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8·17 전당대회 기간 내내 더불어민주당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반명(반 이재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 연합설’이 결국 실체적 증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나면서, 의혹을 제기했던 김민석 대표가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김 대표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눈물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지만, 당내 친청(친 정청래)계는 물론 야권에서조차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사태의 전환점은 지난 3일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총이다. 당초 이날 의총에서는 당원정비 태스크포스(TF) 단장인 박선원 최고위원이 신천지 집단 입당 의혹 관련 조사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제안으로 보고 일정이 전격 취소됐고, 직접 단상에 올라 입장을 밝혔다.
김성회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김 대표는 “신천지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우리 당 누구도 그런 부분을 인지적으로 주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사 결과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 연합 증거는 없었다. 혹여라도 본의 아니게 피해 입으신 분들께는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제 불찰로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최고위원이 제기했던 특정 지역의 신천지 대규모 입당 주장 역시 사실무근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비공개 의총에서의 ‘눈물 사과’로 사태를 봉합하기에는 김 대표의 과거 발언과의 간극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예비경선 합동연설회 당시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 연합을 깨는 게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이라며 경쟁자였던 정청래 전 대표 측을 정조준했다.
당시 증거 제시 요구가 빗발치자 “제게 맡겨달라.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인 근거를 하나하나 공개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결국 단 하나의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사실무근이라는 백기를 든 셈이다.
의총장 내부에서도 즉각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박 최고위원은 “그동안 조사한 사람은 뭐가 되나. 보고할 기회도 안 주고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반발했고, 최민희 최고위원 역시 “당원들에게 위로의 말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당 지도부는 당내 혼란 최소화를 이유로 조사 결과를 대외에 공표하지 않고 별도 수사 의뢰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비공개 사과는 오히려 불씨를 키운 셈이 됐다. 당장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됐던 정 전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처받은 당원들에게 비공개 의총에서 숨어서 죄송하다고 할 게 아니라 공개 사과하라”며 “당을 심대한 위험에 빠뜨린 해당 행위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밝혀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당원과 정청래는 무죄가 되고 김 대표는 유죄가 된 것”이라고 직격했다.
4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청계 위원들은 김 대표를 향한 고삐를 바짝 쥐어 당겼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모두발언에서 “이 문제가 비공개 의총에서 ‘본의 아니게 죄송하다’는 몇 마디로 끝낼 문제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경선 낙선 목적의 허위 사실 공표를 처벌하는 ‘정당법 제52조 제2항’을 거론하며 “근거 없는 3자 비밀 연합 의혹을 어떤 목적과 근거로 공표했는지, 정당법 위반 여부까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민수 최고위원 역시 “쌍방이 아닌 일방적인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며 “그동안 ‘반명’ ‘신천지’라는 조롱과 모욕을 견뎌온 수백만 당원과 지지자들의 상처가 어찌 비공개 사과 한 번으로 아물겠나. 공개 사과하고 3자 비밀연합 발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면전의 거센 압박에도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당원들을 향한 별도의 공개 사과를 하지 않았다. 대신 “당의 통합과 민생에 매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습 방안만 제시하며 확전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당내 일각에서는 진화에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전용기 청년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갈등을 수습하고 당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눈물까지 보이며 내린 무거운 결단”이라며 “사과를 빌미로 책임지라는 말부터 꺼내면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라고 두둔했다.
5선 중진 박지원 의원도 “울먹이며 사과했다는 보도에 진정성을 느꼈다”며 “일부 의원들의 공개 사과 요구나 책임 운운은 당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 지금은 애당하고 단결할 때”라고 힘을 실었다.
야권은 여당 대표가 스스로 ‘허위 사실 유포’를 자백한 격이라며 일제히 포화를 퍼부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SNS로 “눈물을 찍어대는 신파극으로 적당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며 김 대표의 정계 은퇴와 사퇴를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거짓말을 수습할 수 없으니 눈물로 퉁치고 넘어가려는 것이거나, 신천지 연합이 사실인데 공개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허위 사실 유포든 범죄 은폐든, 어느 경우라도 경찰 수사는 불가피하다. 과거 병풍 공작을 주도했던 김대업과 똑같은 ‘뉴김대업’일 뿐”이라고 맹폭했다.
이어 “대놓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으니 그 자체로 정계 은퇴감”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 역시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허위 사실 유포에 강력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김민석 대표가 신천지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사실상 인정하고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며 “허위 사실 유포는 울 일이 아니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김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히는 동시에, 당내 권력구도를 흔드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승리를 위해 근거 없는 ‘신천지 프레임’을 동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데다, 공개 사과 및 책임론 요구에 계속해서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친청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정당법 위반에 따른 법적 공방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적 치명상을 감수하면서까지 김 대표가 TF 보고를 막아서며 급작스럽게 고개를 숙인 배경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게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모든 짐을 지고 덮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자칫 조사 결과를 내놨다가 당 전체가 크게 흔들릴 정도의 이변이 발생할 리스크를 혼자 짊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비공개 의총에서 그가 사과하며 보인 ‘눈물’이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신천지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도 김 대표인 만큼, 해당 의견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한편, 전당대회 내내 ‘신천지 연루’라는 프레임에 갇혀 방어에 급급했던 정 전 대표는 이번 사태로 강력한 대여 공격 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
김 대표의 사과로 피해자의 입장이 된 정 전 대표가 향후 당무 전반과 조국혁신당 합당 논의 등에서 목소리를 키우며 비주류 구심점으로서 당내 입지를 다시 급격히 넓혀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김 대표의 견제구가 오히려 정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다잡아주는 모양새가 되면서, 민주당 내 주도권 다툼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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