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했다. 당초 4조원에 육박했던 은행권 과징금은 최종 3619억원으로 낮아졌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1조4000억원과 비교해도 1조원 이상 감소한 규모다. 검사 착수 이후 약 3년간 이어진 제재 절차가 마침내 결론을 맺었다.
4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홍콩 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한 은행 7곳과 증권사 6곳에 대한 제재를 의결했다. 과징금은 총 3712억4200만원으로 확정됐다. 여기에 과태료 33억9000만원을 더하면 전체 금전 제재액은 3746억3200만원이다.
전체 과징금 가운데 은행 몫이 3619억60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회사별로는 KB국민은행이 1723억3400만원으로 가장 큰 금액을 부담하게 됐다. 하나은행(924억7500만원), NH농협은행(401억7500만원), 신한은행(387억4500만원), SC제일은행(179억원)이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3억3100만원을 부과받았으며 수협은행에는 과징금 대신 과태료 4200만원이 내려졌다.
증권사에 대한 과징금은 92억8200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이 92억45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2300만원, 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미래에셋증권에는 4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KB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3억원, 10억원의 과태료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가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은행권에서는 과거 기초자산의 움직임을 토대로 수익과 손실을 추정한 모의실험 결과를 안내하지 않거나, 분석 기간을 바꿔 작성한 자료를 활용한 사례가 적발됐다.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전달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손익이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일반적인 설명에 그치면서 실제 지수 변동 폭에 따른 손실 위험은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의 재산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투자성향 평가를 진행하고 고위험 상품을 권유한 사례도 확인됐다.
증권사 역시 투자자의 투자 목적과 위험 감수 능력을 고려해야 하는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품의 위험등급과 관련한 주의사항을 빠뜨리는 등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례와 부당권유 행위도 제재 사유에 포함됐다.
4차례 조정 거쳐 과징금 대폭 축소
이번 제재에서 가장 큰 변화는 과징금 규모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지난 2023년 11월 검사에 착수한 뒤 처음 산정한 은행권 과징금은 약 4조원이었다. 이후 지난해 11월 사전 통보 단계에서 약 2조원으로 조정됐고, 올해 2월 제재심에서는 1조4000억원 안팎으로 다시 낮아졌다.
금융위는 5월 금감원에 제재안의 사실관계와 법률적 검토를 보완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금감원은 재검토를 거쳐 6월 과징금을 약 6000억원으로 재산정해 제출했다. 금융위 심의를 거친 최종 금액은 이보다도 2000억원 이상 적은 3619억원으로 결정됐다.
최종 감경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감독규정이 근거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피해를 얼마나 배상했는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따져 과징금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은행들이 이미 지급한 피해 배상액이 부당이득 규모를 웃돈다는 점과 일부 은행의 관련 민사소송 승소 결과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품 판매 당시가 금소법 시행 초기였다는 점도 감경 요인으로 거론된다.
금융위는 주요 금융기관이 연루된 금소법 위반 첫 사례인 만큼 제재 수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법리 검토와 심의를 거듭했다고 밝혔다. 최종 제재액은 금융위 출범 이후 가장 큰 금전 제재 규모다.
다만 제재가 확정된 이후에도 금융회사들의 대응은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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