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금융권에서 잇따른 해킹 사고로 47만건이 넘는 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금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2차 사기까지 등장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 추가 금융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보안체계 점검과 피해 예방 조치에 나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서울 여의도 금융보안원에서 ‘AI 시대 보안체계 혁신을 위한 전 금융권 간담회’를 열고 최근 금융권 침해사고 현황과 보안체계 개편 방향을 공개했다.
금융당국이 집계한 침해사고는 지난 9월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총 37개사에서 40건으로, 이 과정에서 약 47만3000건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업권별로는 전자금융업이 10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금융투자회사와 저축은행이 각각 5개사, 은행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 각각 4개사로 집계됐다. 보험사와 가상자산사업자에서도 각각 3개사가 침해사고를 신고했다.
유출된 정보에는 고객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이 포함됐다. 다만 계좌 비밀번호 등 직접적인 부정결제로 이어질 수 있는 정보의 유출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일부 소규모 가상자산거래소와 전자금융업자 등에서는 약 10억원 규모의 자금 탈취 사고도 발생했다. 주로 고객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계정에서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개별 이용자의 직접적인 손실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기관 사칭에 가짜 피해자 모임까지…교묘해진 사기
금융권 정보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다시 노리는 사기 수법도 확인됐다.
금융보안원은 이날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피해금 일부를 돌려주겠다며 추가 입금을 유도하는 금융기관 사칭 사기에 주의를 당부했다.
사기범들은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금융보안원을 사칭한 허위 안내문을 전달했다. 이후 가짜 피해자 모임 단체 채팅방으로 유인해 피해금 환급 정책이 존재하는 것처럼 속이고 추가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특히 공신력 있는 기관의 명칭과 피해자 모임을 악용해 신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기존 보이스피싱과 차이가 있다. 이미 금전적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환급 기대심리를 이용해 또 다른 피해를 유도하는 셈이다.
금융보안원은 보이스피싱 피해금 환급을 위한 별도의 특별 구제 보조금 지급 정책을 운영하지 않으며, 환급을 조건으로 금전 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잇따른 침해사고와 금융기관 사칭 범죄가 맞물리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는 정교한 사기 수법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회사의 정보보호 역량과 사후 대응체계가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당국, 580여개사 전수점검…경영진 책임 강화
금융당국은 은행과 보험, 증권 등 전통 금융업권을 비롯해 전자금융업과 가상자산업 등을 포함한 약 580개사를 대상으로 보안 취약점과 내부통제 운영실태를 전수점검할 방침이다.
특히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최고경영자(CEO)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등의 보안관리 책임도 살펴볼 예정이다. 중대한 관리 부실이나 대응 소홀이 확인되면 경영진에게도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다크웹 등에서 유통되는 개인정보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체계를 강화하는 등 2차 피해 차단에도 나선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의 일정 부분을 금융회사가 배상하도록 하는 무과실책임 제도 도입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금융권의 보안 대응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며, 고객의 정보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금융보안원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피해금 환급을 조건으로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송금하지 말고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에 즉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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