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아 의원, 나라장터 3년치 분석…주거지 주소·직원 0∼1명 업체 낙찰액 1조3862억 원
[포인트경제] 경남 김해의 한 약국이 국립박물관 건립 현장에 쓰일 내진철근 9억9500만 원어치를 낙찰받았다. 나라장터 등록 업종은 ‘약국’뿐이고 등록 직원은 0명이다. 이 약국이 최근 3년간 따낸 물품은 지자체 굴착기와 해군 신호발생기 등을 포함해 15건, 20억6000만 원에 이른다. 공공조달에서 업체의 등록 업종과 인력, 실제 공급 역량을 제대로 검증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더불어민주당·대전 유성구을) 의원이 조달청 나라장터 개찰결과와 조달업체 등록정보 공공데이터를 AI 에이전트로 분석한 결과다. 분석 대상은 2023년 1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3년간 개찰된 물품·용역 낙찰 내역이다. 공공데이터 API 호출 과정에서 일부 개찰 건이 누락될 수 있어 집계한 건수와 금액은 최소치로 알려졌다.
황정아 국회의원/황 의원실
황 의원실에 따르면 등록 이력 기준 조달업체 90만4759곳 가운데 직원이 0∼1명이고 주소가 아파트·빌라 등 주거지로 표기된 곳은 6만7568곳이었다. 이 중 7063곳이 분석 기간 2만1498건, 1조3862억 원어치를 낙찰받았다. 등록 이력에는 폐업·말소 업체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주소와 별개로 등록 업종과 낙찰 물품 사이에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사례도 확인됐다. 나라장터에 약국·급식·장례업·여행사 등 생활업종만 등록하고 다른 면허가 없는 업체가 해당 업종과 무관한 장비·자재를 낙찰받은 실적은 109곳, 252건, 226억 원이었다.
대구의 한 미용실 상호 업체는 과학벨트 가스엔진히트펌프(GHP) 실외기 3억9000만 원어치와 대구시 산불 진화장비 2억8000만 원어치를 낙찰받았다. 전북 익산의 장례업체 두 곳도 등록 업종이 ‘장의·장묘용역’뿐이지만 대학·연구기관 실험실습기자재와 강판, 오실로스코프 등을 따냈다. 각각 31건, 22억7000만 원과 27건, 19억 원 규모다. 등록 직원은 각각 1명과 0명이다.
공항과 소방 분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인천공항 수하물처리설비(BHS) 자재와 탑승교 중앙관제서버 등 4건, 79억3000만 원은 아파트·주상복합·주거용 오피스텔 주소에 직원이 0∼1명인 업체들이 낙찰받았다.
소방서가 구매한 자동심장충격기·인명구조경보기·소방드론의 낙찰자 중에도 아파트·빌라 주소 업체들이 있었다. 일부 업체의 등록 품명에는 사료·화초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 6호기 상황실 디스플레이 사업은 296개 업체가 참여했다. 1억8870만 원 규모의 이 사업은 대구 달서구 아파트에 주소를 둔 직원 1명인 업체가 낙찰받았다. 해당 업체는 말·쥐·천적·사료 등 2163개 품명을 등록했다.
수천 개 품명을 등록하고 대량으로 투찰한 사례도 있다. 인천 송도의 직원 1명인 업체는 품명 4151개를 등록해 3년간 8590회 투찰했다. 낙찰 실적은 68건, 112억8000만 원이다.
주요 내역은 SRT 사이드버퍼 부품 중정비 10억4444만 원, 진도군 여객선 주기관 6억4240만 원, 완도군 인공신장기 5억1945만 원 등이다. 철도차량 부품 정비부터 선박 엔진, 의료기기까지 서로 다른 분야에 걸쳐 있다.
황 의원실은 다수 품명을 등록한 뒤 공고마다 낙찰하한율에 가까운 가격으로 투찰하고 낙찰 이후 실제 제조·유통업체를 통해 납품하거나 납품 권리를 넘기는 방식에 주목했다. 직접적인 공급 역량보다 반복적인 입찰 참여에 의존하는 중개형 구조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주거지 주소와 등록 직원 수, 업종 정보만으로 개별 업체의 공급 능력이나 위법 여부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분석은 등록정보와 낙찰 내역 사이의 차이를 바탕으로 실제 계약 이행 능력을 검증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황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적한 군납 조달 문제는 국방부만의 일이 아니라 조달 체계 전반의 문제”라며 “AI를 활용하면 공급 능력이 없는 업체의 부적합 입찰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만큼, 부적절 사례를 검토하고 제한하는 행정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입찰보증금 확대는 물론, 납품 권리만 파는 중개소식 입찰을 제한할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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