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 자니? 연락의 심리
불을 끄고 누웠다가 휴대전화를 다시 켠다. 기다리던 사람의 이름이 떠 있다.
“자니?”
헤어진 뒤 몇 번이나 상상했던 연락이다. 막상 오면 무슨 말을 할지도 생각해두었는데, 두 글자를 읽고 나니 준비했던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반갑고, 조금 화가 나고, 이제야 내 생각이 났느냐고 묻고 싶다. 그래도 첫 답장부터 서운한 티를 내고 싶지는 않다.
바로 답하면 기다린 사람처럼 보일까 봐 알림 화면으로만 몇 번 읽는다. 그러다 그사이 잠들어버리면 어쩌나 싶어 채팅방을 연다.
“안 자. 무슨 일이야?”
“그냥 네 생각나서.”
그 말을 보고 조금 웃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구나 싶어서다. 헤어지던 날에는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던 사람이, 이제는 먼저 내 생각이 난다고 한다. 다른 말을 듣고 싶지만 오늘은 이 정도라도 좋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걸까.
‘그냥’이라고 말하면 묻기가 어려워진다
“나도 보고 싶었어.”
그에게 보내고 싶은 답장이다. 그런데 그는 보고 싶다고까지 말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가 혼자 앞서간 사람이 될까 봐, 대신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는다. 회사는 다닐 만한지, 전에 아프다던 곳은 괜찮은지. 헤어졌어도 알고 싶은 일은 많다.
대화가 이어지면 예전처럼 느껴진다. 말끝에 붙이는 습관도 그대로고,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웃는지도 서로 안다. 새로 만난 사람에게라면 설명해야 할 이야기를 그에게는 길게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익숙함 때문에 연락하는 사람도 있다. 외롭거나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예전에 자신을 반겨주던 사람이 떠오르는 것이다. 당신이 그리운 마음과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연락한 사람 자신도 그 둘을 나눠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고.
그래서 “그냥 생각나서.”라는 말을 전부 거짓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그 말에 재회까지 들어 있다고 받아들이기는 이르다. 그날 당신이 생각났다는 사실과 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 다시 이야기할 마음은 별개다.
‘자니?’는 자신의 뜻을 많이 밝히지 않고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말이다.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가 거절당하기 두려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을 수도 있다. 반대로 관계를 다시 시작할 생각은 없지만, 당신이 아직 자신을 반겨주는지는 알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 둘은 첫 메시지만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답장이 왔을 때 그가 어떤 이야기를 이어가는지, 당신이 자신의 마음을 물었을 때도 대화를 계속하려 하는지 봐야 한다.
당신이 반갑게 답했다고 해서, 연락한 이유까지 대신 설명해줄 필요는 없다.
밤에는 보고 싶었는데, 아침에는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보고 싶다고 말한다. 당신도 같은 마음이니 잠이 더 달아난다. 조금 전까지 다음 날 출근을 걱정하던 사람이 이제는 내일 언제 연락이 올지 생각한다.
그런데 다음 날에는 아무 말이 없다.
어젯밤 대화를 다시 읽는다. 내가 너무 반가워했나. 보고 싶다는 말에 나도 그렇다고 하지 말았어야 했나. 조금 더 무심하게 답했다면 그가 더 연락하고 싶어 했을까.
나는 여기서 당신의 답장부터 고쳐주고 싶지는 않다. 그가 무슨 마음으로 연락했는지 확인되기도 전에, 당신이 마음을 드러낸 것이 잘못이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다. 반가운 사람에게 반갑게 답한 일을 재회를 망친 행동으로 여기기 시작하면, 다음 연락에서는 자기 말 한마디조차 믿지 못하게 된다.
그날 그가 당신을 보고 싶어 했을 수는 있다. 밤에 했던 말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연락하는 것과, 다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대화를 계속하는 일에는 차이가 있다.
성적인 친밀감이 그리워 연락하는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늦은 밤에만 연락하고, 대화가 곧장 집에서 만나자는 제안으로 이어지며, 오늘은 어렵다고 하면 관심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가 원하는 만남이 당신이 기대하는 재회와 같은지 물어야 한다.
한 번 늦게 연락했다는 이유로 성적인 목적이라고 정해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밤마다 다정하게 찾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관한 질문은 계속 피한다면, 그 다정함만 붙들고 기다리기는 어렵다.
아침에 연락이 한 번 없었다고 곧바로 결론 내리자는 뜻도 아니다. 바쁜 날이 있을 수 있고, 먼저 연락해놓고 자신도 마음이 복잡해졌을 수 있다. 다만 이런 밤이 거듭될 때마다 당신만 다음 날을 기다리고 있다면, 이제는 왜 연락하는지 물어볼 만하다.
다시 만나고 싶어서 연락한 사람이라면, 어느 때인가는 헤어졌던 이유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그 문제는 그대로인데 밤의 그리움만 주고받으면, 잠깐 가까워졌다가 다시 어색해지는 일을 되풀이할 수 있다.
참고 칼럼: 재회 가능성 있는 이별, 헤어진 이유에서 먼저 확인할 것
반갑다고 말하면서 물어봐도 된다
연락을 받으면 대화를 잘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부터 생긴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묻고 싶은 말을 삼킨다. 무슨 마음으로 연락했는지 물으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밤늦게 만나자는 말에 거절하면 마음이 식을까 봐 걱정한다.
그러다 상대는 편하게 안부를 묻는데 당신은 답장 하나를 쓰는 데 한참을 쓴다. 연락이 오기 전에는 연락만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와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아직 그 사람을 좋아한다면 반갑게 답해도 된다. 그렇다고 그가 원하는 시간과 방식에 전부 맞춰줄 필요는 없다. 오늘 당장 만나기 어렵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연락 와서 반가워. 그런데 지금은 늦었으니까 내일 이야기하자.”
내일로 미루는 것은 그를 애타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당신에게도 자야 할 시간이 있고, 밤의 분위기에 기대지 않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다.
안부만 주고받는 일이 힘들다면 그 사정도 말해도 된다.
“나도 네 생각이 나. 그래서 그냥 가끔 연락하는 사이로 지내기는 어려울 것 같아. 너는 어떤 마음으로 연락했어?”
이렇게 물으면 그가 반드시 솔직하게 대답한다는 보장은 없다. 자신도 모르겠다고 할 수 있고, 아직 다시 만날 생각까지는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듣기 싫은 대답일 수 있지만, 그 말을 알아야 당신도 이 연락을 계속 받을지 정할 수 있다.
그가 서운해할 가능성이 두려워 아무것도 묻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다면, 대화는 다시 예전처럼 한쪽의 사정에만 맞춰지기 쉽다. 당신은 그를 좋아하는 마음을 말했고, 그는 그 마음을 알고도 무엇을 원하는지 밝히지 않은 채 연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냥 안부 물은 건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
이런 대답을 들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는 가벼운 안부가 아니었다고 말하면 된다. 그와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으니 연락 한 번에도 기대하게 된다고. 그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나무라지는 않았으면 한다.
휴대전화에는 여전히 “그냥 네 생각나서.”라는 말이 남아 있다. “나도.”라고 답하고 싶은 마음과,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야?”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함께 올라온다.
연락이 와서 반갑다. 그 반가움을 누리는 동안에도 내일 아침에는 또 나만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까 봐 겁이 난다. 아마 오늘 당신이 오래 망설이고 있는 말은, 자고 있었느냐는 질문의 대답만은 아닐 것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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