포인트를 추가 확보하는 데 약 117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특히 의결권이 없는 한진칼우까지 가파르게 오른 점은 경영권 분쟁 기대가 주가에 광범위하게 반영됐음을 보여준다. 보통주의 지분 경쟁이 실제 추가 매수나 공개매수로 이어질지, 아니면 주요 주주 간 블록 협상으로 정리될지에 따라 현재 주가에 붙은 프리미엄의 지속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
배 연구원은 산업은행의 지분 처분 시점과 방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만큼 “호반그룹이 한진칼의 경영권 확보를 추진한다면 매우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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