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품은 오랜 역사에 동시대적인 감각을 덧입히거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예술적 영감을 채워주는 등 저마다의 확고한 미학과 철학을 지닌 신상 호텔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습니다. 120년 역사의 종로 랜드마크에 둥지를 튼 비밀스러운 호텔부터, 재개발을 앞둔 동네에 홀연히 나타나 아름다운 혼돈을 빚어내는 시한부 여관, 군산 원도심의 낭만을 오감으로 깨우는 복합 문화 스테이, 그리고 고전적인 예술적 영감이 흐르는 파리의 매혹적인 부티크 호텔까지. 짐을 싸는 순간부터 가슴을 설레게 할 신상 호텔을 살펴보시죠.
까치호텔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낭만적으로 교차하는 종로 한복판, 120년의 묵직한 역사를 지닌 서울 YMCA 건물 8층에 비밀스럽게 문을 연 곳이 까치호텔입니다. 대로변에서는 간판조차 쉽게 눈에 띄지 않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내내 마치 금주법 시대의 스피크 이지 바를 찾아가는 듯한 묘한 짜릿함을 선사하죠. 호텔의 이름은 반짝이는 물건을 수집하는 까치의 습성에서 영감을 받아 역사적 건물이 품은 숨겨진 가치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서구적인 스테인드글라스와 유려한 둥지 형태의 천장, 그리고 한국 고유의 타공 한지, 옻칠, 황토가 한 공간에서 이채롭게 어우러지며 독보적인 젠 무드를 뿜어냅니다. 30개의 객실 안에는 전통 가구인 서안(낮은 책상)이 놓여 있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더했죠. 1970년대 음악이 흘러나오는 플레이어는 아날로그 감성을 한껏 자극합니다. 체크인과 함께 1층 까치 바에서 전통차 베이스의 칵테일을 마시고, 이튿날 아침 2층 카페 데이로우에서 여유로운 조식을 즐기며 종로의 낭만을 완벽하게 만끽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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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커리 호텔
화려하고 역동적인 강남의 스카이라인과 한강 변 잠수교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용산구 동빙고동에 믿기 힘든 힙한 숙소가 등장했습니다. 유명 카페 어니언을 이끄는 유주형 대표가 재개발을 앞둔 한남 5구역의 40년 된 낡은 여관 잠수장을 리모델링해 탄생시킨 치커리 호텔입니다. 철거를 앞두고 곧 허물어질 시한부 장소라는 역설적인 운명을 품고 있는데요. 오히려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쿨하게 껴안으며 지금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죠. 단 8개뿐인 객실은 수십 년간 덧발라진 낡은 벽지의 흔적을 억지로 덮지 않고 정성껏 갈아내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살려냈습니다. 옥색 변기와 옛 복도의 붉은 카펫마저 그대로 보존해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아름다운 혼돈을 완벽하게 연출합니다. 객실 문을 열면 서양식 호텔 침구 대신 거대한 보자기 안에 한국식 요와 이불이 포근하게 담겨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요. 오래된 여관의 뼈대에 동시대 예술과 감각을 가득 채워 넣은 이 매력적인 공간에서 특별한 영감의 밤을 보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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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인그리드
전북 군산 원도심의 한적한 골목길을 유유히 걷다 보면 시선을 확 사로잡는 짙은 겨자색과 코랄 핑크빛 건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원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의 대미를 장식하며 문을 연 호텔 인그리드입니다. 1960년대 오래된 여관이 있던 자리에 새롭게 지어진 이곳은 개항 이후 형성된 군산의 격자형 도시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그 이름을 지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묵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돌과 나무, 금속 등 세월의 질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물성 강한 소재들을 세심하게 사용했죠. 9가지 타입으로 나뉜 24개의 객실은 대부분 널찍한 발코니를 품고 있어 아침이나 해 질 녘 빛으로 물드는 원도심의 풍경을 찬찬히 눈에 담기에 완벽합니다. 무엇보다 투숙객은 객실을 벗어나 1층 그라운드 존을 자유롭게 오가며 다채로운 미식을 탐닉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남부식 젤라토를 선보이는 노베오, 화덕 피자와 다이닝이 있는 파라디소90, 그리고 황홀한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는 재즈클럽 머디까지 한 블록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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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마그니피크 파리
프랑스 파리에 새롭게 등장한 르마그니피크파리는 이름 그대로 찬란하고 매혹적인 파리지앵의 감성을 한껏 끌어올린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공간입니다. 14구 몽파르나스와 퐁다시옹 카르티에 인근에 자리한 이곳은 파리의 고풍스러운 건축물 외관을 우아하게 유지한 채 내부를 동시대적인 하이엔드 부티크 호텔의 세련된 감각으로 완벽하게 탈바꿈시켰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프렌치 클래식이 묻어나는 앤틱한 가구와 모던한 조명이 유려하게 교차하며 오감을 만족시키는 예술적 텐션이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는데요. 푹신한 침대에 누워 큰 창밖으로 펼쳐지는 파리 시내의 로맨틱한 스카이라인과 클래식한 테라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고전 흑백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환상에 푹 빠지게 되죠. 최고급 식자재로 차려내는 다이닝과 섬세한 서비스는 덤입니다. 번잡한 일상과 관광지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가장 우아하고 사적인 파리에서의 시간을 온전히 음미하고 싶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