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대기에 지인 추천까지…우려가 현실 된 '레·테 규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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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대기에 지인 추천까지…우려가 현실 된 '레·테 규제' 후폭풍

르데스크 2026-11-05 16: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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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4세·7세 고시 금지법'이라 불리는 학원법 개정안의 부작용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약 없는 대기에 부모와 아이 모두 혼란을 겪는가 하면 지인 추천제, 형제 우선배정 등을 채택한 학원까지 등장해 소위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도 더욱 공고해졌다. 전부 법안 논의 단계부터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처럼 언급됐던 내용들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막는 방식으론 명확한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규제 실패 사례'라고 진단했다.

 

입학·레벨 테스트 사라지자 기상천외 방식 속속 등장, 학부모들 "혼란·부담만 커졌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지영 씨(36·여·가명)는 요즘 부쩍 바빠졌다. 내년에 5살(연 나이 )이 되는 아이의 유치원과 학원 등을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지난달 시행된 학원법 개정안 여파로 입학·레벨 테스트가 사라지면서 입학 과정이 더욱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대부분의 학원이 테스트를 진행하니 준비에 큰 부담이 없었지만 요즘엔 전부 제 각각이다 보니 준비할 게 더 많아진 느낌이다. 아예 지인의 추천으로만 등록이 가능한 유치원이 있는가 하면, 일단 1개월 정도 예비 등록 상태로 수업을 진행한 후 최종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학원도 있다.

 

▲ 이른바 '4세·7세 고시 금지법'으로 불리는 학원법 개정안 시행 이후 새로운 선발 방식이 등장하면서 학부모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한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걸린 원생 모집 안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김 씨는 "레테(레벨 테스트) 금지법이 시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이런 혼란을 충분히 예상했지만 막상 겪고 나니 꽤 혼란스럽다"며 "예전에는 그냥 레테 준비만 하면 됐는데 요즘에는 유치원이나 학원 마다 전부 등록 방법이 다르니 아이도 그렇고 나도 너무 바빠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누구는 '안 하면 되지 않냐'라고 말하겠지만 아이가 '이것 배우고 싶다'하면 어떻게든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며 "너무 한 쪽 이야기만 듣고 섣부르게 규제를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양주은 씨(34·여·가명)도 요즘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시간이 늘었다. 내년에 7살(연 나이) 되는 아이의 국어·수학 학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에전엔 레테 준비만 하면 됐다면 지금은 등록 단계부터 전부 다시 확인해야 한다. 학원 마다 등록 방식이 전부 다른 탓이다. 일례로 한 유명 수학학원의 경우 이미 학원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 9월 테스트를 전부 끝낸 탓에 등록 자체가 어렵다. 또 다른 수학학원은 예비 등록이 가능한데 그 전에 부모에게 아이에 대한 질문지를 작성토록 한다. 질문 내용은 아이의 학습 수준에 대한 간단한 질문이지만 혹시라도 답변을 잘못 기재할 시 등록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변 지인들에게 작성 노하우를 듣고 있다.

 

양 씨는 "2년 후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그 전에 최소한 학습 방식이나 태도라도 익히게 하고 싶어서 부랴부랴 학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학원 마다 등록 방식이 전부 다르니 그만큼 할 일도 많아졌다"며 "누구나 같은 돈을 쓸 거면 조금 더 다른 사람들 후기가 좋은 곳에 보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보니 경쟁률도 그만큼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라리 예전 같이 레벨 테스트 딱 보고 끝내면 오히려 부담이 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장 공정하고 깔끔한 방식이 사라지고 다른 불필요한 과정이 생겼는데 그 부담이 학부모와 학생에게 전가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최근 강남과 목동 등 주요 학군지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원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자녀의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갑자기 바뀐 유치원·학원 등록 방식에 혼란을 겪는 것은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다. 최근 강남이나 목동, 지방의 유명 학군지 등을 중심으로 학원법 개정안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거칠 수밖에 없는 선별 과정이 막혀 버린 결과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선별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은 온전히 학부모와 아이들의 몫이 돼버린 것이다.

 

덕분에 학원 정보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이용 빈도도 부쩍 늘었다. 과거에 비해 게시물이나 채팅방에 올라오는 대화 내용 개수만 보더라도 기존의 2~3배 가량 늘었다는 게 대다수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거주하는 강서윤 씨(40·여·가명)는 "확실히 맘카페(온라인 커뮤니티)나 지역 엄마들 단톡방에 올라오는 게시물이나 채팅 숫자가 엄청 늘어났다"며 "예전에는 병원이나 약국, 마트 등과 같은 생활 정보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영어유치원이나 학원과 관련된 정보 비중이 높은 편이다"고 귀띔했다.

 

이에 르데스크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강남·서초·송파 지역 학부모들이 모여 있는 한 단체 채팅방에 입장해 수일에 걸쳐 실제 대화 내용을 확인해봤다. 하루 평균 올라오는 채팅은 그 숫자를 헤아리는 것조차 불가능했고 1시간으로 쪼갰을 때는 평균 약 300~500건 가량으로 추산됐다. 이슈가 되는 화두가 등장했을 때는 1000건을 가볍게 넘기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채팅 내용은 영어유치원이나 학원 정보가 주를 이뤘는데 크게 필요 유무에 대한 질문, 특정 유치원·학원에 대한 평판, 입학(등록) 방식 변화, 합격 통보나 발표 일정 등으로 구분됐다.

 

▲ 학부모들이 학원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빈도도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르데스크

 

특히 채팅방에 입학(등록) 방식이나 합격 발표 등과 같은 화두가 올라왔을 때는 어김없이 바뀐 규정에 대한 푸념이 등장했다. "레테가 제일 깔끔했다" "왜 이렇게 복잡하고 피곤하게 만들었냐" "지인추천 생길 줄 알았다" "엄마들만 더 바빠졌다" "막는다고 막아질 거라고 생각한 게 신기하다" 등의 식이었다. 선착순이나 지인추천 등록 방식을 채택한 학원이나 유치원의 등록을 도와 달라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온라인 선착순 등록 알바 아시는 분 있나요" "OOO 학원 지인추천 도와주실 분" "OOO 선착순 등록 번호 뒷 번호라고 생각하시는 분 몇 번 인가요" 등의 내용이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어린 아이들에게 과도한 학습을 강요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학원법 개정안의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극히 일부의 부작용만을 고려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누구보다 아이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무조건 막는 방식을 선택한 부분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도 보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린아이들에게 과도한 경쟁과 학습 부담을 주는 것은 분명 개선해야 할 문제지만, 단순히 시험을 금지하는 것만으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며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싶어 하는 부모의 심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교육 수요 자체를 없애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평가 방식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선발 기준이 등장하면 오히려 학부모의 정보력이나 인적 관계에 따라 교육 기회가 달라질 수 있다"며 "규제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학부모와 아이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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