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없는’ TPG의 마지막 카드…카카오모빌리티 홍콩 중재, 승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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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옵션 없는’ TPG의 마지막 카드…카카오모빌리티 홍콩 중재, 승산은

이데일리 2026-11-07 09:30:06 신고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최대주주 카카오(035720)를 상대로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에 중재를 신청했다. 카카오 이사회가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ADR 상장에 반대하자, TPG는 상장 반대는 계약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투자 9년차를 맞은 TPG가 엑시트(투자금 회수) 길이 막히자 소송 카드를 꺼낸 셈이다.

‘풋옵션 없는’ TPG의 마지막 카드…카카오모빌리티 홍콩 중재, 승산은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PG는 지난달 30일 홍콩국제중재센터에 카카오를 상대로 중재를 신청했다. 이번 중재는 TPG 한국법인이 아닌 미국 본사가 직접 대응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국제중재센터 규칙에 따라 피신청인인 카카오는 중재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TPG는 지난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의 첫 외부 투자자로 들어온 뒤 2021년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두 차례에 걸쳐 컨소시엄 합산 약 6400억원을 투자했고, 투자 기간이 9년차에 접어들면서 펀드 만기 연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TPG가 주주가치제고위원회를 신설하고 ADR 상장을 위한 글로벌 주관사도 선임해 카카오모빌리티의 ADR 상장이 본격 추진되는 듯 했다.



◇9년 묶인 TPG, ADR 상장마저 무산



그러나 카카오 이사회가 ADR 상장에 반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카카오 이사회는 자회사 중복상장 우려,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및 미국 증권법상 책임 부담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반면 TPG는 신주 발행이나 사업부 분할 없이 기존 구주를 유동화하는 방식임에도 카카오가 기업공개(IPO) 지원 의무 등 주주간 계약(SHA)을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핵심 쟁점은 카카오 이사회의 상장 반대가 계약 위반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여부다. TPG는 카카오가 상장을 충실히 지원하기로 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든다. 반면 카카오는 정부의 중복상장 금지 기조와 ADR 상장이 TPG 지분만 현금화하고 일반주주 이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는다. 앞서 금융당국은 중복상장을 ‘원칙 금지·예외 허용’ 기조로 심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 이사회로서는 일반주주에 대한 의무와 TPG에 대한 계약상 의무가 충돌하는 구조다.

TPG가 국내 법원 대신 홍콩 중재를 택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업계에선 계약 단계에서 이미 정해진 일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과거 국제 중재를 겪은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주주간계약의 분쟁해결 조항에 ‘법원 소송으로 해결’한다거나 ‘HKIAC에 중재로 해결한다’는 식으로 방식이 계약 체결 때 미리 명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재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판정이 국제협약에 따라 집행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상장 협력 의무’ 범위 관건…교보생명 선례 주목



국내에서 FI와 대주주 간 국제 중재로 널리 알려진 사례는 교보생명과 FI 간 풋옵션 분쟁이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등 컨소시엄은 교보생명 지분 24% 가량을 보유하고 있었고, IPO가 이뤄지지 않자 2018년 11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FI가 주당 40만9912원에 되사달라고 요구하자 신창재 회장 측은 가격 산정이 부당하다며 맞섰고, 분쟁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로 번졌다.

2021년 9월 1차 판정에서 ICC는 풋옵션 조항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신 회장이 FI가 제시한 가격에 주식을 살 의무는 없다고 판정했다. FI는 신 회장이 주주간계약상 IPO를 위해 최선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조항을 위반했다고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2024년 12월 2차 판정에서는 신 회장이 외부기관으로부터 공정시장가격을 산정한 뒤 FI 주식을 되사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TPG 분쟁과는 공통점이 있다. 두 건 모두 최초 투자 당시 IPO를 통한 회수를 전제로 했고, IPO가 무산되자 FI가 계약상 협력 조항을 근거로 대주주를 상대로 국제 중재에 나섰다는 점이다.

문제는 TPG에 이 선례가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보생명 FI의 IPO 협력 의무 위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FI는 풋옵션이라는 별도의 안전판 덕에 결국 회수 경로를 확보했다. 반면 TPG는 풋옵션이 없어 협력 의무 위반을 입증하는 것에 사실상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카카오가 중복상장 규제와 일반주주 이익이라는 반대 사유를 내세운 점도 부담이다.



◇시간은 누구 편일까



변수는 시간이다. TPG는 투자 기간이 9년차에 접어들어 펀드 만기 연장을 더 이어가기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홍콩국제중재센터의 최종 판정까지는 수년이 소요된다. 교보생명의 경우 풋옵션 행사일인 2018년 11월 이후 2021년 9월 1차 판정을 거쳐 2024년 12월 2차 판정이 나왔고, 분쟁 마무리까지는 6년여의 시간이 들었다. 그동안 FI들은 신 회장 보유 지분 가압류 등으로 압박을 이어갔지만 투자금 회수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번 중재가 실제 판정을 기다리기보다 협상 지렛대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TPG로서는 중재 신청 자체가 카카오에 상장 협력을 압박하는 카드가 되는 동시에, 펀드 투자자들에게 회수 노력을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도 일반주주 편익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공시한 만큼 협상 여지는 남아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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