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PO)에선 과감했던 벤치가 한국시리즈(KS) 첫판에선 한발 늦었다. 흔들리는 선발을 일찍 내리고, 승리를 위해 에이스까지 불펜에 투입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독한 야구’가, 정작 KS 1차전에서는 결단이 늦었다. 끝내 좁히지 못한 한 점 차에 초반 교체 타이밍의 아쉬움이 남았다.
삼성은 지난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KS(7전 4승제) 1차전에서 7-8로 패했다. 선발 최원태가 2이닝 5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3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진 여파가 컸다. 타선이 KT 필승조를 상대로 추격하며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으나, 초반부터 벌어진 격차를 끝내 뒤집지는 못했다.
아쉬운 장면은 3회 말이었다.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최원태는 선두타자 김민혁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는 KT의 중심타자 안현민. 이미 제구가 흔들리고 있던 최원태를 계속 끌고 갈지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삼성 벤치는 한 번 더 맡겼지만, 결과는 투런 홈런이었다. 점수 차가 5점으로 벌어진 뒤에야 양창섭이 마운드에 올랐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경기 후 자신의 판단을 돌아봤다. 그는 “최원태를 안현민 타석 전에 바꿨어야 했다. 초반이었기 때문에 투런 홈런을 맞은 뒤 기세에 밀렸던 것 같다”며 “교체 타이밍을 한 발 더 빠르게 했어야 했다. 나에게도 후회가 남는 경기”라고 말했다. 선발의 부진과 별개로, 벤치가 흐름을 끊을 기회를 놓쳤다는 인정이었다.
PO에서 보여준 운용과는 달랐다. 최원태는 지난달 29일 KIA 타이거즈와의 PO 3차전에서도 1⅔이닝 2실점으로 흔들렸다. 당시 삼성은 2회부터 불펜을 가동했고, 구원 투수 6명을 투입한 끝에 승리를 가져왔다. 선발의 이름값이나 남은 이닝보다 당장의 흐름을 먼저 봤다. 흔들리는 투수를 빠르게 교체하는 결단이 삼성의 KS 진출을 뒷받침했다.
원태인의 활용도 같은 맥락이었다. 삼성은 PO에서 원태인을 불펜으로 돌렸고, 5차전에서는 5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도 투입해 승리를 굳혔다. 눈앞의 경기를 확실하게 잡겠다는 의지였다. 다만 그 선택으로 KS 1차전 선발로 활용할 여지는 줄었다. PO 5차전에서 원태인을 아꼈다면, 올해 KT를 상대로 나쁘지 않은 성적(5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3.25)을 거둔 그에게 첫 경기를 맡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었다.
물론 원태인도 PO 4차전 이후 사흘 휴식이었고, 투구 수(33개)가 많지 않았더라도 거듭된 구원 등판의 피로는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최원태를 택했다면 그가 흔들릴 경우의 대응은 더욱 빨라야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원태의 통산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은 7.74, KS 평균자책점은 14.14였다. 직전 PO 등판에서도 조기에 무너졌던 만큼, 반등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부진이 반복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했다.
특히 이번 시리즈 초반에는 투수력으로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이강철 KT 감독도 1~2차전의 핵심으로 투수력을 꼽았다. 약 3주를 쉰 KT 타선이 실전 감각을 되찾기 전에 방망이를 묶는 것이 삼성에 중요했다. 그러나 최원태는 안타 5개를 허용했고, 마지막 두 타자에게는 연속 장타를 맞았다. 상대 타선의 감각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타격감을 끌어올릴 기회를 준 셈이었다.
삼성 타선이 끝까지 추격했기에 초반 5실점은 더 뼈아팠다. 박 감독은 “계속 끌려가다가도 KT 필승조를 상대로 8-7까지 따라붙었다. 게임은 졌지만 소득은 있었다”며 “중후반 싸움으로 가면 우리가 언제든 역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뒤집을 힘은 확인했다. 하지만 그 힘을 승리로 연결하려면 초반의 격차부터 줄여야 했다.
PO에서 삼성은 승리를 위해 망설이지 않았다. 하지만 KS 첫 경기에서는 흔들리는 선발을 향한 믿음이 교체보다 앞섰다. 안현민의 홈런을 막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벤치가 움직여야 할 순간을 놓쳤다는 점은 사령탑도 인정했다. PO를 통과하게 한 ‘독한 야구’가 정작 KS 첫판의 승부처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