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유세 일정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번복했다. 피로 누적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에 불쾌감을 드러낸 직후 벌어진 일이다. 유세 취소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외모를 문제 삼으며 거친 말을 쏟아내는 등 공개 설전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CNN은 30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주말에 예정했던 캔자스주와 아이오와주 대면 유세를 취소했다가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80세인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선거 현장을 찾으면서 피로가 누적됐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이와 관련한 언론의 평가에 강하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 변경은 지난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를 마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당초 그는 캔자스주 살리나와 아이오와주 더뷰크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두 지역의 대면 행사를 취소하고 전화 연결 방식의 원격 유세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전국 각지의 지지자와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세 취소와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피로 누적 가능성을 부인하며 “나는 완전히 멀쩡하다”고 말했다. 이어 질문한 기자를 향해 “당신은 역겹다. 몸 관리 좀 해라. 꼴이 말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취소 이후 관련 보도에 격분했다는 측근의 전언도 소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은 자신이 피로 때문에 일정을 줄였다는 해석에 불쾌감을 느꼈다. 보도가 이어지자 취소했던 현장 유세를 다시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다만 백악관과 공화당 측은 일정 변경에 다른 이유를 제시했다. 추가로 편성된 전화 유세를 소화하기 위해 기존 일정을 재조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화당 측은 캔자스와 아이오와 행사를 취소하면서 여러 주를 대상으로 한 원격 유세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이후 백악관 관계자는 두 지역의 현장 방문이 추가 전화 유세 일정에 맞춰 재편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은 현지 공화당 후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캔자스주 공화당 상원의원 로저 마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취소 소식이 전해진 뒤 “대통령이 시간을 쓸 만한 더 나은 곳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캔자스 방문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이 지역 상원 선거는 민주당 후보 애덤 해밀턴과 마셜의 경쟁이 예상보다 팽팽하게 진행되는 곳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당내에서는 대통령의 현장 유세가 선거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공화당 후보들이 투표 독려를 위해 유권자 가정을 직접 방문하고 지역 조직을 움직여야 하는 시점에 대통령의 대규모 유세가 인력과 시간을 소모한다는 지적이다. 한 공화당 고위 관계자는 CNN에 “대통령은 어디서든 판세를 눈에 띄게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를 둘러싼 평가는 선거구마다 다르다. 강한 지지층이 결집한 지역에서는 대통령의 방문이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 반면 경합 지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와 국정 운영 평가가 후보 개인의 선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생활비와 물가 문제가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공화당 후보들은 대통령의 지원 효과를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현장 유세를 두고 상반된 태도를 보여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선거운동 막바지에 참모들에게 방문 일정을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지지율이 부진한 상황에서 공화당 강세 지역을 찾아 자신을 환영하는 군중을 만나는 일이 정치적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거의 매일 다른 도시를 이동해야 하는 일정에는 불만을 나타냈고, 자신의 선거가 아닌 다른 후보들의 선거를 위해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이유를 두고 불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들어 전국 19개 주에서 25차례의 중간선거 유세를 진행했다. 오는 11월 3일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은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취소됐던 캔자스와 아이오와 방문 일정도 다시 잡히면서 두 지역의 현장 유세는 11월 1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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