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사과를 한 상자씩 사두면 처음에는 부지런히 먹다가도 몇 개씩 냉장고에 남기 쉽다. 특히 추석에 선물 받은 사과는 다른 과일과 함께 보관하다가 먹을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껍질이 팽팽하고 과육도 단단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수분이 빠져 쭈글쭈글해진다. 한입 베어 물어도 특유의 아삭한 소리가 나지 않고 푸석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겉모습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유로 그대로 버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수분이 조금 빠졌을 뿐 상하지 않은 사과라면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생으로 먹을 때와 달리 익혀 먹는 음식에서는 부드러워진 과육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지금부터 냉장고에 남은 사과를 버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아본다.
1. 약한 불에 졸여 부드러운 단맛 살리기
오래 보관한 사과를 활용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사과조림을 만드는 것이다. 별다른 재료 없이 냄비 하나로 만들 수 있으며 식빵이나 요거트에 곁들여 먹기에도 좋다.
먼저 사과 2개를 깨끗하게 씻고 씨와 심지를 제거한다. 껍질은 취향에 따라 벗기거나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이후 사과를 0.5~1cm 정도 두께로 얇게 썬다. 잘게 썰면 잼처럼 부드러워지고 조금 두껍게 썰면 과육이 남아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다.
손질한 사과는 냄비에 담고 물 반 컵을 붓는다. 여기에 설탕 1~2큰술을 넣고 중약불에서 천천히 익힌다. 사과 자체가 달다면 설탕은 1큰술부터 넣고 맛을 보면서 조절한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인 뒤 15~20분 정도 졸인다. 이때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가끔 숟가락으로 저어준다. 사과에서 수분이 나오고 과육이 부드러워지면서 점차 진한 단맛이 난다.
은은한 향을 더하고 싶다면 계핏가루를 한 꼬집 넣어도 좋다. 계피가 없다면 생략해도 무방하다. 사과가 원하는 만큼 부드러워지고 냄비에 남은 물이 적당히 졸아들면 불을 끈다.
완성한 사과조림은 따뜻한 상태에서 먹어도 좋지만 식힌 뒤 활용할 곳이 더 많다. 식빵 위에 올리면 간단한 토스트가 되고 플레인 요거트에 한두 숟가락 넣으면 별도의 과일 토핑 없이도 달콤하게 먹을 수 있다.
특히 버터를 얇게 바른 식빵에 사과조림을 올리고 팬에서 살짝 구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간식이 된다.
사과를 졸일 때는 처음부터 물을 지나치게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다. 물이 많으면 졸이는 시간이 길어지고 과육이 지나치게 풀어질 수 있다. 반대로 냄비 바닥이 마르면 물을 한두 숟가락씩 추가하면 된다.
한 번에 많이 만들었다면 식힌 뒤 깨끗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이때 먹을 만큼만 덜어 사용하고 남은 조림은 가급적 3~4일 안에 소비하는 편이 좋다.
2. 매콤한 반찬과 짭조름한 조림으로 활용하기
사과는 달콤한 간식뿐 아니라 반찬을 만들 때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고춧가루와 식초를 넣어 무치면 사과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을 살릴 수 있다.
사과겉절이는 사과 1개와 양파 반 개만 있어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먼저 사과의 씨를 제거하고 얇게 채 썬다. 양파도 가늘게 썬 뒤 찬물에 잠깐 담갔다가 건져 매운맛을 줄인다.
넓은 볼에는 고춧가루 1큰술과 식초 1큰술, 매실청 1큰술, 진간장 반 큰술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여기에 손질한 사과와 양파를 넣은 뒤 양념이 고르게 묻도록 가볍게 버무린다.
마지막으로 통깨를 조금 뿌리면 완성된다. 부추가 있다면 한 줌 정도 썰어 넣어도 잘 어울린다.
사과겉절이는 고기를 구웠을 때 곁들여 먹기 좋다. 기름진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사과의 산뜻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다만 과육이 너무 무른 사과는 버무리는 동안 쉽게 부서질 수 있어 형태가 유지되는 사과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반면 많이 부드러워진 사과는 돼지고기 간장조림에 넣어도 좋다.
돼지고기 앞다리살 300g을 한입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사과는 반 개를 얇게 썰고 대파 반 대도 어슷하게 썬다.
