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집회·통행 금지…내무부 "핼러윈 핑계 얼굴 가리면 벌금"
학생단체, 내주 학교봉쇄 시위 예고…독일서도 첫 'Z세대 집회'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고등학생들이 시작한 시위가 대규모 소요 사태로 번진 프랑스에서 31일(현지시간) 세 번째 주말 시위가 열렸다. 당국이 곳곳에서 집회와 행진을 금지하고 삼엄한 경비를 하는 가운데 시위 참가자는 다소 줄었다.
AFP·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와 릴·리옹·마르세유·툴루즈·낭트 등지에서 학생·노동자 단체와 '노란 조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가 열렸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핼러윈 복장을 하고 거리에 나섰다. '핼러윈을 맞아 성난 시민으로 꾸몄다'는 팻말도 있었다. 툴루즈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해 '마누, 네가 나의 프랑스를 죽였다'고 적은 팻말이 등장했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이번 주말 약 150곳에서 시위가 예고됐다. 내무부는 이날 파리에서 7만명, 전국에서 32만명이 시위에 참가한 걸로 집계했다. 약탈 등 소요 사태가 발생한 지난 17일 시위에는 경찰 추산 55만명, 24일에는 41만명이 모였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까지 모두 27명을 체포했다. 이 역시 지난 주말 같은 시간 기준 217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AFP는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경찰 7만명과 감시용 헬기·드론 등을 투입해 폭력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은 도심 한복판 바스티유 광장과 나시옹 광장 사이 행진을 금지하고 도시 외곽 행진만 허용했다. 파리 행정법원은 전날 이 조치를 무효화했으나 이날 오전 최고행정법원이 결정을 뒤집고 행진을 다시 금지했다.
당국은 핼러윈과 겹친 이날 시위가 밤 사이 폭력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7일 폭동 사태가 발생한 레퓌블리크 광장과 샤틀레레알에 이번 주말 밤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내무부는 핼러윈을 틈타 얼굴을 가린 시위대에 벌금 150유로를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핼러윈 핑계는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릴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고등학생들이 시작한 시위는 고물가 등 사회 문제 전반을 성토하는 대규모 전국 시위로 번졌다. 정부가 강경진압에 나서고 중상자가 발생하면서 집회는 시민 자유와 집회 권한 요구로도 확대됐다.
경찰은 폭죽 등 위험물질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이날 파리에서만 1천200명을 검문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글래디스 베탕쿠르(37)는 AP통신에 "이 싸움이 고등학생들을 위해 시작됐다는 걸 잊지 않고 있다"면서 "시위가 더 폭넓은 사회적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학교에 교사를 더 투입하고 온라인 대입 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교육 개선책을 내놨으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학생단체 위니옹에튀디앙트의 사브린 카르바흐 대변인은 내달 3일과 5일 고등학교와 대학을 봉쇄하고 5일에는 노동계 시위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프랑스노동연맹(CFDT) 등 노동단체들은 내달 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옆나라 독일에서도 프랑스 시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청년 시위가 열렸다. 젠지레겔트(Z세대가 해결한다)라는 이름의 청년 단체는 이날 전국 34개 도시에서 '우리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렸다'를 구호를 내걸고 집회 중이다.
이날 오후까지 전국에서 모두 18만4천여명이 참가하겠다고 온라인으로 등록했다. 다만 경찰은 베를린에 약 5천명이 모이는 등 참가자가 예상보다 적은 걸로 집계했다.
주최 측은 ▲교육예산 확대 ▲ 고물가 대책 마련 ▲ 징병제 반대 ▲ 기후변화 대응 등 여러 가지 주제를 들고 나왔다. 베를린 집회에는 '전쟁 대신 사회 예산', '너희의 안락이 우리 미래를 빼앗는다', '미사일은 억만장자를 날려버리는 데만 필요하다' 등 정부의 국방비 확대와 사회복지 예산 축소, 징병제 부활 검토를 비판하는 구호와 팻말이 많았다.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함부르크 시내 명품 가게들은 약탈 사태를 우려해 합판으로 쇼윈도와 출입구를 막고 영업을 중단했다. 쾰른 등 일부 지역에서 시위대가 복면을 하고 폭죽을 던져 행진이 중단됐으나 대규모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당국은 집회에 앞서 극단주의 세력이 가담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수 차례 경고하고 베를린 1천500명 등 경찰력을 대거 투입했다. 뮌헨 집회를 조직한 스티브(18)는 청년층 요구사항보다 폭력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우리 세대 목소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dada@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