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배두열 기자] 현대건설이 정주영 창업회장의 도전정신이 깃든 서산 간척지를 기업의 역사와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창립 80주년을 앞두고 대한민국 경제성장과 함께해 온 주요 건설 프로젝트를 초대형 그래픽으로 구현해 기업의 유산을 브랜드 자산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건설은 충남 서산시 부석면 현대서산농장 내 미곡종합처리시설(Rice Processing Complex, RPC)의 사일로 외벽에 대형 그래픽을 조성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작업은 서산 간척지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주영 창업회장은 '땅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이라는 신념 아래 천수만 일대 바다를 약 1만6000ha의 토지로 바꾸는 대규모 국토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유조선을 활용한 물막이 공법으로 난관을 극복한 서산 간척공사는 대한민국 국토 면적을 약 1% 넓힌 사업이자 현대건설의 도전과 혁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역작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현재의 공간에 구현하기 위해 오랜 기간 햇볕과 해풍에 노출돼 노후화된 미곡종합처리시설을 새롭게 꾸몄다. 단순한 외관 보수를 넘어 서산 간척지의 탄생부터 국내외 주요 건설사업으로 이어지는 기업의 성장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픽이 설치된 미곡종합처리시설은 서산 간척지에서 생산한 쌀을 도정·가공하는 곳이다. 저장 사일로 6기와 조절 사일로 6기를 비롯해 정미소와 수납실, 창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저장 사일로는 아파트 15층에 해당하는 높이 45m 규모로, 총 2만t 이상의 쌀을 저장할 수 있다. 조절 사일로는 곡물을 임시 보관하면서 수분과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건설은 거대한 원통형 시설의 특성을 살려 저장 사일로 중앙에 초록 들판 위로 뻗어 나가는 나무를 배치했다. 나머지 저장 사일로와 조절 사일로에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 배경을 바탕으로 주요 건설 프로젝트를 담았다. 그래픽 전반에는 현대건설 기업이미지(CI)의 삼각형 모티프와 고유 색상을 적용해 기업의 성장사가 하나의 연대기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특히 사일로의 원통형 외벽을 360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역사적 장면이 펼쳐지도록 설계했다. 주변 지형과 주요 시설의 위치를 반영해 그래픽의 시인성과 상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서산 간척지가 조성된 천수만 방향에서는 전후 국가 재건의 상징인 한강 인도교 복구공사와 전국 일일생활권 시대를 연 경부고속도로 건설공사를 선으로 표현한 그림을 볼 수 있다. 현대건설이 국가 기반시설 확충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화에 기여해 온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가 자리한 태안군과 현대모비스 서산 주행시험장이 위치한 부남로 방향에는 서산 간척공사와 남북 협력의 상징으로 알려진 서산 한우의 모습을 담았다. 정주영 창업회장의 국토개발 정신과 남북 화합을 향한 행보를 함께 표현해 화합과 번영의 의미를 부여했다.
아산연수원 방향에서는 현대건설의 해외 건설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해외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과 총연장 36.1km에 달하는 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을 배치해 국내 건설산업의 성장과 함께 세계 시장으로 진출한 발자취를 담았다.
현대건설은 대형 그래픽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시설 본래의 기능과 주변 환경도 고려했다. 곡물을 저장·처리하는 농업시설인 만큼 유해 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성 도료를 선정했으며, 작업 기간도 10주 이내로 단축했다.
새롭게 단장한 미곡종합처리시설은 현대건설의 기업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서산농장에는 정주영 창업회장이 사용하던 숙소를 개조한 아산기념관과 임직원 연수·숙박시설 등이 운영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들 시설을 활용해 현대자동차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별도의 헤리티지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신규 입사자들이 창업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의 성장 과정을 직접 살펴보며 조직의 정체성을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조성한 초대형 그래픽도 투어의 주요 코스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내년 창립 80주년을 맞아 정주영 창업회장의 신념이 담긴 서산을 현대건설의 역사와 도전정신이 살아 숨 쉬는 상징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브랜드 헤리티지를 담은 다양한 시도와 콘텐츠 개발을 통해 기업 가치와 지역 상징성을 함께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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