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정(김지원 분)을 향한 의심의 칼끝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구서대병원장 부승권(손현주 분)이 계수정을 병원에 들여보낸 장희숙(이정은 분)을 직접 겨누면서 두 사람 사이에 일촉즉발의 기류가 형성됐다.
'닥터X' 주연 배우 김지원과 손현주 / SBS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 측은 9회 방송 당일인 6일 장희숙과 부승권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한 장면을 담은 스틸을 선보였다.
'닥터X'는 어떤 수술에서도 실패하지 않는 외과의사 계수정이 권력과 이해관계로 얽힌 대학병원의 병폐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 메디컬 느와르 장르물이다. 일본 TV아사히에서 시즌7까지 제작되고 극장판으로도 개봉한 동명 시리즈가 원작이다. '악귀', '당신이 죽였다' 등을 선보인 이정림 감독이 연출을, 편성근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지난달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총 12부작 드라마로, 이번 9회를 포함해 종영까지 4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부승권의 돌직구 "계수정은 닥터X입니까?"
장희숙은 의사 용역 소개소를 운영하며 소개소의 에이스 계수정을 구서대병원에 파견한 인물이다. 계수정이 병원에서 일으킨 소동의 뒷수습도 그의 몫이다. 부승권은 그 병원의 수장이다. 두 사람은 그동안 서로가 필요한 순간에는 손을 맞잡았고, 이해관계가 어긋날 때는 등을 돌리는 아슬아슬한 관계였다.
이 관계에 균열을 낸 것은 지난달 31일 방송된 8회 마지막 장면이다. 부승권은 장희숙을 찾아가 계수정의 과거를 캐물었고, 이어 "계수정은 닥터X입니까?"라는 질문을 단도직입적으로 던졌다. 예상하지 못한 물음에 장희숙은 평정심을 잃고 눈에 띄게 흔들렸다. 다만 장희숙이 어떤 답을 내놨는지는 방송에 담기지 않았다.
'닥터X' 정체를 의심하는 부승권(손현주) / SBS
'닥터X'라는 이름을 둘러싼 궁금증은 2회부터 이어져 왔다. 극 중에서 계수정과 같은 수술법이 쓰인 7년 전 쿠바의 수술 기록이 발견됐다. 집도의 이름 칸에는 이름 대신 'X'라는 글자만 남아 있었다. 당시 함께 찍힌 의료진 사진 속에는 계수정의 얼굴도 있었다. 하지만 계수정이 그 'X'인지, 쿠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8회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부승권의 의심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7회에서 계수정은 수술을 거부하던 환자 오상범(하성광 분)을 설득해 수술대에 올렸다. 병원은 머릿속 총알을 제거하는 수술로 알고 허락했다. 그러나 실제로 꺼낸 것은 총알이 아닌 오상범 형의 뼛조각이었다. 계수정은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하지만 총알이 아니라는 점이 알려지면 수술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보고 말을 아꼈다. 부승권은 수술이 총알 제거를 전제로 허락된 것이라며 계수정을 몰아붙였다. 계수정은 자신이 총알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맞받았다.
'닥터X'에서 장희숙 역을 맡은 이정은 / SBS
같은 회차에서 장희숙과 계수정의 오랜 인연도 엿보였다. 과거 내전 국가에서 소년 환자를 잃은 계수정은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그 곁을 지킨 이가 장희숙이었다. 수술 중 계수정이 꺼낸 물체도 장희숙의 손에 전달됐다. 계수정의 지난날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이 장희숙이다. 부승권이 계수정이 아닌 장희숙을 찾아간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관심은 두 가지에 쏠리고 있다. 장희숙이 계수정에 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그리고 부승권의 추궁 앞에서 어떤 대답을 꺼낼지다. 9회에서 두 사람이 나눌 대화가 계수정의 비밀을 푸는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여유로운 표정 뒤 경계심…스틸 속 살얼음 대치
새로 공개된 사진에서 장희숙과 부승권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장희숙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부승권을 바라보는 눈매에서는 경계의 기색이 읽힌다.
부승권은 의심을 거두지 않은 얼굴이다. 장희숙의 표정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 말 한마디에 판이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이 어떤 수 싸움을 벌일지 관심이 모인다.
