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들어서면서 저녁 바람이 차가워지니 뜨끈한 찌개 생각이 난다. 칼칼한 순두부찌개를 끓이려고 냉장고를 열어 보면 순두부는 있는데 다진 고기도 바지락도 없는 날이 있고, 찌개 하나 때문에 장을 보러 나가자니 번거로워 그냥 있는 재료로 끓이게 된다.
고기와 조개를 빼고 순두부와 고춧가루만으로 끓인 찌개는 매운맛은 나도 국물이 밍밍해서 먹다 보면 어딘가 빠진 듯하다. 고춧가루를 한 숟갈 더 넣거나 간장으로 간을 세게 맞춰 봐도 맵고 짜기만 해져서, 식당에서 먹던 진한 맛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이럴 때는 냉동실에 있는 고기만두 서너 개를 꺼내면 된다. 만두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피를 벗기고 속에 든 소만 양념과 함께 볶아 국물을 내면, 다진 고기를 따로 사지 않아도 진하고 칼칼한 순두부찌개를 차릴 수 있어 쌀쌀한 저녁 밥상에 올리기 좋다.
고기 없이 끓인 순두부찌개 국물이 밍밍한 이유
순두부찌개 국물이 밍밍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순두부 자체의 맛이 순한 데다 물기까지 많기 때문이다. 순두부는 끓는 동안 수분이 국물로 빠져나와 국물을 묽게 만드는데, 식당에서 다진 고기를 먼저 볶거나 바지락을 넣는 것은 묽어지는 국물에 구수한 맛을 미리 더해 두기 위해서다.
고춧가루와 간장은 매운맛과 짠맛을 더할 뿐 고기나 조개에서 우러나는 구수한 맛을 대신하지 못하는데, 양념을 아무리 늘려도 국물이 진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밍밍한 국물을 바꾸려면 양념의 양보다 고기 맛이 나는 재료를 먼저 냄비에 넣어 볶는 순서가 필요하다.
고기만두 소는 다진 고기에 파와 두부 같은 재료가 양념과 함께 버무려져 있어 이미 간과 향이 배어 있는 재료다. 피를 벗긴 소를 파와 고춧가루에 볶으면 고기에서 나온 기름에 고춧가루의 붉은색과 매운맛이 배고, 이 기름이 육수에 풀리면서 국물이 진해진다. 만두를 통째로 넣으면 소의 맛이 피 안에 남기 쉬우니 소만 꺼내 풀어 쓰는 것이 좋다.
고기 없이 순두부찌개 국물 진하게 끓이는 방법
준비물은 냉동 고기만두 3~4개(약 130g)와 순두부 1봉지(400g), 멸치육수 350ml, 고춧가루 1.5큰술, 파, 달걀 1개다. 찌개에 넣을 채소는 양파나 애호박처럼 집에 있는 것을 쓰면 되고, 멸치육수는 미리 끓여 둔 것이 있으면 그대로 사용한다. 순두부에 물기가 많아 육수를 이 양보다 더 붓지 않는 것이 좋다.
먼저 전자레인지에 쓸 수 있는 그릇에 언 만두를 담고 물을 조금 넣은 다음 2분을 돌린다. 만두피가 말랑해지면 젓가락으로 피를 갈라 속에 든 소만 덜어 내는데, 막 꺼낸 만두는 속이 아주 뜨거우니 한 김 식힌 뒤에 벗기는 것이 안전하다. 소가 덩어리져 있으면 숟가락으로 대강 풀어 두어야 볶을 때 고르게 볶인다.
냄비에 식용유를 조금 두르고 만두 소와 송송 썬 파, 고춧가루를 넣어 중약불에서 3분쯤 볶는다. 고춧가루는 불이 세면 금방 타서 국물 맛이 써지니 불을 올리지 말고 주걱으로 계속 저어 주는 것이 좋다. 바닥에 붉은 기름이 배어 나오고 매콤한 냄새가 올라오면 다 볶아진 것이다.
여기에 멸치육수 350ml와 채소를 넣고 강불과 중불 사이에서 3분쯤 끓이면 국물이 붉게 우러난다. 순두부를 큼직하게 떠 넣고 맛을 본 뒤, 만두 소에 간이 되어 있으니 모자랄 때만 국간장을 조금 더한다. 국물이 다시 끓어오르면 달걀을 깨 넣고 30초 정도만 더 끓인 뒤 불을 끄는데, 흰자 가장자리가 하얗게 변할 때 끄면 노른자는 부드럽게 남는다.
김치만두나 채소가 대부분인 만두는 소에 고기가 적어 국물이 진해지지 않으니 이 찌개에는 쓰지 않는다. 고춧가루를 볶다가 탄 냄새가 나면 쓴맛이 국물까지 남으니 육수를 붓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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