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남은 임기 2년을 좌우할 미국 중간선거가 3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다.
현지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민주당이 승리하는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주 마저도 민주당이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 2년간 고수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 노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할 경우에도 의회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 행사로 맞서겠다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및 2기 초반 여당이 의회를 장악했던 시절에도 의회와의 사전 협의보다는 독자적 행정 권한(행정명령 등)을 적극 동원해 사안을 주도해 왔다.
아울러 이번 선거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통상·안보 이슈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80세 고령에도 10월 한달간 28차례 유세
사전투표 5300만 명 돌파 역대 최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 미국 중간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예측 기관들이 양원 모두 민주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 등 공화당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 마지막 일요일인 1일 접전지로 변한 전통적 텃밭을 잇따라 찾아 막판 지지층 결집에 박차를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와 캔자스주를 연속 방문해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들을 위한 지원 유세를 펼쳤다. 당초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가 일각에서 제기된 '80세 고령에 따른 체력 부실론'을 일축하고 마음을 바꾼 행보다.
아이오와와 캔자스는 이번 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을 좌우할 핵심 접전지로 꼽힌다. 농업 비중이 높은 두 지역은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10%포인트(p) 이상의 압승을 안겨준 공화당의 대표적 텃밭이다. 그러나 최근 이란전쟁 여파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과 비료 수급 차질 등으로 민심이 이탈하면서 민주당 후보의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텃밭 유세를 끝으로 전국 지원 유세 강행군을 마무리한다. 그는 지난달부터 워싱턴DC 인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알래스카에 이르기까지 28 차례나 현장을 누볐으며, 앨라배마·오클라호마 등 경합지가 아닌 텃밭까지 훑으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해 왔다.
한편, 이번 중간선거 사전투표자 수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2022년의 4,600만 명을 크게 뛰어넘어 5,300만 명을 돌파했다.
경합주를 중심으로 사전투표 참여가 급증한 가운데, 정당별 비중은 민주당 지지층이 43%, 공화당 지지층이 31%, 무당층이 25%로 집계됐다. 통상 사전투표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고 본투표 당일 공화당 지지층이 대거 몰리는 패턴을 감안할 때, 본투표 당일 결집력에 따라 최종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선거예측기관 "민주당, 하원 83%·상원 63% 탈환 가능성"
'상원 경합 7곳 중 6곳 민주당 우세'… 텍사스·캔자스도 민주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주요 예측기관의 분석은 공화당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
미 선거예측기관 디시전데스크HQ(DDHQ)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을 83%, 상원 탈환 가능성을 63%로 평가했다. 쿡 정치보고서(Cook Political Report) 역시 민주당이 하원에서 최대 240석을 가져가며 2009년 이후 최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으며(과반 218석),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서도 민주당이 224석을 얻어 하원 과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상원의 경우 총 7곳이 팽팽한 접전지로 분류되어 있다. 민주당이 이 중 4석 이상을 가져올 경우 다수당을 탈환하게 된다. 특히 텍사스주와 캔자스주 등 수십 년간 공화당이 독식해 온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이 배출되는 역사적 대이변이 현실화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핵심 경합지역 대부분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공화당 후보들을 잇따라 앞서고 있다는 최종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일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발표한 최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상원 주도권을 가를 7개 핵심 경합주 가운데 6곳에서 공화당을 오차범위 안팎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곳은 텍사스와 캔자스다. 공화당의 대표적 강세 지역인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가 공화당 켄 팩스턴 후보를 50% 대 43%로 7%포인트(p) 앞섰다. 텍사스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이 당선된 것은 1988년이 마지막이다.
1932년 이후 민주당 상원의원을 단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캔자스에서도 민주당 애덤 해밀턴 후보가 현직 공화당 로저 마셜 상원의원을 49% 대 44%로 5%p 차 앞서며 이변을 예고했다.
다른 경합주에서도 민주당의 우세가 확인됐다. 메인주에서는 민주당 트로이 잭슨 후보가 공화당 현직 수전 콜린스 의원을 51% 대 45%로 따돌렸으며, 오하이오 역시 민주당 후보가 49% 대 44%로 앞섰다. 알래스카에서는 민주당 메리 펠톨라 전 하원의원이 공화당 댄 설리번 현직 의원을 48% 대 46%로 근소하게 앞섰다.
민주당이 기존 의석을 보유 중인 미시간에서는 11%p 차의 압도적 우위를 기록했으며, 아이오와만 양당 후보가 동률을 이뤄 유일하게 팽팽한 접전을 보였다.
