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진영 기자 |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최대 2조달러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증시 입성을 추진하면서 생성형 AI 사업의 성장성과 투자 부담이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클로드’ 매출이 1년 만에 급증한 가운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기 위한 장기 지출 약정도 크게 증가. 상장 이후 현금창출력이 기업가치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니다.
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달 26일 나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외신이 전한 목표 기업가치는 최대 2조달러, 조달 목표액은 1000억달러다. 상반기 매출은 162억86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약 14배다. 같은 기간 연산·기반시설 비용은 89억4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 14배 성장 뒤에 남은 연산 투자
매출 확대는 기업용 AI와 코딩 도구 수요가 이끌었다. 클로드가 문서 작성과 프로그램 개발 등 실제 업무에 활용되면서 유료 이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앤트로픽은 상반기 조정 영업이익 16억1800만달러를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기업 고객 확대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정 실적과 회계상 손익에는 차이가 있다. 상반기 회계상 영업손실은 6억9300만달러, 순손실은 807억4800만달러다. 순손실 중 약 724억달러는 전환증권 등의 가치 변동에 따른 비현금성 평가손실이다. 실제 현금이 빠져나간 손실은 아니지만, AI 서비스 확대에 따른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클로드가 처리하는 업무가 늘수록 모델을 구동할 연산 능력도 필요하다. 앤트로픽은 스페이스X와 2029년까지 최대 1205억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획된 용량이 모두 가동되면 월 임대료는 약 31억달러에 달한다.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설비 확보가 장기간 지급해야 할 비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스페이스X의 실적에도 이 같은 수요가 반영됐다. 스페이스X의 3분기 전체 매출에서 앤트로픽이 차지한 비중은 34.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 앤트로픽에는 필요한 연산 능력을 확보하는 계약이지만 스페이스X에는 주요 매출원이다. AI 모델 업체의 성장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공급사의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8000억달러 장기 약정, 자금 조달 부담도 확대
연산 기반시설 확보는 단순한 구매 계약을 넘어 금융 조달과도 연결됐다. 구글·브로드컴이 개발한 AI 칩 1.5기가와트(GW) 규모를 앤트로픽에 임대하는 ‘프로젝트 노스스타’에는 약 630억달러 규모의 금융이 투입된다. 별도 법인이 장비를 구입해 빌려주는 방식으로, 앤트로픽이 전액을 직접 차입하는 것은 아니다.
임대 계약에 따라 장기간 지급해야 할 비용도 상당하다. 앤트로픽이 2045년까지 지출하기로 약정한 컴퓨팅 기반시설 관련 금액은 8000억달러를 웃돈다. 여러 해에 걸쳐 집행되는 만큼 당장 같은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향후 매출과 현금창출력이 계약에 따른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장기 지출 부담은 상장 이후 자금 조달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랙스톤은 앤트로픽이 IPO 이후에도 투자적격에 못 미치는 ‘BB’ 수준의 신용등급을 받을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전망이 현실화하면 차입 금리가 높아질 수 있어 상장을 통한 자본 확충과 별개로 추가 자금 조달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엇갈린다. 앤트로픽이 최대 2조달러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블룸버그는 일부 투자자가 적정 가치를 1조4000억~1조5000억달러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자금 조달에 대한 기대와 함께 연산 기반시설 투자에 따른 현금 지출을 살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오픈AI와 자본 경쟁…상장 이후 지배구조도 변수
경쟁사 오픈AI 역시 자금 조달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외부 투자 유치 목표를 30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희망 기업가치를 1조4000억달러에서 1조2500억달러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가 상장을 내년으로 미룬 사이 앤트로픽이 먼저 공개시장에 나서면서 AI 모델 기업의 성장성과 투자 지속성을 가늠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앤트로픽은 공모 물량의 15~20%를 미국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표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미국 개인투자자 공모는 JP모건이 맡았다. 해외 개인투자자 공모에는 씨티그룹이 참여한다. 공모가와 발행 주식 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실제 조달 규모와 배정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상장 이후 지배구조도 주목된다. 공동창업자 7명의 합산 지분은 약 10%지만 특별주 한 주에 일반 안건 의결권 50.1%가 부여된다. 독립된 장기이익신탁은 이사회 과반을 선임·해임한다. 앤트로픽은 증권신고서 94쪽에 AI 위험을 기술했다. 안전을 위한 독자적 의사결정과 일반 주주의 통제권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국내 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기회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주요 증권사 10곳 중 8곳이 인수단에 불참하기로 했으며, 공개된 명단에도 국내 증권사는 없다.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 실패와 AI 기업 고평가 논란 등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앤트로픽 IPO는 매출 성장에 걸맞은 이익을 낼 수 있는지, 장기 설비 약정을 감당할 수 있는지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앤트로픽은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장기 투자 부담도 상당하다”며 “이번 IPO에서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보다 대규모 연산 비용을 감당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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