양념은 진간장 3큰술과 맛술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설탕 반 큰술, 물 반 컵을 섞어 만든다.
먼저 팬에 식용유를 조금 두르고 돼지고기를 중불에서 볶는다. 고기 겉면의 붉은색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준비한 양념을 붓고 끓인다.
양념이 끓어오르면 사과를 넣고 불을 중약불로 줄인다. 이후 10분 정도 졸이면서 고기 속까지 충분히 익힌다. 국물이 너무 빨리 줄어들면 물을 조금씩 추가하고 마지막에 대파를 넣어 1~2분 더 끓인다.
사과는 익으면서 부드러워지고 조림 국물에도 단맛을 더한다. 덕분에 설탕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짭조름하면서 은은하게 달콤한 맛을 낼 수 있다.
또한 사과를 얇게 썰면 조림 국물에 자연스럽게 풀어지고 조금 두껍게 썰면 고기와 함께 집어 먹을 수 있다. 사과가 완전히 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조리 후반에 넣는 방법도 있다.
3. 오븐에 구워 따뜻한 간식 만들기
사과가 여러 개 남았다면 구운 간식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 애플파이와 애플 크리스프다.
애플파이는 사과를 설탕과 계피에 버무린 뒤 파이 반죽에 넣어 굽는 음식이다. 반죽을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집에서는 냉동 파이 시트를 활용하면 편리하다.
먼저 사과 2개를 얇게 썰어 설탕 2큰술과 계핏가루 반 작은술을 넣고 섞는다. 사과의 수분이 지나치게 많다면 팬에서 3~5분 정도 가볍게 볶아 수분을 날린 뒤 식힌다.
해동한 파이 시트 위에 준비한 사과를 올리고 반죽을 접어 가장자리를 포크로 눌러 붙인다. 윗면에는 칼집을 두세 군데 낸다. 이후 19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20~25분 정도 굽는다. 파이 시트의 크기와 두께에 따라 굽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어 제품에 적힌 조리 방법도 확인한다.
노릇하게 구워진 파이는 겉이 바삭하고 안쪽에서는 사과의 달콤한 향이 난다. 조금 식힌 뒤 자르면 속에 든 사과가 흘러내리는 것도 줄일 수 있다.
파이 시트가 없다면 애플 크리스프를 만들어도 좋다. 애플 크리스프는 사과 위에 귀리와 밀가루, 버터 등을 섞은 토핑을 올려 굽는 간식이다.
사과 2개를 얇게 썰어 오븐용 그릇에 담고 설탕 1큰술과 계핏가루를 조금 뿌린다.
별도의 그릇에는 오트밀 4큰술과 밀가루 2큰술, 설탕 1큰술, 차가운 버터 2큰술을 넣는다. 손끝으로 버터를 잘게 부수면서 재료를 섞으면 작은 덩어리가 생긴다.
이 토핑을 사과 위에 골고루 얹고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25~30분 정도 굽는다. 사과가 부드러워지고 윗부분이 노릇해지면 꺼낸다.
애플 크리스프는 따뜻할 때 숟가락으로 떠먹기 좋다. 사과 아래쪽은 촉촉하고 위에 올린 귀리 토핑은 바삭해 서로 다른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구운 사과는 설탕이나 버터를 많이 넣지 않아도 특유의 향을 즐길 수 있다. 단맛을 줄이고 싶다면 설탕을 조금 덜 넣고 계피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오래 보관한 사과를 요리에 사용할 때는 상태부터 확인해야 한다. 껍질이 조금 쭈글쭈글해졌어도 과육이 상하지 않았다면 조리에 사용할 수 있지만 곰팡이가 생겼거나 진물이 흐르고 발효된 듯한 냄새가 난다면 버려야 한다.
또한 사과를 자른 뒤 속이 갈색으로 변한 정도와 과육이 썩은 상태는 구분해야 한다. 자른 면이 공기와 닿아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은 흔하지만 과육이 물러 터지거나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섭취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사과를 손질한 뒤 바로 요리하지 못한다면 갈변을 줄이기 위해 레몬즙을 조금 뿌릴 수 있다. 이후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되 손질한 사과는 가급적 빨리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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