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수사·기소 과정에서 제기된 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검찰의 수사권 남용 의혹을 밝히려면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재판을 무력화하려는 ‘이재명 구하기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걷어낸 수정안이 나왔지만, 양측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최악의 악법”…필리버스터 이어 장외로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을 정조준했다. 민주당이 민생보다 이 대통령의 사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골몰하고 있다는 취지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정권이 추진하는 공소취소 조작특검은 태생적으로 진실·언어·역사 조작의 3대 조작 범죄”라며 “결국 국민과 법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국회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는 특검법을 “대한민국을 법도 상식도 없는 나라로 만드는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대통령 죄를 없애주기 위해 최악의 악법을 통과시키는 데 협력하고 있는 민주당 160여명 의원들은 역사 교과서에 악명으로 박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이번 특검을 진상규명이 아닌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를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특검 수사 결과가 기존 재판에 영향을 미쳐 대통령과 측근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필리버스터가 끝나면 청와대 앞 등 장외투쟁으로 대여 공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반대 빌미 모두 삭제”…“정치검찰과 공범”
반면 민주당은 검찰이 과거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회유하거나 증거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독립적인 수사로 진상을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같은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국민의힘에서 반대의 빌미로 삼았던 부분들을 완전히 없앤 법안”이라며 “공소취소 관련 조항뿐 아니라 기존 사건 이첩요구권을 모두 삭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리버스터에 나선 국민의힘을 겨냥해 “법과 사실을 왜곡해 국민 위에 군림했던 정치검찰과 공범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실행자뿐 아니라 지시·보고 체계까지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야당이 문제 삼았던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수정안에서 삭제했다. 기존 사건의 이첩 요구권과 영장 전담 법관 설치 조항도 제외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야당이 문제 삼았던 공소취소 관련 내용을 완전히 제거했고, 그와 관련된 모든 공소 관련 내용도 꼼꼼히 정리해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특검이 기존 기소의 위법성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수사 대상 12건·최대 309명·최장 200일
이번 특검법은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국가정보원·감사원 등 국가기관의 조작수사·조작기소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사 대상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성남FC 후원금 사건, 위증교사 사건 등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포함해 모두 12건이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통계 조작 사건의 표적 수사 의혹도 포함됐다.
특검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을 포함해 최장 200일이며, 수사팀 규모는 특별검사를 포함해 최대 309명으로 설계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4일 민주당 주도로 수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이후 여야는 본회의 상정을 놓고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5일 국회 본회의에 특검법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오후 4시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박형수 의원이 7시간 넘게 첫 반대 토론에 나섰고, 주진우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직후 토론 종결 동의안을 제출하고, 24시간이 지난 6일 오후 표결을 추진하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냈다. 민주당은 10일 공포를 거쳐 21일께 특검 임명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정치 공방에 가려진 ‘의혹의 실체’
문제는 특검의 필요성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정작 규명해야 할 의혹의 실체와 법률적 쟁점을 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 과정에서 진술 강요나 증거 조작 등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국가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남용됐다면 사법 정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다.
반대로 특검이 특정 정치인의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기존 사법 절차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쓰여서도 안 된다.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특검의 정당성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27년도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한 시점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민생 입법과 예산 심사로 번질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이어 장외투쟁까지 예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고, 민주당은 개혁 입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작기소 의혹의 진상규명과 대통령 관련 재판의 독립성 보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특검이 필요하다면 수사 범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그 결과가 기존 재판에 미치는 영향 역시 법률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치검찰의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밝히는 일도, 대통령을 포함한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일도 똑같이 중요하다.
여야가 서로를 향해 “이재명 구하기”와 “정치검찰 공범”이라는 낙인을 찍는 데 머문다면 특검을 둘러싼 국민적 불신만 깊어질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를 향한 거친 공세가 아니라, 특검의 필요성과 한계, 수사의 공정성을 국민 앞에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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