팽팽한 대립에 나선 부승권과 장희숙 / SBS
이정은X손현주, 베테랑 배우의 연기 맞대결
장희숙과 부승권의 대립에 무게를 싣는 것은 이정은과 손현주의 연기다. 영화 '기생충'으로 얼굴을 알린 이정은은 방송 전부터 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소개소장 장희숙으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장희숙은 겉으로는 호들갑스럽고 속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능청스러운 처세와 빠른 판단으로 판을 움직이는 인물이다. 명함을 건넬 때는 친절한 영업가의 얼굴을 하다가도, 협상 자리에서는 속을 읽기 어려운 냉정한 표정으로 돌변한다. 제작진은 장희숙과 계수정이 계약 관계로 시작해 함께 위기를 넘기며 이모와 조카 같은 유대를 쌓아가는 워맨스를 그린다고 소개한 바 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장희숙의 과거사도 남은 회차의 변수로 꼽힌다.
손현주는 2012년 '추적자 THE CHASER'로 SBS 연기대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가 연기하는 부승권은 기울어가는 병원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병원장이다. 병원을 살리기 위해 부패한 조직과 손을 잡으면서도 의사로서의 사명감만큼은 놓지 않으려는 이중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8회에서는 의대 졸업 당시 히포크라테스 선서 대표를 맡았던 그의 과거가 공개되기도 했다. 부승권은 계수정을 견제하면서도 회를 거듭하며 그의 실력을 조금씩 인정해 왔다. 그런 그가 계수정의 정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남은 4회 동안 계수정의 조력자로 돌아설지, 끝까지 맞서는 인물로 남을지 관심이 쏠린다.
두 배우는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서로의 호흡을 두고 유쾌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이정은은 손현주와의 '베스트 커플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제가 김지원 씨와 어울릴지, 손현주 씨와 어울릴지는 시청자분들이 판단해달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제작발표회 단체 샷 / SBS
2회 연속 주춤한 '닥터X' 시청률, 9회서 반등할까
시청률 흐름도 관심거리다.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으로 '닥터X'는 1회 11.4%로 출발해 매주 자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6회에서는 19.5%로 정점을 찍었다. 20% 돌파가 눈앞에 다가온 듯했지만 7회 16.5%, 8회 15.6%로 연이어 수치가 내려갔다.
하락세 속에서도 동시간대 1위 자리는 내주지 않았다. 8회는 같은 날 방송된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2049 시청률도 평균 5.4%를 나타냈다. 같은 시간대 MBC 새 금토드라마 '라이어'는 1회와 2회 모두 1.9%에 머물렀고, 두 작품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해외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닥터X'는 지난달 12일 기준 67개국에서 TOP 10에 진입했다.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서는 정상에 올랐다.
극 중 상황도 급박하다. 8회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구서대병원 전공의들이 파업에 돌입하며 병원이 혼란에 빠졌다. 일손이 모자란 와중에 계수정은 10세 소아암 환자 유가을(기소유 분)의 수술을 맡겠다고 나섰다. 유가을은 여덟 차례 항암 치료에도 차도가 없던 환자다. 부승권은 보통 10시간 넘게 걸리는 이 수술을 6시간 안에 끝내라는 조건을 걸었고, 계수정은 이를 받아들였다. 같은 날 계수정은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진의 부탁을 받고 8세 소아암 환자 이현아를 위해 곰인형 '수술'에 나서기도 했다. 수술 직전에는 도윤식이 계수정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계수정은 과거 수술을 포기했던 그의 선택을 꺼내 들며 물러서지 않았다. 유가을의 수술을 1시간 앞두고 수술 도중 황 교수가 쓰러졌다. 계수정은 지친 몸으로 응급 수술에 뛰어들어 1시간 안에 마무리한 뒤 다시 유가을의 수술 준비에 나섰다.
'닥터X' 9회 스틸컷 / SBS
병원 안팎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계수정의 정체를 둘러싼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극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9회 예고에서는 해고 위기에 놓인 계수정이 수술을 위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이 담겨 궁금증을 키웠다. 계수정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체외 수술 집도를 선언하는 장면까지 예고됐다. 벼랑 끝에 몰린 계수정이 또 한 번 불가능에 가까운 수술에 도전하게 될지 기대가 모인다.
'닥터X입니까'라는 물음은 방송 전부터 이 작품을 관통해 온 키워드다. 첫 방송을 앞두고 공개된 2차 티저 역시 병원장이 계수정을 향해 '닥터X입니까?'라고 묻는 장면으로 시선을 끌었다. 8회에서 같은 질문이 다시 등장했다. 계수정의 정체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드러날지가 남은 4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닥터X' 9회는 6일 오후 9시 50분 SBS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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