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은행과 증권사 13곳에 총 3746억원 규모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주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첫 대규모 제재이자 금융위원회 역대 최대 금전 제재다.
금융당국은 투자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고객의 재산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위험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에 책임을 물었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제19차 정례회의를 열고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과정에서 금소법을 위반한 7개 은행과 6개 증권사에 과징금 3712억4200만원과 과태료 33억9000만원 등 총 3746억3200만원을 부과하기로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은행권에는 과징금 3619억6000만원과 과태료 17억7800만원 등 총 3637억3800만원이 부과됐다. 제재 대상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우리·Sh수협은행 등 7곳이다.
금융회사별로는 KB국민은행의 제재 규모가 가장 컸다. KB국민은행은 과징금 1723억3400만원과 과태료 13억원 등 총 1736억34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과징금만으로도 전체 은행권 부과액의 약 47.6%를 차지한다.
하나은행은 과징금 924억7500만원을 부과받아 뒤를 이었다. NH농협은행은 과징금 401억7500만원과 과태료 4억2000만원 등 총 405억9500만원, 신한은행은 과징금 387억4500만원을 각각 부과받았다.
SC제일은행에는 과징금 179억원과 과태료 1600만원, 우리은행에는 과징금 3억3100만원이 부과됐다. Sh수협은행은 과태료 4200만원을 부과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KB·신한투자·NH투자·한국투자·삼성증권 등 6개사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과징금은 92억8200만원, 과태료는 16억1200만원으로 총 108억9400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과징금 92억4500만원과 과태료 1200만원 등 총 92억5700만원을 부과받아 증권사 가운데 제재 규모가 가장 컸다.
삼성증권에는 과태료 10억원, KB증권에는 과태료 3억원이 부과됐다. 미래에셋증권은 과징금 400만원과 과태료 3억원, NH투자증권은 과징금 2300만원, 신한투자증권은 과징금 1000만원을 각각 부과받았다.
금융당국은 이번 검사에서 금융회사들이 홍콩 H지수 ELS 관련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7개 은행은 홍콩 H지수 ELS를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누락하거나 분석 대상 기간을 변경한 운용자산설명서를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수익률 모의실험은 과거 시장 상황을 토대로 투자상품의 수익과 손실 가능성을 살펴보는 절차다. 금융당국은 해당 결과를 누락하거나 분석 기간을 변경한 설명서를 사용하면서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일부 은행은 상품의 손익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안내한 사실도 드러났다.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된다는 설명에 그치면서 실제 손실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성 등 주요 투자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
투자자 적합성 평가에서도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일부 은행은 일반금융소비자의 재산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투자성향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홍콩 H지수 관련 상품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투자 권유와 판매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행위가 금소법상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투자자가 상품의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재산상황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선택하도록 보장하는 소비자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증권사에서도 투자자 적합성 원칙 위반과 위험등급 관련 유의사항 설명 누락, 부당권유금지 위반 등이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위반 내용을 토대로 6개 증권사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확정했다.
금융위는 “이번 제재가 다수의 금융소비자와 주요 금융기관이 관련된 금소법 위반 첫 사례라는 점에서 법리 검토와 사실관계 확인에 중점을 뒀꼬 여러 차례 심의를 거쳐 법과 원칙에 따른 제재 수준을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햇다.
이번에 확정된 과징금과 과태료는 금융위가 부과한 금전 제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방침이다.
향후 불완전판매 등 금소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제재하는 한편 과징금 부과를 통한 부당이득 환수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상품 판매 현장의 소비자보호 제도를 보완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금융위는 투자성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상품 설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027년 1분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사가 소비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영업해야 한다는 금융소비자보호원칙 도입도 추진한다. 관련 금소법 개정안에는 해당 원칙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에 반영하고, 원칙 준수 여부를 제재 감경 근거로 활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조속한 입법을 위해 법안 심사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