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연택 기자
롯데쇼핑과 이마트,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한국거래소의 첫 저평가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업종 하위권에 머문 기업 151곳이 공개되면서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상장사들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증권사 주식거래 화면에 저PBR기업 여부가 표시되고 기관투자자의 주주 관여 확대도 추진되면서 수익성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순자산 대비 낮은 기업가치···유통·철강·금융업종 줄줄이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날 유가증권시장 96곳과 코스닥시장 55곳 등 총 151개사를 저PBR기업으로 선정해 처음 공표했다. 지난 3월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다. 장기간 저평가된 상장사를 공개해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이번 명단에는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포함됐다. 롯데쇼핑의 PBR은 0.17배로 집계됐고 이마트와 롯데하이마트는 각각 0.15배에 머물렀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지표로 1배 미만이면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가 장부상 순자산보다 낮다는 뜻이다.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최근 20거래일간 일평균 시가총액이 각각 순자산의 17%와 15% 수준에 불과했다.
철강과 금융업종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현대제철의 PBR은 0.19배였으며 한화생명은 0.27배로 집계됐다. DB증권(0.33배)과 현대차증권(0.31배), 흥국화재(0.20배) 등 금융회사들도 포함됐다. 태광산업(0.23배)과 대한해운(0.27배), 한진(0.17배), 코오롱(0.15배) 등도 저PBR기업으로 선정됐다.
업종별로는 소재와 산업재 기업이 많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소재업종이 23곳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재가 22곳으로 뒤를 이었다. 자유소비재는 18곳, 필수소비재는 12곳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정보기술업종이 17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산업재와 헬스케어가 각각 10곳을 차지했다.
거래소는 지난달 22일 기준 상장사 2431곳을 대상으로 저PBR기업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 등을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779곳과 코스닥시장 1652곳이 분석 대상이다. 최근 6개 반기 연속 또는 최근 7개 반기 가운데 6개 반기 동안 업종별 PBR이 유가증권시장 하위 25%, 코스닥시장 하위 10%에 해당한 기업을 추렸다.
이 기준을 충족한 기업은 총 185곳으로 유가증권시장 115곳과 코스닥시장 70곳이었다. 이 가운데 PBR 개선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34곳이 공표 대상에서 제외됐다. 거래소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공표 제외 혜택을 부여했다.
장기간 저평가 상태가 지속된 기업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다. 최근 12개 반기 연속 또는 최근 13개 반기 가운데 12개 반기 동안 저PBR 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개선계획을 제출했더라도 공표 대상에 포함됐다. 실제 PBR 개선계획을 공시한 62곳 가운데 34곳이 공표 대상에서 제외됐고 15곳은 장기간 저평가 요건에 해당해 명단에 남았다. 나머지 13곳은 당초 저PBR기업 선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
개선계획 공시 유도에 기관투자자 주주 관여 강화
이번에 선정된 151개사는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의 밸류업 페이지에 공개된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도 '저PBR' 표시가 붙는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거래할 때 해당 기업의 장기 저평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기업별 가치 제고계획과 이행 성과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일부 기업이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저평가 기업들의 공시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가 개선계획 제출 여부와 저평가 지속 기간을 함께 반영한 만큼 기업들은 수익성과 자본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기관투자자의 주주 관여 확대까지 추진되면서 배당과 자사주 정책 등 주주환원 방안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거래소는 내년부터 저PBR기업 151곳 전체를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기업별 저평가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목표와 실행계획 수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도 기관투자자의 주주 관여를 촉진하기 위해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 개정과 이행점검을 추진하고 있다. 저PBR기업 명단은 내년 5월 4일 다음 공표가 이뤄지기 전까지 유지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저PBR기업 명단이 공개되면서 장기간 저평가 상태에 머문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개선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기업들이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익성과 자본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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