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의 최대주주 자리가 호반그룹으로 넘어갔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추가 매입이 예정돼 있어 연말 지분 구도는 다시 뒤집힐 수 있다. 양측의 지분 격차가 0.11%p에 그치는 가운데 델타항공과 산업은행 등 주요 주주의 의결권 향방,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이사회 구성까지 맞물리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긴장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진칼은 4일 호반건설과 특수관계인 3곳이 보통주 1381만4053주(20.69%)를 보유해 최대주주가 기존 '조원태 외 18인'에서 '호반건설 외 3인'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조 회장 측 지분은 1373만8919주(20.58%)로 호반 측보다 7만5134주 적다. 최대주주 변경은 호반산업의 장내 매수에 따른 것이다. 호반산업은 보유 주식을 11만2145주에서 47만1524주로 35만9379주 늘렸다. 호반건설은 11.50%, 호반호텔앤리조트는 8.34%, 호반은 0.15%를 보유하고 있다.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는 2022년부터 이어졌다. 호반건설은 그해 3월 사모펀드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 940만주(13.97%)를 564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KCGI는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주주행동주의 세력으로, 호반의 진입은 기존 지분 경쟁의 한 축을 교체하는 계기가 됐다. 호반은 이후 콜옵션 등을 활용해 지분을 늘렸고, 2022년 12월에는 보유 지분 5.0%를 팬오션에 매각했다가 2023년 12월 팬오션이 보유한 5.85%(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다시 사들였다.
이후에도 계열사를 통한 장내 매수가 이어졌다. 호반그룹 지분율은 2025년 말 18%대 후반으로 높아졌고, 올해 7월 10일에는 20.15%까지 올라 조 회장 측과의 차이를 0.42%p로 좁혔다. 11월 들어 조 회장 측 지분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호반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고, 4일 공시로 최대주주 변경이 확인됐다. 다만 호반그룹은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기재하고 있으며, 이사 후보 추천이나 경영진 교체 요구 등 경영 참여 계획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지분율 역전만으로 경영권 인수 의사를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조 회장 측도 대응에 나섰다. 조 회장은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주당 11만4000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거래 규모는 370억5000만원이다. 매수 예정 기간은 12월 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다. 계획대로 전량 매입하면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1.07%로 높아져 호반 측을 다시 앞설 수 있다. 다만 정기 주총 의결권 기준일이 12월 31일인 만큼 실제 매입 시점도 변수다. 기준일 전후에 따라 다음 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최대주주 지위와 실질적인 경영권은 구분해야 한다. 조 회장 측과 별도로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14.90%, 산업은행은 10.58%를 보유하고 있다. LX판토스 등도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주주로 거론된다. 이들 지분을 단순 합산하면 조 회장 측의 의결권 기반은 한층 커지지만, 특수관계인 지분처럼 자동으로 같은 방향으로 행사되는 것은 아니다. 각 주주의 투자 목적과 주총 안건에 따라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
산업은행의 10.58%는 중장기 변수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했다. 별도로 인수한 3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교환사채는 지난해 12월 상환받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항공사 출범이 12월 17일로 예정돼 투자 회수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산업은행은 4일 지분 매각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합 진에어 출범도 내년 3월 예정돼 있어 항공산업 재편이 마무리되는 시점과 지분 처리 방향이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통합 일정만으로 매각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내년 3월 정기 주총은 지분 경쟁이 이사회 구성으로 이어질지를 가늠할 시험대다. 한진칼은 올해 3월 주총에서 정관상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했다. 소수 주주가 이사 선임 과정에서 의결권을 집중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산업은행이 투자합의서에 따라 추천한 독립이사 3명의 임기도 내년 3월 만료될 예정이다. 호반이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꾸고 이사 후보를 내세울 경우 이사회 일부에 영향력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사 일부 선임과 이사회 과반 확보, 대한항공 경영권 변경은 서로 다른 단계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양측의 지분 확보 경쟁이 주주총회 의결권 기준일인 12월 31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내년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와 독립이사 임기 만료가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증권가에선 공시와 실제 매입 규모에 따라 한진칼 주가의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경영권 이전까지는 우호 주주의 표심과 산업은행 지분 처리 등 넘어야 할 단계가 남아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의 지분 매집이 당장 경영권을 겨냥했다기보다 향후 선택지를 넓히려는 투자 성격이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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