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아무거나 라고 괜찮다고 말할 때 진짜 원하는 속마음
“저녁 뭐 먹을래?”
남편이 묻자 아내는 길 건너를 한번 본다. 역 앞에 쌀국수집이 생겼고, 지난주에 혼자 지나가며 메뉴 사진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오늘처럼 조금 쌀쌀한 날에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질문을 받으니 다른 대답이 나온다.
“난 아무거나. 당신 먹고 싶은 거 먹어.”
남편은 바로 앞 고깃집을 가리킨다. 여기 반찬도 잘 나온다며 문을 열어주니, 아내도 뒤따라 들어간다. 점심에 제육볶음을 먹었다는 말은 외투를 벗다가 떠올랐지만, 이미 직원이 두 사람을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메뉴판을 받아 펼쳤다가 남편이 무엇을 고르는지 기다린다. 다른 테이블에서 된장찌개가 끓고 있고, 옆자리 아이는 밥에 물을 말아 먹는다. 아내도 밥하고 찌개만 먹어도 괜찮겠다 싶어진다.
그 집은 음식이 짜기는 했다
얼마 전 아내가 고른 식당에서는 음식이 늦게 나왔다. 남편은 기다리는 동안 휴대전화를 보았고, 아내는 주방 쪽을 몇 번이나 돌아보며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했다. 자신이 요리하는 것도 아닌데 직원이 음식을 들고 나올 때마다 괜히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음식은 짜기는 했다. 기대했던 맛도 아니었으니 남편이 별로라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계산하고 나와서도 그 이야기가 계속되자, 같이 먹은 저녁보다 자신이 식당을 잘못 골랐다는 일만 남는 것 같았다.
“당신이 찾는 데는 꼭 이런 식이더라.”
그 말에는 대꾸하고 싶었다. 맛있게 먹었던 곳도 있었고, 남편이 다시 가자고 했던 식당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 하나씩 꺼내기 시작하면 밥 한 끼 먹고 너무 따진다는 말을 들을 것 같아, 다음에는 다른 데 가자고만 했다.
그날 집에 와서는 식당 후기를 다시 읽었다. 다들 맛있다고 썼는데, 자신들만 그랬던 걸까. 남편에게 보여줄까 하다가 그만두고, 읽던 화면을 닫았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에 관한 글을 읽으며 남편을 떠올린 적도 있었지만, 누군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면 이런 식당 이야기부터 꺼내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음식이 맛없다고 할 수도 있지, 그게 그렇게 서운할 일인가 싶어서.
“삼겹살로 먹으면 되지?”
남편의 목소리에 메뉴판에서 고개를 든다.
“응. 그런데 나 점심에도 고기 먹었어.”
“그럼 다른 걸 먹자고 하지. 아까 아무거나 괜찮다며.”
틀린 말은 아니어서 아내도 더 할 말이 없다. 남편은 자신이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몰랐고, 쌀국수집 앞에 서서 메뉴를 봤던 일은 말한 적도 없다. 물어봤을 때 이야기했으면 됐는데, 이제 와 먹기 싫다고 하면 괜히 기분만 상하게 할 것 같다.
“아니야. 여기 찌개도 있으니까 괜찮아.”
주문을 하고 나서
남편은 고기와 찌개를 주문하고 달걀말이도 하나 추가한다. 아내가 달걀말이를 좋아한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다. 그럴 때면 자신이 남편을 너무 나쁘게만 생각했나 싶다가도, 같이 저녁을 먹을 식당 하나 고르는 데 왜 미리부터 눈치를 봐야 했는지 다시 서운해진다.
남편이 냅킨 위에 수저를 놓아주고 물컵도 채워준다. 아내는 고맙다고 말하면서 외투 주머니에 넣어둔 머리끈을 찾는다. 손목에 걸고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해 머리를 묶고 나니 남편이 웃는다.
“그렇게 찾더니 거기 있었네.”
아내도 웃는다. 조금 전까지 속으로 하던 이야기를 지금 꺼내기는 어려워졌다. 남편이 기분을 풀어주려고 한 말도 아닐 텐데, 같이 웃고 나면 서운함을 다시 들추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잠시 뒤 찌개가 먼저 나와 한 숟갈 떠먹는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배가 고팠던 탓인지 밥도 금세 줄어들고, 남편은 고기를 뒤집으며 내일 차를 정비소에 맡겨야겠다고 말한다. 몇 시에 갈 것인지 묻자 오전에 다녀올 생각이라며, 오는 길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오겠다고 한다.
집에 세제가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하다가 휴대전화 메모장을 연다. 세제 아래에 우유도 적고, 냉장고에 달걀이 있었는지 잠깐 헷갈린다.
달걀말이가 나오자 남편이 젓가락을 댄다. 아내는 뜨거우니 조금 기다리라고 말하며, 찌개 옆으로 접시가 들어갈 자리를 만든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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