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도가 걸린 사무실에서 그래픽카드 장비와 승인 봉투를 마주한 정장 차림 인물 — AI 자료 이미지
중국 AI 기업 문샷AI(Moonshot AI)가 유럽 데이터센터를 통해 엔비디아 최신 칩 '블랙웰(Blackwell)'에 접근하려 한 사실이 CNBC 보도로 드러났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갖춘 유럽 시설에서 연산 자원을 빌리는 방안이 논의됐다는 것이다. 키미(Kimi) 모델을 만드는 문샷AI는 앞서 미국 백악관이 블랙웰 원격 접근 의혹을 제기한 기업이기도 하다.
CNBC는 11월 5일(현지시각) 이 사안을 보도했다. 칩을 중국으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원격으로 쓰는 방식이어서, 미국 수출통제의 빈틈을 다시 부각시키는 사례가 됐다.
소식통 4명 “올해 네오클라우드 임대 논의”
문샷AI가 엔비디아 GPU를 보유한 유럽 '네오클라우드(GPU 임대에 특화된 신생 클라우드 사업자)'의 용량을 빌리는 거래가 올해 논의됐다. 사안을 아는 소식통 4명이 이렇게 전했다. 이들은 민감한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는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3명은 문샷AI가 블랙웰 시스템 기반 용량을 임대하려 했다고 밝혔다. 블랙웰은 현재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이어서 사실상 중국으로 수입할 수 없는 칩이다. 문샷, 엔비디아, 백악관, 미국 상무부,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과 중국 외교부에 입장을 물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협의가 계약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블록체인 매체 브레이브뉴코인(Brave New Coin)은 합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같은 매체에 따르면 논의 내용을 아는 소식통 중 한 명은 문샷의 용량 확보 시도를 “매우 공격적(very aggressive)”이라고 표현했다.
데이터센터 서버 랙 앞에서 장갑 낀 손으로 케이블을 정리하는 모습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8천 개 이상 GPU, 추론 중심이지만 학습용도 타진
규모에 대해서는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가 전했다. 문샷AI가 최소 한 곳의 유럽 데이터센터와 협의 중이며, 추론(학습된 모델로 답을 생성하는 작업)용으로 GPU 8,000개 이상 규모의 클러스터를 임대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학습용 연산 용량 확보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브레이브뉴코인도 8,000개 넘는 프로세서가 논의 대상이었고 추론과 모델 학습을 모두 뒷받침할 수 있다고 적었다.
가격 조건도 눈에 띈다. 브레이브뉴코인에 따르면 소식통 한 명은 문샷이 비중국 고객에게 청구하는 금액보다 30~50% 높은 선불 할증료를 내는 제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규제 복잡성이 가격에 반영됐을 수 있다는 해석이 붙었지만 문샷이 이 조건을 수락했거나 용량을 확보했다는 확인은 없다.
구조는 단순하다. 유럽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하드웨어를 운영하고 문샷은 원격 접속 이용료를 낸다. GPU는 다른 나라 데이터센터에 그대로 있고 고객은 AI 워크로드(연산 작업)만 원격으로 돌린다. 규제 관점에서는 제한된 칩을 사서 중국으로 반입하는 것과 성격이 다르다.
태국 의혹에 이은 시도…워싱턴의 ‘원격 접속’ 고민
문샷은 이전에도 블랙웰 접근 의혹으로 거론됐다. 7월 백악관은 이 중국 AI 기업이 태국 시설을 통해 엔비디아 블랙웰 칩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브레이브뉴코인에 따르면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7월 문샷을 지목했다. 키미 K3 공개 이후 이 모델의 성능이 주목받던 시점이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문샷이 “GB300이 탑재된 서버를 확보했고 태국에서 GB300에 접근해 왔으며 AI 모델 학습에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B300은 블랙웰 세대 제품이다. 브레이브뉴코인은 문샷이 당시 태국 관련 의혹을 공개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제도의 빈틈도 분명하다. 미국 수출통제는 엔비디아 최상위 칩의 중국 출하를 제한하지만 해외 데이터센터를 통한 원격 접근은 허점으로 남아 있다. 현행법은 해외에서 운영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접근을 규제당국이 폭넓게 통제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 브레이브뉴코인은 의회조사국이 4월 보고서에서 클라우드를 통한 첨단 AI 연산 접근을 기존 수출통제 집행의 잠재적 약점으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상원 앞에 놓인 법안, 5월 31일 상무부 명확화
워싱턴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이 허점을 막기 위해 원격접근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법이 되려면 상원과 백악관을 거쳐야 한다. 이번 같은 보도가 초당적 법안에 주목을 모아 입법을 앞당기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행정부 차원에서는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5월 31일 지침을 명확히 했다. 브레이브뉴코인에 따르면 첨단 컴퓨팅 칩의 수출 허가 요건은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가는 선적에도 적용된다. 수령 법인이 중국 밖에서 운영되더라도 마찬가지다. 같은 매체가 인용한 로이터 보도는 이 지침이 데이터센터에 칩 사용 중단이나 기존 장비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물리적 수출 제한만으로는 독립 사업자가 운영하는 인프라의 원격 접근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브레이브뉴코인은 유럽 임대 논의가 이런 미해결 규제 과제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H200 관문 막은 베이징, 49% 상한 둔 엔비디아
중국 기업이 해외 임대에 기대는 배경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180도 입장을 바꿔 엔비디아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했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AI 칩 산업을 보호하려고 국경에서 H200 수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최신 GPU가 필요한 중국 기업은 다른 경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문샷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고객들에게 중국 기업에 용량의 49% 넘게 제공하지 말라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레이브뉴코인은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파트너에게 향후 서비스의 최소 51%를 비중국 고객용으로 확보하도록 요구한다고 적었다. 이 내용은 확정 공시가 아닌 보도나 소셜미디어 게시물 수준으로 다뤄졌다.
경쟁 구도도 뚜렷하다. 오픈AI와 앤트로픽 같은 미국 AI 연구소가 키미를 만드는 문샷 등 중국 개발사와 학습·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개발사들은 지난 6개월 사이 눈에 띄는 성능 향상을 이뤘고 엔비디아 칩 접근이 넓어지면 미국 경쟁사에 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중국 오픈웨이트(가중치 공개) 모델은 미국 최상위 모델에 몇 개월 차로 따라붙었고, 키미 K3 같은 모델은 실행이 훨씬 쉽고 이용 비용도 훨씬 낮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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