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 시간 기다리는 것도 힘들어 죽겠어요.”
생애 첫 한국시리즈(KS)를 앞둔 타자에게 긴장보다 큰 건 기다림의 답답함이었다. KT 위즈 안현민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 기다리는 데 지쳤다”며 웃었다. 약 3주 동안 준비한 마지막 승부. 이제는 훈련을 끝내고 그라운드에서 직접 가을야구의 열기를 느끼고 싶었다.
안현민은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KS 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할 때가 됐는데 경기를 안 하니까 캠프를 한 느낌이었다”며 “준비는 차질 없이 했지만, 시간이 길어지니 여러 생각을 하게 되더라. 다른 팀의 경기를 보면서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머리도 말끔하게 볶고 나왔다. 첫 KS를 앞둔 특별한 변신인가 싶었지만, 이유는 단순했다. 안현민은 “원래 더 기르려고 했는데 옆머리가 자꾸 눈에 보여 거슬렸다. 홧김에 머리를 볶고 옆머리를 밀었다”라고 웃었다. 야구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원천차단했다.
정규시즌 1위로 KS에 직행한 KT는 삼성이 KIA 타이거즈와 플레이오프(PO)를 치르는 동안 약 3주 간 마지막 무대를 준비했다. 안현민도 동료들과 PO를 챙겨봤다.
PO가 5차전까지 이어진 건 하루 더 쉬게 된 KT 입장에선 반가울 따름이다. 하지만 안현민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상대의 체력 소모는 KT에 유리했지만, 자신의 기다림도 길어졌기 때문. 안현민은 “우리 팀이 더 유리한 고지에 오른 건 맞는데, 하루가 또 밀렸더라. 그건 힘들었다”며 “이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모르겠지만, 빨리 그라운드의 기운을 느끼고 싶다. 가을야구의 응원 문화와 압도감은 다르지 않나”라고 말했다.
첫 KS라고 준비를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 경험 많은 선배들에게 따로 조언을 구하지도 않았다. 그는 “다르게 준비해야 한다고 느끼지 못했다. 중요한 경기지만 내년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 경기이고, 나도 이런 경기를 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라며 “정규시즌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 선은 지켜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안현민은 3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뜬공이 많은 선발 데이비스 대니엘의 특성과 삼성 좌타선을 고려해 외야 수비를 강화하고, 안현민은 타격에 집중하도록 했다. 첫 KS를 앞두고 긴장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안현민은 “긴장하려면 수비를 나가야 하는데, 감독님이 긴장하셔서 안 내보내시는 것 같다”고 농담했다.
그는 “지금은 내가 잘하든 못하든 팀이 이기면 되는 경기”라며 “팀이 이기는 방향이라면 어떤 선수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잘하고 못하고보다 팀이 이기는 데 모든 선수가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긴 공백에 따른 타격감 우려도 크지 않았다. 연습경기에서 확인한 동료들의 방망이가 믿음의 근거였다. 특히 최원준의 이름이 나오자 웃음이 번졌다. 안현민은 “원준이 형은 왜 자꾸 잘치는지 모르겠다. 3주를 쉬었는데도 계속 치더라”며 “원준이 형을 보면서 가면 전혀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우승반지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최근 SNS에 등장하는 다른 종목의 우승반지를 보면서 KT의 반지도 상상했다고. 그는 “이십몇 년을 프로에서 뛰어도 반지가 없는 분이 계신다. 나도 젊은 나이에 반지를 갖고 싶다”며 “우승하면 우리 팀도 예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승부는 짧게 끝내고 싶다. 안현민이 그리는 우승 장소는 홈 수원이 아닌 원정 대구다. 그는 “선배들이 6차전에 수원으로 돌아오면 부담스러워진다고 하시더라. 내 목표는 대구에서 끝내는 것”이라며 “우리 팀에는 충분히 그럴 저력이 있다. 오늘 경기부터 잘 풀어나가면 대구에서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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