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그늘, 흔들리는 K뷰티/②끝]전쟁이 바꾼 K뷰티 수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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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그늘, 흔들리는 K뷰티/②끝]전쟁이 바꾼 K뷰티 수출지도

비즈니스플러스 2026-11-05 08:54: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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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K뷰티 산업이 지정학적 위기라는 새로운 변수에 직면했다. 중동 지역의 전쟁은 원유와 석유화학 원료 가격, 국제 물류망을 흔들며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생산과 수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는 서방 브랜드의 빈자리를 한국 화장품이 채우는 역설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쟁의 충격은 기업 규모와 수출 지역, 공급망 구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번 기획에서는 전쟁이 K뷰티 산업의 제조·유통·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국내 기업들의 대응 전략과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전쟁이 K뷰티의 글로벌 수출지도를 바꾸고 있다. 중동에서는 군사적 충돌에 따른 항공·해상 물류 차질로 한국 화장품의 현지 배송이 중단되는 반면, 러시아에서는 서방 화장품 브랜드의 철수 이후 한국 브랜드가 시장을 확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같은 전쟁 리스크라도 국가별 시장 구조와 유통 환경에 따라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7개월째를 넘어가면서 한국에서 중동으로 가는 해상 운송 비용이 5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으로 가는 해상 운송 비용은 지난해 2월 컨테이너당 1200달러에서 지난달 6400달러로 상승했다.

이에 화장품을 포함해 중고차, 자동차 부품을 중동으로 수출한 약 1만개의 국내 중소기업이 물류 비용 상승과 계약 취소 등의 피해를 보고하고 있다. 중소 브랜드는 운송비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중동 지역은 최근 K뷰티 업계가 주목해온 신흥시장 중 하나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브랜드들은 온라인 판매뿐 아니라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에도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올해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면서 이 같은 사업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지난 3월 초 일부 중동 국가의 영공 폐쇄와 국제 항공 특송 서비스 중단으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배송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글로벌 아모레몰은 당시 DHL의 중동 항공 특송 서비스가 중단되자 해당 지역 주문을 일시 중지했다. 다만 회사 측은 세포라 등 기존 현지 유통채널에서 판매되는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쟁의 영향이 모든 판매채널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현지 재고를 확보한 오프라인 매장은 영업을 이어갈 수 있지만 한국에서 직접 배송하는 역직구 채널은 국제 운송망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CJ올리브영의 글로벌몰도 당시 중동 지역 배송 지연과 중단을 공지했다. 이후 일부 지역에서 배송을 재개했지만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물류 차질은 단순히 배송 기간이 늘어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화장품 브랜드가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중요한 요소인 신제품 출시 일정과 판촉 행사, 재고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해외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브랜드는 정해진 시점에 상품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 현지 거래처와의 관계에 부담을 받을 수 있다. 판매가 늘어나는 시기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면 시장 확대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중동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던 국내 화장품 기업들로서는 전쟁 장기화가 부담스러운 이유다.

반면 러시아에서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났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러시아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면서 현지 화장품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졌다.

그동안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 브랜드가 차지했던 유통 공간에 한국 화장품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제품들이 진입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K뷰티 기업들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된 셈이다.

러시아 소비자들은 기존 서방 브랜드를 대체할 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한국 화장품은 스킨케어 제품의 다양성과 가격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조선미녀, 메디큐브, 달바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러시아 유통 확대는 이러한 시장 재편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산 화장품의 대러시아 수출액은 445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0% 증가했으며 1~9월 누계는 3억3180만달러로 21% 늘었다.

다만 러시아 시장의 성장이 전쟁에 따른 위험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전쟁 지역과 인접한 물류시설의 피해 가능성, 국제 금융거래 제약, 환율 변동, 경제제재와 관련된 규정 등은 여전히 국내 기업들이 관리해야 할 위험 요인이다.

러시아에서 제품이 잘 팔리더라도 현지 유통업체로부터 판매대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고 국제 제재 규정을 준수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 기업들이 북미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은 단순한 매출 확대 전략을 넘어 특정 국가와 지역의 위험을 분산하는 수단이기도 하다"며 "전쟁이 바꿔놓은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에서 제품이 많이 팔리느냐뿐 아니라 해당 시장의 성장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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