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윤형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Mobile Eccentric Droid)'를 국내 로봇기업들에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함께 로봇 솔루션을 만드는 방식으로 생태계 넓히기에 나섰다. 바퀴 달린 이동 플랫폼은 현대차그룹이 맡고, 그 위에서 구현되는 기능과 서비스는 각 기업이 채우는 분업 구조다.
현대차그룹은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막을 올린 ‘2026 로보월드'(7일까지)에 가온로보틱스, 위고로보틱스, 로아스 등 국내 협력사 3곳과 나란히 참가해 모베드를 활용한 로봇들을 내보였다.
로봇을 상품화하려면 스스로 움직이는 주행 플랫폼부터 갖춰야 한다. 여기에 드는 비용과 시간, 전문 인력은 기업들에게 높은 문턱이 돼 왔다. 현대차그룹은 모베드를 기본 플랫폼으로 제공하면 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협력사들은 업종별 수요에 맞춘 상단 탑재 장치(톱모듈)와 응용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구조다.
이번 전시에서는 같은 플랫폼이 무엇을 얹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로봇으로 바뀌는 사례들이 소개됐다. 가장 많은 제품을 들고 나온 가온로보틱스는 모베드에 순찰, 배송, 분리수거, 세미휴머노이드 모듈을 각각 단 로봇 4종을 전시했다. 관람객이 직접 맡겨볼 수 있는 체험도 마련된다. 택배나 생활용품을 원하는 곳까지 실어다 주는 배송 서비스와, 재활용품을 받아 정해진 장소로 가져다 놓는 분리수거 서비스다. 사람이 요청하면 로봇이 이동해 일을 마치기까지, 생활지원 로봇이 쓰이는 흐름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위고로보틱스의 출품작은 '움직이는 양팔 로봇'에 가깝다. 모베드 위에 로봇팔 두 개를 올린 듀얼암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로, 주행 중에도 물건을 붙잡고 다루는 동작을 시연한다. 두 팔을 따로 움직이거나 함께 쓰는 제어 기술을 비롯해, 로봇 운영체제(ROS)로 전체를 묶어 제어하는 방식과 AI 학습·추론 기술을 덧붙일 수 있는 가능성도 소개했다.
로아스는 순찰용 서비스 로봇을 내놓으면서 모베드의 지형 대응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 비좁은 공간에서의 360도 회전, 몸체를 좌우·위아래로 치우치게 움직여 균형을 잡는 자세 제어, 높이 20cm 턱을 넘나드는 주행을 잇달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움직임을 모베드의 구동 구조로 설명한다. 편심 휠 방식의 DnL(Drive-and-Lift) 모듈이 들어갔고, 네 바퀴 안에 모터를 하나씩 넣은 인휠 방식이라 바퀴마다 따로 구동된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도 주행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면서 몸체 수평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들과의 협업을 이어가기 위해 '모베드 얼라이언스'라는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얼라이언스를 통해 모베드 기반 로봇 개발은 물론 실제 현장 적용, 고객 요구에 맞춘 모듈·솔루션 개발까지 협력 영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플랫폼 기술과 참여 기업들의 로봇·서비스 전문성을 결합해 개별 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국내 로봇 산업 전반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플랫폼을 협력사와 나눠 쓰고 여기에 각 사의 강점을 더하면 산업 현장과 일상 공간에 맞는 로봇 솔루션을 더 폭넓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베드 얼라이언스를 기반으로 협력사와 기술·사업 협력을 확대하고, 국내 로보틱스 생태계의 성장과 상생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는 모베드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는 기업 규모나 협력사 로봇의 상용화 시점, 플랫폼 공급 조건 등 구체적인 사업화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