다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판세가 선거 당일 표심으로 직결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막판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의 막판 표심 향방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사이 지지 후보를 결정한 응답자층에서는 공화당을 선택했다는 비율이 민주당보다 9%p 높게 나타났다. 과거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 백인 노동계층의 표심이 과소집계되었던 전례도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공정하면 수용하겠다"…중간선거 결과 불복 여지
'MAGA', 중간선거 조작 주장하며 "계엄령·선거 중단" 비상조치 요구
이처럼 중간선거 판세가 공화당에 불리하게 흘러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텍사스주로 지원 유세를 떠나기 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간선거 결과 수용 여부를 묻는 질의에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 조작과 중국을 포함한 해외 조직의 선거 개입 등 부정선거 가능성을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경합 지역으로 분류된 알래스카주(州) 상원의원 선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경우, 선거 결과를 곧바로 확정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소송 제기를 법무부에 지시하기도 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에서는 부정선거 가능성을 주장하며 계엄령 선포나 선거 일시 중단 등 극단적인 비상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MAGA 핵심 활동가들의 화상 회의에서 중간선거 보안 침해 가능성에 대한 경고와 함께 고강도 비상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어린 시절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이어온 피터 틱틴은 해당 회의에서 "만약 이번 선거가 조작될 경우 즉각 계엄령이 발동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틱틴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더 큰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투표용지와 선거 장비를 사전 압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는 민주당에 유리한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에 연방 차원에서 개표를 강제로 중단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2020년 대선 당시 펜실베이니아주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던 그레고리 스텐스트롬 역시 화상회의에서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중간선거를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콜로라도주 선거 범죄로 수감됐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으로 사면된 티나 피터스 전 수석서기관도 회의에 참석해 "유권자가 직접 손으로 기표하고 수작업으로 재검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민주당의 부정선거 정황이 구체적으로 포착되지 않았음에도, 강성 지지층이 선거 조작을 기정사실화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계엄령이나 비상권한 발동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예측 기관들의 전망대로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탈환하는 등 공화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의 '계엄령 및 비상권한 요구'를 명분 삼아 선거 결과를 불복하고 비상조치를 시도하는 사전 작업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중간선거 직후 미국 정국이 전대미문의 법적·정치적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민주당 의회 장악 시 '미스터 비토' 될 것"… 거부권·행정명령 총동원 배수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전면 행사해 야당의 입법 시도를 완전히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1일 미 뉴욕포스트가 공개한 팟캐스트 인터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의회 다수당이 될 경우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 "아마 나는 '미스터 비토(Veto·거부권)'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국정을 망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이 보낸 입법안들에 대해 예외 없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두 달 동안 자신들의 법안이 계속 거부당하면 결국 민주당은 시간 낭비라는 점을 깨닫고 백악관을 찾아와 합의에 응하게 될 것"이라며 "물론 그런 상황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대대적인 의회 조사와 소환장 발부는 물론, 핵심 국정과제 입법 차단 및 예산 지출 제한에 나설 수 있다. 상원까지 넘어가면 행정부 고위직과 법관 인준권마저 마비된다. 그러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무효화하려면 상·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민주당으로서도 입법 강행에 한계가 명확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던 2019년 이후 집중적으로 10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으며, 이 중 의회가 재의결로 거부권을 뒤집은 것은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단 한 건에 불과했다.
한편, 백악관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 시 일어날 국정 마비 상황에 대비해 대통령의 단독 행정권한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물밑 추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등 핵심 참모들은 지난 4월부터 이민, 관세, 정부 지출 등의 분야에서 의회 승인 없이 추진할 수 있는 행정 조치들을 검토해 왔다.
백악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상 플랜에는 ▲핵심광물 및 풍력터빈 수입품에 대한 신규 관세 부과 ▲유학생 및 임시 취업 비자 소지자에 대한 규제 강화 ▲주택·건설비 절감 관련 행정명령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이미 승인된 연방 예산을 행정부 재량으로 재배정하거나, 연방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 대통령 지명 인사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백악관 법률고문 팀은 이 같은 행정권한의 법적 한계를 검토하는 한편, 야당의 법적 소송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러한 비상 대책 보고를 받고 관련 논의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민주당의 대대적인 행정부 조사에 대비해 고위 인사 대상 의회 소환장 및 자료 제출 요구 대응 매뉴얼을 배포하고, 대통령 특권을 활용해 측근들과의 의사소통 내역을 보호하는 법적 방어막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반도 통상·안보 정국 파장 주시…이란 전쟁에도 변수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강경한 자국 우선주의와 독주 노선을 걸어온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 이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통상·안보 구도에 어떤 파장이 미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한미 양국 간에는 미해결 현안이 대거 산적해 있다. 무역법 301조에 기반한 대미 관세율 최종 책정 작업이 미완으로 남아있는 데다, 한국 측이 공을 들여온 핵추진 잠수함 도입 및 핵연료 재처리 협의 역시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주한미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를 두고도 미 측 내에서 신중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 중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며 중간선거 유세에 적극 활용해 왔다. 워싱턴 DC의 한 통상 소식통은 "선거 패배로 정치적 입지가 위축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식적인 돌출 행보를 보일 경우, 그 파장이 한국에 통상·산업적 불똥으로 튈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쿠팡 사태 등 통상 갈등에서 대한국 강경론을 견인해 온 주도 세력이 공화당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의회 진입이 한미 간 통상 마찰의 수위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외교가에서는 중간선거 판세에 밀린 트럼프 대통령이 국국면 전환과 자신의 대표적 정치적 유산 산출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정상회담 재개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김 위원장과의 재회 의사를 피력해 왔으나, 이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최근 "모르겠다"며 수위를 조절했다. 전문가들 역시 APEC을 통한 북미 대화 성사 확률을 10% 미만으로 평가하며 연내 북미회담 개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에마 챈릿-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치·안보국장은 최근 CSIS 세미나에서 "중간선거에서 타격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기식 북미정상회담을 더욱 간절히 추진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협상 동력이 약화되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위험이 크다.
북한 역시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은 "북한은 2년 뒤 등장할 미국의 차기 행정부 표심을 살피며 탐색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새 의회가 2022년 만료된 북한인권법 재승인 입법을 추진할 경우 북미 대화 재개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8개월째 이어지며 국제 유가 급등을 유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발목을 잡아온 이란 전쟁에 대해서는 선거 직후 본격적인 '출구 전략'이 가동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까지 이란에 대한 공습을 일시 중단한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 등 역내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군 당국이 대규모 공습을 준비 중이라는 정황이 포착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직후 이란 핵심 핵시설이나 후티 근거지에 강력한 단기 타격을 가한 뒤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철수를 단행하는 식의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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