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김영일 기자 | 장순필 작가가 지난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파리 카루젤 드 루브르에서 열린 ‘아트쇼핑 파리 2026 가을 에디션’ 참가를 마쳤다.
아트플러스 갤러리(ARTPLUS Gallery) 참여 작가로 나선 장순필은 출품작 〈이성과 본능〉을 통해 사회적 규범과 타인의 시선 아래 감춰진 인간의 욕망을 회화로 풀어냈다.
2023년 제작된 〈이성과 본능〉은 162.2×130.3cm 크기의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작품이다. 청회색과 황토색이 겹쳐진 화면에는 미로처럼 얽힌 계단과 아치, 어둠 속 인물들이 자리한다. 거친 표면과 복잡한 공간이 불안한 정서를 형성하는 가운데, 곳곳에 피어난 푸른 꽃은 생명력을 더한다.
이야기는 고개를 숙인 채 우는 남자와 어둠을 뚫고 다가온 여자에게서 시작된다. 작가노트 속 남자는 ‘모든 이성의 옷을 벗어던진’ 존재다. 두 인물의 만남은 사회적 역할과 체면 뒤에 가려졌던 본능이 드러나는 순간을 보여준다. 나체와 은밀한 손길은 욕망을 숨기려는 마음과 드러내려는 마음이 맞닿은 자리에 놓여 있다.
거울 속 또 다른 남자와 훔쳐보는 시선들은 이 장면을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 인물들은 누군가를 바라보는 동시에 다른 누군가의 시선에 노출돼 있다. 자신의 감정 앞에서도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계단과 아치 역시 이러한 망설임과 불안을 공간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장순필이 작품을 통해 묻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얼마나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나는 이 화폭을 통해 부끄러워 숨겨두었던 인간 본연의 가장 순수한 자유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말은 작품 속 인물들의 욕망을 이해하는 단서이자, 그림을 바라보는 이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이성과 본능〉은 아트플러스 갤러리 B16 부스에 소개됐다. 장순필은 인물과 건축적 공간, 서로 엇갈리는 시선을 통해 구축해 온 회화 세계를 파리 현장에 선보였다. 인간의 욕망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 시선이라는 주제를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의 관람객 앞에 펼쳐놓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전시는 막을 내렸지만 작품의 질문은 남는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났을 때 인간은 자신의 욕망 앞에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 장순필의 〈이성과 본능〉은 그 답을 서둘러 제시하지 않은 채, 화면 속 인물과 이를 바라보는 관람객 사이에 질문을 놓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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