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입동(立冬), 겨울의 문턱에서 선조들이 남긴 지혜와 하면 안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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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입동(立冬), 겨울의 문턱에서 선조들이 남긴 지혜와 하면 안되는 것들

국제뉴스 2026-11-07 08:56:54 신고

겨울의 시작 입동 하루 전, 막바지 가을 풍경 (사진=국제뉴스DB)
겨울의 시작 입동 하루 전, 막바지 가을 풍경 (사진=국제뉴스DB)

11월 7일 토요일,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인 입동(立冬)을 맞이했다.

태양의 황경이 225도에 이르는 이날부터 전통적으로 겨울이 시작된다고 여겼다. 올해 입동은 오후 6시 52분경으로, 음력 9월 28일에 해당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도까지 떨어지고 체감온도는 더 낮아지며, 중부지방 곳곳에 한파특보가 발효되는 등 절기와 실제 날씨가 비교적 맞물리는 모습이다.

입동은 특별한 명절로 치르지는 않았지만, 겨울 채비의 기준점으로 생활과 밀접했다. 김장은 입동 전후 5일 내외에 담그는 것이 제맛이라는 말이 전해졌고,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는 속담도 있었다.

땅이 얼고 싱싱한 재료가 줄어들기 전, 그리고 일하기 어려워지기 전에 겨울 동안 먹을 김치를 준비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온난화로 김장 시기가 다소 늦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입동은 여전히 월동 준비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농가에서는 음력 10월 10일에서 30일 사이에 날을 받아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만들고, 곳간과 마루, 외양간에 고사를 지냈다. 한 해 농사에 수고한 소에게 음식을 나눠 주고 이웃과도 함께 먹었다. 경로의 미풍양속인 치계미(雉鷄米)도 이 무렵에 행해졌다.

입동·동지·섣달그믐에 마을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는 잔치로, 원래 사또 밥상의 반찬값으로 받은 뇌물을 뜻하던 말이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마음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는 도랑에서 살이 오른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대접하는 ‘도랑탕 잔치’로 대신하기도 했다.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감 (제공=충북도청)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감 (제공=충북도청)

감나무에는 까치밥을 남겨 두었다. 겨울철 먹이가 부족한 새들을 위한 배려였다. 입동의 날씨로 그해 겨울을 점치는 ‘입동보기’도 지역마다 달랐다. 입동에 추우면 겨울이 몹시 춥다고 여기거나, 갈가마귀의 흰 배를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치는 풍습이 있었다.

이러한 전통은 자연이 양에서 음으로, 활발함에서 저장과 휴식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의식한 결과다. 요즘 SNS와 생활 정보에서 공유되는 입동 금기사항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큰 변화를 자제하고 기운을 아껴 쓰며,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전통 문헌에 일일이 기록된 공식 금기는 아니지만, 계절 전환기에 신중함을 강조하는 현대적 해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늘 입동에 피하면 좋다는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

이사 계약에 서명하지 않는 것이 그중 하나다. 겨울의 시작은 정착과 저장의 계절이지 이동의 계절이 아니기 때문에, 큰 변화를 미루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다. 큰돈을 옮기거나 새로 넣는 일도 마찬가지다. 재물이 안정적으로 머무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주의다. 머리를 자르지 말라는 금기는 여러 절기와 제사·고사 때 흔히 등장한다. 머리와 손톱은 몸의 기운이 모이는 부분으로 여겨, 중요한 날에는 깎지 않는 관습이 있었다.

오래된 묵은 물건을 그날 버리지 말라는 것도 비슷하다. 겨울을 앞두고 정리를 하되, 전환의 날에 한꺼번에 많은 것을 내보내는 것은 피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첫 대면이나 첫 소개를 잡지 않는 것, 이별 통보를 먼저 꺼내지 않는 것, 안 좋게 끝난 사람에게 연락하지 않는 것은 관계의 시작과 끝, 갈등을 자제하라는 조언이다. 겨울은 안으로 모으는 시기이니, 밖으로 뻗는 만남이나 결별보다는 기존 관계를 차분히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찬음식이나 날음식으로 식사하지 않는 것도 자주 언급된다. 입동부터 몸이 추위에 대비해야 하므로 따뜻한 음식을 권하는 건강 상식과 맞닿아 있다. “망했다, 안 된다” 같은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은 말의 기운을 소중히 여기라는 전통적인 금기어의 연장선이다. 흙 묻은 신발을 현관에 그대로 두지 않고, 얼룩진 거울을 방치하지 않으며, 밥그릇에 수저를 세워 꽂지 않는 것은 정결과 예절을 강조한다. 겨울철 건강과 집안의 단정함을 유지하려는 실생활 팁이기도 하다.

이 금기들은 미신으로만 볼 수도 있지만, 계절의 리듬에 맞춰 생활을 조정하라는 지혜로 읽을 여지도 있다. 큰 계약이나 이사는 여유를 두고, 건강을 위해 따뜻한 국물과 제철 음식으로 몸을 보하며, 정리와 청결은 하되 서두르지 않고, 말과 관계는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처럼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날에는 체온 유지와 건조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

입동을 보내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겨울 채비를 차분히 점검하는 것이다. 김장 재료를 살피거나, 보일러와 수도 동파 예방을 확인하고, 따뜻한 옷을 꺼내 두는 일만으로도 충분하다. 가족이나 이웃과 따뜻한 음식을 나누는 것도 치계미의 정신을 잇는 방법이다. 까치밥처럼 작은 배려를 떠올리는 것도 좋다.

절기는 달력 위의 날짜가 아니라, 자연이 보내는 신호였다. 입동은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전환점이다.

오늘 하루는 큰 결정보다 몸과 집을 단정히 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겨울을 맞이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선조들의 지혜에 가장 가깝다.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건강을 챙기고, 필요한 준비를 천천히 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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