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실적 쇼크에 금융시장이 잔뜩 긴장했지만 우려했던 '블랙 먼데이'는 일단 피했다. 인텔 주가가 하루만에 28.58% 급락한 충격에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스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등에 힘입어 2%대 상승 마감했다.
2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8.34(2.24%) 상승한 5859.08에 마감했다. 장 시작 전 대체거래소(NXT)에서 급락 출발한 코스피는 이날 1.62% 내린 5637.77에 거래를 시작해 1%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오후부터 상승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장중에는 5907.21을 기록하며 5900선을 돌파하는 흐름을 보이다 오후에 소폭 하락해 5850선에서 마감했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78% 상승한 22만9000원, SK하이닉스는 3.82% 상승한 147만2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SK스퀘어(5.91%), 삼성전자우(1.67%), 한화에어로스페이스(6.32%), 한미반도체(4.93%) 등 대부분의 종목도 상승 마감했다.
한화오션(9.80%), 효성중공업(13.32%) 등 수출 호재가 집중된 기업과 전날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으로 선정된 현대제철(12.61%), 이마트(7.09%) 등도 급등에 성공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의 매도세를 기관이 모두 받아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조3468억원, 3704억원 순매도했고, 기관은 1조2331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에서는 금융투자가 5777억원, 연기금이 1699억원, 기타법인이 4878억원, 사모펀드 1660억원의 매수세가 유입됐다.
코스닥 역시 전 거래일 대비 9.95(1.37%) 상승한 734.34에 마감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60억원, 322억원 순매도한 가운데 기관이 623억원 순매수했다. 상위 종목인 에코프로(2.22%), 에코프로비엠(1.32%), HLB(4.25%) 등이 상승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하방으로 치닫던 증시의 긴 터널이 끝나가고 있다는 전망과 기업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현재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14배 수준으로 2001년(4.74배)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국 중간선거 종료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와 금리 안정화, AI 자금조달 우려가 완화된다면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텔의 급락은 반도체 가격이 PC쪽의 수요를 둔화시킬 정도로 많이 올랐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는 이미 선반영된 부분이 있고, 앞으로는 미국 금리의 방향이나 중간선거 결과가 시장의 기존 우려만 더 자극시키지 않는다면 하방 압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노이즈는 앞으로 계속 불거질 것"이라며 "기업들의 실적 컨퍼런스콜을 지켜보면서 시장의 수급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반복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AI 현금흐름 쇼크로 촉발된 증시의 변동성이 코스피 시장의 수급공백과 맞물리면서 큰 폭의 조정을 겪었지만 현재는 단기 조정 국면이 마무리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비용과 수익률 논쟁의 핵심은 투자를 잉여현금흐름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며 "시장이 AI 인프라 금융구조와 신용을 평가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는 관련 종목군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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