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이지선 기자] 아이스크림이나 설탕이 첨가된 시리얼 등 당류가 많은 가공식품을 자주 먹는 여성일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50세 미만 여성에게서 이러한 연관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 주목된다.
6일 국제학술지 '유럽영양학저널(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강대희·한원식 교수와 목원대 신우경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한국 여성 7만1264명을 대상으로 당류 섭취 습관과 유방암 발생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인 건강검진 코호트(HEXA)에 등록된 40~69세 여성을 평균 9.2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참가자들의 식생활 정보를 국가암등록통계와 연계해 2018년 말까지 유방암 발생 여부를 확인한 결과, 총 713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설탕이 들어간 시리얼을 비롯해 잼·꿀·버터·마가린, 케이크와 과자, 아이스크림, 사탕과 초콜릿, 탄산음료, 당이 첨가된 전통차 등 7개 식품군을 고당류 식품으로 구분했다. 이후 각 식품의 섭취 빈도에 따라 유방암 발생 위험에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당류가 많은 식품을 일주일에 2회를 초과해 먹는 여성은 한 달에 1회 이하로 섭취하는 여성보다 유방암 발생 위험이 2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식품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아이스크림을 일주일에 1회보다 자주 먹는 여성은 전혀 먹지 않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26% 높았다. 설탕이 첨가된 시리얼 역시 두 달에 1회보다 자주 섭취하는 경우 전혀 먹지 않는 여성보다 위험이 34%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결과는 비만도와 음주 여부, 신체활동 수준, 출산 경험, 초경 연령, 경구피임약 복용, 유방암 가족력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이후에도 유지됐다.
특히 연령에 따른 차이가 눈에 띄었다. 50세 미만 여성 가운데 고당류 식품을 일주일에 2회 넘게 섭취하는 집단은 한 달에 1회 이하로 먹는 집단보다 유방암 발생 위험이 52% 높았다.
반면 50세 이상 여성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젊은 여성에게서 당류가 많은 가공식품 섭취와 유방암 사이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음주 경험이 있는 여성에서도 고당류 식품 섭취와 유방암 발생 사이의 관련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당류와 알코올이 체내 인슐린 및 호르몬 대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당류가 많은 가공식품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혈중 인슐린과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 수치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IGF-1은 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관련 신호체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세포 증식이 촉진돼 일부 암 발생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아이스크림이나 설탕이 들어간 시리얼이 유방암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식습관과 질병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본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당류의 섭취 경로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는 것이다.
연구 대상 여성들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44g이었으며, 이 가운데 약 43%는 과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공급원은 사과와 포도 등이었다.
그러나 과일 섭취량이나 과일을 통해 얻는 당류의 양은 유방암 발생 위험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과일에 들어 있는 다양한 영양성분이 이러한 차이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했다. 과일에는 자연적으로 함유된 당분 외에도 식이섬유와 비타민, 폴리페놀 등 항산화·항염증 작용에 관여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
반면 아이스크림은 첨가당과 포화지방을 함께 함유하고 있으며, 설탕이 들어간 시리얼은 정제 곡물과 당류가 많아 식후 혈당 및 인슐린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우경 교수는 과일 역시 당류의 공급원인 만큼 무조건 많이 먹기보다는 적절한 양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과일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한편 아이스크림이나 가당 시리얼처럼 당류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을 습관적으로 먹는 식생활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센머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