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유경훈 기자] 남강의 푸른 물길과 깎아지른 절벽, 그 위에 우뚝 선 촉석루. 아름다운 풍광에 임진왜란의 역사와 논개의 충절이 깃든 진주의 대표 명소가 국가 명승으로 이름을 올렸다. 진주가 국가지정 자연유산 명승을 보유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주시는 4일 국가유산청 지질·명승·조경분과 국가유산위원회 최종 심의에서 '진주 남강·촉석루 일원'이 국가지정 자연유산 명승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진주에는 보물 27점을 포함해 국가 지정 문화유산 43점이 있지만, 그동안 명승은 없었다. 이번 지정으로 역사적 가치와 자연경관을 함께 품은 진주의 대표 관광자원이 국가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남강·절벽·촉석루가 빚은 절경…역사문화경관 전체 가치 인정
명승으로 지정된 곳은 경남 진주시 본성동 진주성 일대다. 남강을 따라 형성된 자연 절벽과 구릉, 진주성 성곽과 촉석루를 비롯해 의암, 의기사(義妓祠), 의암사적비(義巖事蹟碑) 등이 하나의 역사문화경관을 이룬다.
국가유산청은 남강과 절벽을 활용한 독특한 입지, 진주성에서 촉석루와 의암으로 이어지는 조화로운 경관, 오랜 세월 유지된 풍광의 연속성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김시민 장군이 이끈 진주대첩과 논개의 순국 정신이 서린 역사적 상징성도 중요한 지정 배경으로 꼽혔다. 영남을 대표하는 경승지로서 문학과 회화 등 예술 작품에 꾸준히 등장해 온 문화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이번 명승 지정은 촉석루라는 개별 건축물을 넘어 남강과 성곽, 자연 절벽, 역사 유적이 어우러진 공간 전체의 가치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촉석루는 1241년 고려 고종 때 진주목사 김지대가 처음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진주성 남쪽의 장대(將臺)로 전쟁 중에는 군사 지휘소 역할을 했고, 평상시에는 연회와 풍류를 즐기는 장소로 활용됐다.
절벽 위에서 남강을 내려다보는 탁월한 조망을 자랑하며, 밀양 영남루와 평양 부벽루와 함께 조선시대 대표 누각으로 손꼽힌다.
1948년 국보였던 촉석루…보물 승격도 추진
진주시는 이번 명승 지정과 함께 촉석루의 보물 승격에도 힘을 쏟고 있다.
촉석루는 1948년 국보로 지정됐지만 한국전쟁 당시 화재로 소실되면서 지정이 해제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진주고적보존회를 중심으로 국비와 지방비, 시민 성금을 모아 복원에 나섰고, 1960년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세워졌다.
복원 당시 국가 승인과 전문가의 설계·감독을 거쳤으며, 관련 문서와 설계도도 남아 있다. 1983년 경상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촉석루는 2020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승격됐다.
진주시는 촉석루의 국가유산 가치를 다시 인정받기 위해 지난 8월 7만1,500여 명의 시민 서명을 모았으며, 10월 국가유산청에 보물 지정 요청서를 제출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남강의 수려한 자연과 진주성의 역사, 시민들의 호국·충절 정신이 어우러진 진주의 소중한 유산”이라며 “그 가치를 체계적으로 보존하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국가유산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1963년 진주성이 사적으로 지정된 이후 60여 년 동안 고도 제한 등 각종 규제를 감내하며 역사유산을 지켜온 시민들의 헌신이 이번 명승 지정의 밑거름이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진주시는 앞으로 남강과 진주성을 연결하는 역사·문화 관광 콘텐츠를 확충하고, 경관 보존을 전제로 관람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관광객들이 진주의 역사와 자연유산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해설 프로그램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