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반찬으로 감자조림이나 카레를 하려고 감자를 먼저 깎아 두면, 다른 재료를 손질하는 사이에 감자 표면이 회색으로 변하고 시간이 더 지나면 갈색까지 짙어진다. 상한 건 아닌가 싶어 겉을 한 번 더 깎아 내거나 아예 버리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곧 조리할 생각으로 깎은 감자를 도마 위나 빈 그릇에 그냥 올려 두는 집이 많은데, 몇 분만 지나도 자른 면부터 색이 탁해지기 시작한다. 그릇에 담아 두기만 해서는 색이 변하는 것을 막기 어렵고, 손님상에 낼 음식이라면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깎은 감자는 찬물에 완전히 잠기게 담가 냉장고에 넣어 두면 하루가 지나도 색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감자 색이 왜 변하는지, 찬물에 담가 두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알고 나면 감자를 미리 손질해 두는 일이 훨씬 편해진다.
공기에 닿은 감자 단면이 회색으로 변하는 이유
껍질을 벗긴 감자가 공기에 닿으면 감자 속에 든 폴리페놀 성분이 효소와 함께 산소와 반응하는데, 이때 생긴 색소가 표면을 회색이나 갈색으로 물들인다. 깎아 둔 사과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 감자가 상해서 생기는 변화와는 다르다.
이 반응은 감자 단면이 공기에 닿아 있는 동안 계속 이어지고 실온에서는 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깎은 감자를 그릇에 두기만 하면 시간이 갈수록 색이 짙어진다. 변한 겉을 한 번 더 깎아 내도 새로 드러난 면이 다시 공기에 닿아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찬물에 담가 두면 감자 표면이 물에 덮여 산소와 닿을 일이 크게 줄고, 온도가 낮으면 색을 바꾸는 효소도 느리게 움직인다. 그래서 깎은 감자는 공기를 막고 차갑게 두는 쪽으로 보관해야 색이 오래 유지된다.
깎은 감자 색 변하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
준비물은 감자가 다 들어가는 그릇이나 밀폐용기와 찬물이면 충분하다. 몇 시간 안에 조리할 거라면 뚜껑 없는 그릇도 괜찮지만, 하루쯤 두려면 밀폐용기를 쓰는 편이 감자의 수분을 지키고 냉장고 냄새가 배지 않게 하는 데 낫다.
감자는 껍질을 벗기자마자 바로 용기에 넣는데, 여러 개를 깎을 때는 먼저 벗긴 감자부터 물에 넣어 두어야 마지막 감자를 깎는 동안 앞의 감자 색이 변하지 않는다. 미리 썰어 둘 거라면 썬 조각도 곧바로 물에 넣는 것이 좋다.
물은 감자 맨 위까지 완전히 잠길 만큼 붓는데, 물 밖으로 조금이라도 나온 부분은 그 자리만 색이 변하기 때문이다. 물을 부은 용기는 곧바로 냉장고에 넣고 24시간 안에 조리하는 것이 좋은데, 찬물 보관은 색이 변하는 것을 늦출 뿐 보관 기간을 늘려 주지는 않는다.
하룻밤 지나 꺼내 보면 물이 뿌옇게 흐려져 있는데, 감자 속 전분이 물에 녹아 나온 것이라 상했다는 뜻은 아니다. 조리하기 전에 물을 버리고 감자를 한 번 헹군 다음,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겉이 미끈거리면 쓰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찬물 보관은 깎은 감자가 회색이나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때 쓴다. 햇빛을 오래 받아 껍질과 속이 초록색으로 변했거나 싹이 난 감자는 몸에 해로운 성분이 늘어난 상태라, 초록 부분이 조금이면 주변까지 두껍게 도려내고 전체가 초록색이면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잘 보관된 감자는 물에서 꺼냈을 때 깎은 직후처럼 흰빛이 돌고 손으로 눌러도 단단하며, 썬 조각의 가장자리에도 회색 테두리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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