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엔 손짓, 창구엔 빗장] [르포] "은행 가기도 힘들어요"…고령층에 먼 은행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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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엔 손짓, 창구엔 빗장] [르포] "은행 가기도 힘들어요"…고령층에 먼 은행 문턱

아주경제 2026-11-04 14:32: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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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도봉동 디지털라운지 화상 데스크가 1곳밖에 남아있지 않다 23번 창구는 기계가 없다 사진이서영 기자
신한은행 디지털라운지 도봉동점 화상 데스크가 1곳밖에 남아있지 않다. 2,3번 창구는 기계가 없다. [사진=이서영 기자]
"요즘 장사가 어려워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데, 은행 업무를 보려면 가게 문을 닫고 나가야 할 판입니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김모 씨(66)는 가까운 은행 창구가 사라진 불편을 호소했다. 신한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하는 김씨는 일주일에 2~3차례 은행을 찾지만, 기존 출장소가 디지털라운지로 전환되면서 직원과 직접 상담해야 하는 업무는 수락산역 인근 영업점까지 가야 한다. 주변 상점들도 사정이 어려워 혼자 운영하는 곳이 많은 상황이다. 

고령층에게 은행까지의 거리는 더 큰 부담이다. 올해 도봉구로 이사 온 한모 씨(77·여)는 이날 쌍문역 인근 KB국민은행까지 20분가량 걸어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씨는 "예전에 살던 동네보다 은행이 훨씬 없다"며 "홀대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전 8시 55분 영업점 앞에는 개점 5분 전부터 고객 7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개점 이후 전광판에는 대기인원 5명, 예상 대기시간 17분이 표시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서울 영업점은 2019년 말 1447곳에서 올해 6월 말 1037곳으로 410곳(28.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도봉구는 20곳에서 13곳으로 35% 줄었다. 도봉구의 점포 한 곳당 65세 이상 인구는 6184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으며, 강남구(623명)의 약 10배에 달한다. 고령층 자산관리 시장을 겨냥한 은행권의 고객 유치 경쟁과 달리 일상 금융을 처리할 창구는 줄어들면서, 지역별 금융 접근성의 양극화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김씨가 일하는 상가 주변에는 도봉한신아파트 등 6개 단지, 총 3718세대가 밀집해 있다. 그러나 걸어서 15분 내 은행 이용시설은 신한은행 디지털라운지와 국민·SC제일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정도다. 직원 상담이 필요한 업무는 처리하기 어렵다. 국민·신한은행 수락산역점까지는 디지털라운지에서 도보로 약 20분이 걸린다.

은행권은 점포 축소에 따른 공백을 디지털 점포로 메우고 있다. △신한은행 '디지털라운지' △우리은행 '디지털EXPRESS' △KB국민은행 'KB디지털뱅크' △하나은행 '하나 톡톡 라운지' 등을 운영 중이다. 다만 디지털 점포가 기존 대면 창구를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도봉동 신한은행 디지털라운지에서는 매니저 1명이 고령 고객의 기기 이용을 돕고 있었다. 박모 씨(84)는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인증 절차를 진행했지만 서울사랑상품권을 이용하는 모바일 서비스인 서울페이 관련 문의는 해결하지 못했다. 지역화폐 이용에도 모바일 앱과 본인인증 등이 필요하다 보니 고령층이 금융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디지털라운지의 상주 매니저도 기존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남은 인력마저 철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날 가장 인근에 영업지점 11시 41분, 수락산역점의 입출금·공과금 창구 대기인원은 14명이나 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3월부터 반경 1㎞ 이내 점포 통폐합에도 원칙적으로 사전영향평가와 지역 의견 청취를 의무화했다. 디지털 점포도 안내 인력을 1명 이상 배치해야 폐쇄 점포의 대체수단으로 인정한다. 지난 7월에는 은행 점포가 없는 농어촌 지역 20개 우체국에서 4대 은행의 대출 상담·신청을 대신하는 은행대리업 시범사업도 시작했다. 다만 일부 대출상품과 농어촌 지역에 한정돼 도심 고령층의 일상적인 대면 금융 수요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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