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등 비강남 아파트값 급등…급매 늘어난 강남 일부는 하락 가능성
세제개편시 고가아파트는 내년 공시가격 같아도 보유세 20∼30% 뛰어
정부, 이달 공청회서 내년 현실화율 공개…'5년 로드맵' 법 개정 미비가 변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주택시장이 정부 정책 변화로 크게 요동친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내년도 보유세 산정의 근간이 될 공시가격 산정 절차에 돌입했다.
내년 공시가격은 올해 집값 변동 외에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수정 여부가 공시가 산정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5년 단위로 수립하도록 했던 법 개정이 지체되면서 내년도 현실화율만 우선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강북 실거래가 1년 새 50% 뛰어…강남 재건축은 현실화율 80∼90% 육박
서울은 올해 아파트값이 상승하면서 내년도 공시가격도 전반적으로 올해보다 오르는 곳이 많을 전망이다.
2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누적 8.32%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상승률(8.98%)과 맞먹는 높은 수준이다.
실거래를 바탕으로 한 실거래가지수는 8월까지 이보다 높은 9.80% 올랐다. 작년 1년 치(11.65%)보다는 낮지만 작년 동기간(6.15%)보다는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현실화율을 전년 수준인 평균 69% 선으로 동결했음에도 아파트 실거래가지수의 2배 가까운 18.67%의 상승을 기록했다.
성동(29.04%)·강남(26.05%)·송파(25.49%)·양천(24.08%)·용산(23.63%)·강동(22.58%)·광진(22.2%)·서초(22.07%)·마포구(21.36%) 등 강남 및 한강벨트 일대와 정비사업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급등한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연말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서진 않는 한 공시가격도 상승하는 곳이 많을 전망이다. 다만 올해 공시가격 상승 지역은 지난해와 반대 양상이 점쳐진다.
정부의 초강력 대출규제와 고가주택을 겨냥한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강북 등 비강남권의 중저가 아파트값은 오르고, 강남 등 고가 아파트값은 하락하는 '북고남저(北高南低)'의 양상을 보인 때문이다.
부동산원 조사에서 올해 9월까지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성북구로 14.69% 올랐다.
또 강서(12.37%)·서대문(12.18%)·구로(11.79%)·관악(11.69%)·노원(11.54%)·동대문구(11.34%) 등 비강남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2∼4%대 수준에 그쳤던 곳들인데 올해는 큰 폭의 공시가격 상승이 예고된 상태다.
실제 재건축을 추진중인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 전용면적 44.33㎡는 작년 말 3억7천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달은 5억6천만원에 매매돼 1년 새 50% 가까이 상승했다.
중랑구 신내동 신내11대명아파트 전용 49.77㎡는 실거래가가 작년 말 4억3천만원에서 올해 2억원 이상 높은 6억5천만원에 팔리며 51.2% 뛰었다.
이에 비해 세제개편안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구는 올해 9월까지 보합(0.00%)을 기록했고, 역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초(1.42%)·용산(4.24%)·송파구(5.30%)가 하위 1∼4위를 차지하면서 작년보다 공시가격 상승폭이 크게 둔화할 전망이다.
실거래가 지수 역시 올해 1∼8월 누적 동북권은 12.72%, 서남권은 10.44% 오른 반면, 강남지역인 동남권은 4.88%로 상승률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강남권 내에서도 최근 급매물 거래가 늘어난 압구정, 대치동 등 정비사업 단지는 공시가격 하락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부 단지는 이미 공시가격 체감 현실화율이 90%에 육박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면적 183.41㎡는 지난해 말 12층이 사상 최고가인 128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동일층이 92억원에 팔렸다. 무려 36억원 떨어진 금액이다.
이 아파트 동일 주택형의 올해 공시가격은 81억5천700만원으로 현재 거래가 대비 체감 현실화율은 이미 89% 선(88.7%)까지 높아졌다.
고액의 추가부담금 문제가 불거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79㎡의 경우 작년 12월 초 가격 37억7천만원이며, 작년 11월에는 최고 38억원에 팔렸으나 현재 시세와 거래가는 31억원대로 급락했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23억7천900만원으로, 현 기준 현실화율은 77% 선으로 높아졌다.
감정평가법인의 한 관계자는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급매물 거래가 한두 건씩 나타나면 적정 시세 산출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강남의 정비사업 단지나 절세 목적의 급매물 거래가 많은 단지를 중심으로 내년 공시가격이 꽤 출렁거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 '5년 로드맵' 수립, 법 개정 미비가 변수…올해 현실화율 동결할까
시세 외에 또 다른 변수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청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현실화율 90% 목표는 그대로 두되, 새 정부 임기 내 사용할 5년 단위의 현실화율 로드맵을 새로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대표 발의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현실화 계획의 수립 주기를 5년으로 정하고, 시장 상황 등에 따라 현실화 계획의 적용 여부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에 따라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5년 주기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정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의 국회 심의가 지연되면서 시장에선 당장 올해 5년 주기의 현실화율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에는 5년 계획을 확정하지 않거나, 내년도 목표 현실화율만 우선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부는 이달 중순 공시가격 공청회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현실화율을 결정한다.
현실화율 조정에는 국회에 계류된 내년도 세제개편안의 통과 여부도 고려될 전망이다.
정부가 발의한 개편안에는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하고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원으로 동결하기로 했지만,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내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60%에서 내년엔 70%로 상향되고 2주택 이상자는 2028년부터 80%까지 높아진다.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부터는 세율도 현행보다 높아진다.
고가주택은 내년 공시가격이 상승하지 않더라도 세 부담이 커지는 곳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정부가 올해 아파트값 상승과 보유세 개편 등을 고려해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처럼 동결하거나, 높이더라도 큰 폭의 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가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 의뢰해 보유세를 모의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의 올해 공시가격 34억9천100만원이 내년에도 변동 없다고 가정해도 보유세가 올해 1천810만원 선에서 내년에는 2천257만원으로 447만원, 25%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남구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 114㎡는 공시가격이 올해(43억5천700만원)와 같더라도 보유세가 올해 2천713만원에서 내년에는 약 3천435만원으로 722만원, 26% 이상 보유세가 증가한다.
다만 마포·성동구 등 한강벨트 일대 일부 단지는 내년에 크게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을 경우 보유세가 올해보다 낮아질 수 있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올해 17억5천200만원의 공시가격이 내년에도 유지되면, 올해 453만원인 보유세가 내년에는 450만원으로 소폭 감소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13억6천500만원인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 전용 84㎡은 내년에는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보유세가 257만원에서 238만원으로 7.4%가량 줄어든다.
우병탁 전문위원은 "올해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강북 등 비강남지역은 공시가격이 14억원 미만으로 종부세 대상이 아닌 곳이 많아 공시가격이 오르더라도 재산세만 소폭 상승할 전망"이라며 "내년도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고가주택 중심으로 공시가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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