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현정 기자 |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사를 앞두고 금융권 주요 인사들의 경영 경험과 정책 전문성이 후보 자격으로 거론된다. 다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협회장 이동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른 만큼 선임의 정당성과 금융권 안팎의 신뢰도도 차기 회장 인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윤종규, 9년간 입증한 경영 성과…인사 편중 논란은 부담
윤종규 전 KB금융그룹 회장은 대형 금융그룹을 이끈 경영 경험이 가장 큰 강점이다. 지난 2014년 KB금융 회장에 취임한 뒤 두 차례 연임해 2023년까지 9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재임 기간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등을 인수하며 비은행 부문을 확대했고, 은행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변화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020년 윤 전 회장의 3연임 추천 당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비은행·글로벌 부문의 인수합병을 통해 수익 다변화 기반을 마련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디지털 금융혁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추천 사유로 제시했다. 금융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경영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금융권 내 경영 전문성을 인정받아 왔다.
다만 특정 금융그룹 출신 인사들이 주요 금융 유관기관 수장으로 잇따라 이동하는 상황은 부담이다. 올해 6월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가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에,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이 여신금융협회장에 선임됐다. 윤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을 맡을 경우 주요 금융 유관기관 세 곳의 수장이 모두 KB금융 출신으로 채워진다.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과 퇴임 후 협회장 이동 관행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9년간의 재임 이력 또한 함께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개별 금융그룹에서 거둔 경영 성과를 은행권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로 어떻게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박종복, 10년 은행장 경험…업권 조율 역량 주목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은 은행 현장과 조직 경영에 특화된 인물이다. 1979년 제일은행에 입행해 영업본부장과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 등을 거쳤으며,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약 10년간 은행장을 지냈다.
SC제일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2023년 박 전 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금융업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소통 능력, 꾸준한 재무 성과를 근거로 댔다. 흑자 전환과 수익성 개선, 조직문화 안정화 등도 추천 사유로 들었다.
한 은행에서 장기간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며 조직 운영과 영업 현장을 파악한 경험은 강점이다. 하지만 SC제일은행은 글로벌 금융그룹에 속한 외국계 은행으로 국내 대형 금융지주 계열 은행이나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과 사업 구조가 다르다. 개별 은행을 경영한 경험을 토대로 규모와 영업 기반이 다른 회원사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을지가 검증 지점이다.
◆윤종원, 경제정책 경험 강점…조직 내부 신뢰 숙제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은 경제정책 수립과 국책은행 경영을 두루 경험했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거쳐 2020년부터 2023년 초까지 기업은행장을 지냈다. 정책 방향을 이해하면서 금융 현장에서 자금 공급을 실행한 경험은 금융당국과 은행권 사이의 조율 과정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은행장 취임 당시 외부 관료 출신 인사라는 이유로 노조의 반발을 샀다. 임명 직후 출근을 저지당했고, 노사 갈등 끝에 임명 27일 만에 취임식을 열었다. 이후 대화를 통해 갈등을 봉합했지만, 당시 논란은 정책 전문성과 조직 내부 신뢰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가진 국책은행으로 시중은행과 국책·지방·인터넷전문은행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은행연합회에서는 회원사별 영업 환경과 정책적 이해가 다르다.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국책은행을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은성수, 정책 조율 능력 갖췄지만 독립성 입증해야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금융정책과 국제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과 세계은행 상임이사, 한국투자공사 사장, 한국수출입은행장을 거쳐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금융시장과 정책을 총괄한 경험에 국책은행 경영 이력까지 갖췄다.
금융당국과의 소통 능력은 은행연합회장에게 요구되는 주요 자질로 금융정책의 결정 구조와 당국의 판단 기준을 이해한다는 점에서 정책 현안에 대응하는 데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은행연합회장은 당국의 정책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책이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정책 경험이 은행권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검증 대상이다.
◆장기 재임·보수 논란…선임 정당성 시험대
이번 인사에서는 후보들의 경력뿐만 아니라 협회장 선임 관행과 보수의 정당성도 관심사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금융지주 회장 출신 인사들이 장기간 재임한 뒤 퇴임 후 금융유관기관장으로 이동하는 관행과 회장 보수 문제가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 퇴임 후 고문이 끝이 아니라 은행연합회와 같은 협회로 자리를 옮겨가는 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적극적으로 챙겨보고 금융위와 말씀을 나눠보겠다"고 답했다. 은행연합회장의 보수도 7억원대 수준이라며 과도한 보수와 특혜 가능성, 성과평가의 투명성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 재임 자체를 결격 사유로 볼 수는 없지만 재임 기간에 거둔 성과와 조직 운영의 책임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차기 회장은 경영 전문성뿐만 아니라 선임 절차와 보수·성과평가의 투명성까지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차기 회장의 자격은 금융 경력의 기간이나 직함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대형 금융그룹을 이끈 경영 경험, 정책 현안을 조율할 전문성, 회원 은행들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신뢰가 함께 요구된다. 후보들의 경력과 성과가 은행권 전체를 신뢰와 대표성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가 차기 회장 인사의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장 인선은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이번에는 국정감사에서 관련 문제가 제기된 만큼 막판 변수로 작용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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