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노벨상 한강 기적' 이후 2년… 한국문학이 마주한 숙제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N포커스] '노벨상 한강 기적' 이후 2년… 한국문학이 마주한 숙제

뉴스컬처 2026-10-31 16:52:19 신고

3줄요약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2024.12.11. 사진=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2024.12.11. 사진=연합뉴스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국제적 위상을 증명한 역사적 쾌거다. 그러나 뛰어난 작가 한 명의 탄생이 한국 문학의 지속적인 성장을 온전히 담보하지는 않는다. '제2의 한강'이 등장하려면 작가가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은 물론, 작품을 세계 독자에게 전달할 번역·출판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가 내년도 문학 분야 예산을 대폭 확충해 창작 환경 개선과 해외 진출 지원에 속도를 낸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편성한 2027년 문학 분야 정부 예산안은 778억 원이다. 올해 466억 원보다 312억 원(67%)이나 뛰었다. 작가 창작 지원금은 3배 이상, 번역·출판 지원 예산은 2배 이상 늘어난다. 국립한국문학관 개관 준비와 지역문학관 육성을 위한 재정 투자도 확대한다.

◇문학예산 778억…창작부터 세계 진출까지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문학 분과 제4차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곽효환 시인, 방현석·은희경 소설가, 이수지 그림책 작가, 이낙준 웹소설 작가, 정은귀 번역가 등 문학·출판·번역 분야 전문가 8명이 참석해 머리를 맞댔다. 정부가 제시한 3대 투자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문학 창작 지원 강화 △한국 문학 해외 진출 확대 △국립한국문학관 개관 및 지역문학관 활성화다.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부터 번역·출판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 문학 자료를 보존하고 독자에게 소개하는 문화 시설까지 지원 범위를 전방위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최 장관은 “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이러한 성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탄탄한 문학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778억 원은 국회 심의를 앞둔 정부 예산안이다. 재정 투자가 대폭 늘어난 만큼, 지원 대상과 사업 운영 방식을 고도화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후 첫 신간인 '빛과 실'이 진열돼 있다. 2025.4.24.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후 첫 신간인 '빛과 실'이 진열돼 있다. 2025.4.24. 사진=연합뉴스

 

​◇작가 지원 3배…상주작가 175명으로 확대

​작가 창작지원금 예산은 올해 6억원에서 내년 19억5000만원으로 증가한다. 약 3.25배 규모다. 지원체계도 개편한다. 중견작가 중심으로 운영하던 창작지원을 신진·유망·중견작가로 세분화해 경력 단계에 적합한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등단 초기 작가와 작품 활동을 지속해 온 중견작가는 창작 여건과 필요한 지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신진작가에게는 작품 발표와 경력 형성의 기회가 중요하고, 일정한 경력을 쌓은 작가에게는 안정적인 집필 활동을 유지할 여건이 요구된다. 경력별 지원체계는 이러한 차이를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다.

​문학 상주 작가 사업 규모도 커진다. 관련 예산은 32억 원에서 67억 원으로 배 이상 늘어난다. 지원 인원은 100명에서 175명으로, 활동 기간은 7개월에서 9개월로 각각 연장되며, 인건비 인상도 추진한다. 문학 상주 작가는 도서관, 서점 등 문학 관련 공간에서 창작 활동을 하면서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해 독자와 소통하는 사업이다. 안정적인 활동 기간과 인건비 보장은 작가들이 창작에 매진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번역출판 122억…한국 고전·근현대 걸작 세계로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 지원 예산은 올해 250억원에서 내년 344억원으로 94억원(38%) 늘어난다. 한국문학번역원이 담당하는 해외 진출 사업의 지원 규모를 확대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 독자를 만날 기회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가장 큰 변화는 번역출판 지원이다. 관련 예산이 59억원에서 122억원으로 증가한다. 63억원 증액으로 기존 규모의 두 배 이상이다. 번역료도 인상해 전문 번역가의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은 한국 고전·근현대 걸작 기획 번역이다. 20억원을 편성해 문학적 가치가 높지만 해외에 충분히 소개되지 못한 작품의 번역을 지원한다. 해외 출판사의 수요에 의존하던 기존 지원 방식에서 소개할 작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해외 출판사의 출간 여부에 따라 한국문학의 소개 범위가 제한됐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 외에도 한국문학사의 다양한 성취를 해외에 알릴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번역 전문인력 양성도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 운영을 목표로 지역대학과 협력해 한국문학 번역 석사학위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30일 회의에서는 대학과의 협력 방식과 교육의 전문성에 관한 우려도 제기됐다. 번역가 양성은 학위과정 신설에 더해 교육과정의 전문성, 우수한 교수진, 지속적인 번역 실습 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다. 구체적인 운영체계는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작년 10월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직후 증가한 서적 출판업 생산이 11월 지표에서 최대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2일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서 한 시민이 베스트셀러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작년 10월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직후 증가한 서적 출판업 생산이 11월 지표에서 최대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2일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서 한 시민이 베스트셀러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립문학관 234억·지역문학관 43억…향유 기반 강화

​문학자료의 보존과 국민의 문학 향유를 위한 투자도 늘어난다. 내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인 국립한국문학관 관련 예산은 올해 52억원에서 내년 234억원으로 증가한다. 182억원 증액으로 기존의 약 4.5배 규모다.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문학 관련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연구와 전시, 교육 등에 활용할 국가적 문화시설로 준비되고 있다. 작가의 원고와 관련 기록, 문학사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국민에게 소개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역문학관 활성화 예산은 4억2000만원에서 43억원으로 10배 이상 확대된다.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비해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역문학관에 대한 재정 투자를 강화한 것이다. 지역문학관은 지역 출신 문인의 작품과 활동을 기록하고 지역의 문학사를 시민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맡는다. 예산 확대가 자료 수집과 전시,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활용된다면 지역 주민의 문학 향유 기회도 넓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예산이 증가했다고 모든 문학 관련 사업의 지원 여건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30일 회의에서도 문학나눔 도서보급 사업의 예산과 번역 전문인력 양성 방식을 둘러싼 의견이 제시됐다. 사업별 예산의 적정성과 실제 지원 효과를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이 세계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제2의 한강'이라는 기대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적인 문학적 성취는 예산만으로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가 작품을 쓸 시간을 확보하고, 번역가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동해 국내외 독자가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할 기회를 넓히는 일은 정책이 뒷받침할 수 있다. 내년도 문학예산 778억원의 가치는 증액 규모보다 창작·번역·향유 환경을 얼마나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