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초면 마트 과일 코너에 햇귤이 쌓이고, 식탁 위 바구니에도 귤이 떨어질 날이 없다. 이맘때 저녁 반찬으로 제육볶음을 자주 하는 집이라면 매콤한 고추장 양념이 늘 같은 맛이라 조금 심심하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단맛을 더하려고 설탕이나 물엿을 더 넣으면 양념이 끈적해지고 단맛만 앞으로 튀어나와 고기 맛이 묻히기 쉽다. 그렇다고 단맛을 줄이면 고추장의 매운맛과 짠맛이 그대로 혀에 남아, 밥은 잘 넘어가도 끝맛이 텁텁하게 느껴진다.
이럴 때 까먹던 귤 한 개를 갈아 양념에 섞으면 매콤한 제육볶음에 과일의 달큰한 맛이 더해진다. 돼지고기 600g에 귤 1개를 갈아 낸 즙 4큰술이면 충분하고, 따로 장을 볼 필요 없이 집에 있는 귤로 바로 만들 수 있어 경제적이다.
매콤한 고추장 양념에 귤즙이 어울리는 이유
제육볶음 양념이 단조롭게 느껴지는 것은 고추장과 고춧가루, 간장이 모두 맵고 짠 쪽으로 맛을 끌고 가기 때문인데, 여기에 단맛을 설탕 하나로만 채우면 맛이 한 겹으로 납작하게 느껴진다. 설탕은 단맛만 있고 향이 없어서 양을 늘려도 매운맛을 덮을 뿐 맛이 풍성해지지는 않는다.
귤즙에는 단맛과 함께 새콤한 맛과 상큼한 향이 들어 있어서, 고추장의 매운맛 사이로 과일 맛이 은은하게 퍼진다. 새콤한 맛이 짠맛을 한결 가볍게 느끼게 해 같은 양념이라도 끝맛이 깔끔해지는 편이라, 단맛은 설탕을 더하는 쪽보다 귤을 갈아 넣는 쪽으로 채우는 것이 좋다.
제육볶음 양념에 귤즙 넣어 볶는 방법
돼지고기 600g을 기준으로 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와 간장, 다진 마늘을 각 1큰술씩 준비하고 양파 반 개는 채 썰고 고추 2개는 어슷하게 썬다. 귤은 껍질을 벗겨 강판이나 믹서로 곱게 간 다음 즙만 4큰술을 덜어 두는데, 알갱이가 씹히는 것이 싫다면 고운 체에 한 번 거르면 된다.
돼지고기는 먼저 가볍게 밑간을 해 두고, 볼에 고추장과 고춧가루, 간장, 다진 마늘을 담은 다음 귤즙 4큰술을 부어 고추장 덩어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루 풀어 준다. 이 양념을 고기에 붓고 손으로 주물러 고기 한 점 한 점에 빨간 양념이 빈틈없이 묻도록 버무리는 것이 좋다.
팬을 먼저 달군 뒤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고추를 넣어 30초만 볶아 향을 낸 다음, 양념한 고기를 넣고 고기가 다 익을 때까지 볶는다. 귤즙과 고추장이 섞인 양념은 불이 너무 세면 팬 바닥에 금방 눌어붙기 때문에, 고기를 자주 뒤적이며 양념이 고르게 묻도록 볶는 것이 안전하다.
고기 겉면에 붉은 핏기가 사라지고 가장 두꺼운 고기를 잘라 봤을 때 속까지 하얗게 익었으면 불을 끈다. 귤이 덜 익어 신맛이 강하다면 즙을 4큰술보다 조금 덜 넣는 것이 좋고, 단맛이 강한 귤이라면 양념에 따로 설탕을 넣지 않아도 충분하다.
다 볶은 제육을 접시에 담으면 매콤한 냄새 사이로 귤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고, 한 점 집어 먹으면 고추장 맛 뒤로 달큰한 맛이 남아 밥 한 공기가 금방 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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