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가 위장에 좋은 성분을 갖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다른 작용도 한다. 아삭한 양배추를 씹는 순간, 흥미로운 화학반응이 시작된다. 식물 조직 속에 따로 있던 성분과 효소가 만나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사멸을 유도하는 작용을 하는 성분도 있다.
흔한 반찬이자 샐러드 재료로 여겨졌던 양배추가 위장 건강과 암 예방 연구에 꾸준히 등장하는 이유다. 위 점막 보호와 관련해 연구돼 온 비타민U, 항암 연구의 관심 대상인 설포라판과 인돌-3-카비놀이 그 주인공이다.
비타민U는 위장보호 성분...'결장암 발생 낮춘다'는 메타분석 연구도
양배추와 위장 건강의 관계를 널리 알린 것은 미국 의사 가넷 체니의 연구다. 1949년 학술지 ‘캘리포니아 메디슨(California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는 위·십이지장궤양 환자 13명에게 신선한 양배추 주스를 먹인 뒤 궤양이 빠르게 나았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양배추의 위장 보호 성분으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비타민U다. 필수 비타민은 아니고 S-메틸메티오닌(SMM)이라는 성분의 별칭이다. 비타민U는 위 점막 보호와 손상 회복에 관여하는 작용이 연구돼 왔다. 양배추를 위장에 좋은 채소로 부르는 데는 이런 연구 배경이 있다.
항암 연구에서 주목하는 성분은 비타민U가 아니다. 양배추와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에 들어 있는 황 함유 화합물 ‘글루코시놀레이트’다. 양배추를 썰거나 씹으면 조직이 깨지면서 미로시나아제라는 효소가 작용한다. 글루코시놀레이트의 종류에 따라 설포라판, 인돌-3-카비놀 등의 물질이 생성된다.
이 물질들은 세포·동물실험에서 발암물질 처리에 관여하는 효소를 활성화하고, 염증과 암세포 증식에 관련된 신호를 조절하는 작용을 보였다. 암세포가 스스로 죽는 과정인 ‘세포자멸사’를 유도하는 결과도 보고됐다.
식탁에서 십자화과 채소를 즐겨 먹는 사람에게도 차이가 있을까. 2014년 학술지 ‘뉴트리션 앤드 캔서(Nutrition and Cancer)’에 실린 메타분석은 33개 논문을 종합해 십자화과 채소 섭취가 많은 집단에서 결장암 발생 가능성이 낮은 연관성을 보고했다. 양배추 하나의 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채소를 꾸준히 먹는 식습관에 관심을 기울일 이유는 충분하다.
오래 삶기보다 찌는 게 좋고… 올리브오일 곁들여야
양배추를 식탁에 올릴 때는 복잡한 조리법보다 성분의 손실을 줄이고 맛있게 먹는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
첫째, 물에 오래 삶기보다 찌는 방법을 활용한다. 물에 데치거나 삶으면 일부 수용성 성분이 조리수로 빠져나간다. 국내 연구에서는 양배추를 물에 데쳤을 때보다 찌거나 전자레인지로 조리했을 때 글루코시놀레이트와 S-메틸메티오닌이 비교적 잘 보존됐다. 물에 삶으면 성분이 빠져나갈 뿐 아니라 미로시나아제도 불활성화돼, 이후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유리이소티오시아네이트의 양이 줄어들 수 있다. 무조건 생으로 먹거나 정해진 시간을 고집하기보다 먹기 편한 정도로 익히는 것이 실용적이다.
둘째, 들기름이나 올리브오일을 조금 곁들인다. 양배추에 들어 있는 비타민K는 지용성으로, 지방과 함께 먹으면 흡수에 도움이 된다. 찐 양배추에 들기름을 살짝 두르거나 샐러드에 올리브오일을 넣으면 맛과 영양을 함께 챙길 수 있다.
셋째, 심지는 식감에 맞춰 활용한다. 단단한 심지도 얇게 썰어 볶거나 수프에 넣으면 먹기 편하다.
양배추의 성분이 좋다고 농축액이나 보충제로 많은 양을 먹을 필요는 없다. 갑상선이 걱정돼 식탁에서 아예 빼버릴 이유도 없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요오드를 충분히 섭취하는 사람이 십자화과 채소를 통상적인 양으로 먹는 것은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속쓰림이 반복되거나 위궤양이 있다면 양배추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양배추는 그 곁에서 식사의 질을 높이는 식재료로 활용하면 된다.
찐 양배추 한 접시, 아삭한 샐러드 한 줌을 꾸준히 맛있게 먹는 습관이 가장 현실적인 약식동원이다.
<참고자료>
-Cheney G. Rapid healing of peptic ulcers in patients receiving fresh cabbage juice. California Medicine. 1949;70(1)
-Tse G, Eslick GD. Cruciferous vegetables and risk of colorectal neoplasm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Nutrition and Cancer. 2014;66(1)
-황은선, Nhuan Do Thi. 양배추 가공조건에 따른 생리활성 물질의 함량 및 항산화 활성. 한국식품과학기술학회지(Korean J Food Sci Technol). 2015;47(2)
-Kim GH. Determination of vitamin U in food plants. Food Science and Technology Research. 2003;9(4)
-Ananian AA, et al. S-Methylmethionine (Vitamin U): a critical narrative review of dietary, therapeutic, and clinical evidence. 2026
-Barba FJ, et al. Bioavailability of glucosinolates and their breakdown products: impact of processing. Frontiers in Nutrition. 2016;3:24
Copyright ⓒ 캔서앤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