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소속 의료혁신위원회(위원장 정기현)가 29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제11차 회의를 열고, 고령화와 복합만성질환 증가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지출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비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대정부 권고안'을 논의했다.
권고안의 목표는 필요한 의료는 충분히 보장하면서 국민 의료비 부담은 적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1인당 의료비 418.6만 원…가계 부담은 OECD보다 11.8%p 높아
2024년 국내 경상의료비는 216.6조 원으로 전년(203.4조 원)보다 6.5% 늘었다.
국내총생산(GDP)의 8.5%에 해당하는 규모다. 1인당 경상의료비는 같은 기간 396.3만 원에서 418.6만 원으로 증가했다.
재원 구조의 불균형도 뚜렷하다.
경상의료비 가운데 가계가 직접 부담한 비중은 30.9%로 OECD 평균(19.1%)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의무가입보험 재원 비중은 59.8%로 OECD 평균(75.2%)에 못 미쳤다.
지출 증가 속도도 빠르다.
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율은 2019~2023년 연평균 2.5%씩 올라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OECD 평균 상승률은 0.8%였다.
반면 재정 기반은 약해지고 있다.
통계청 중위 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 3674만 명에서 향후 10년간 332만 명 줄어들 전망이다. 2025년 건강보험 재정 수입의 84.9%가 보험료여서, 인구 감소가 곧 재정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위원회는 보건의료비의 규모뿐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민의 건강성과와 의료보장 수준을 높이면서 부담은 적정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3대 전략과 6대 핵심과제를 축으로 한 10개 권고를 제시했다.
◆아프기 전에 관리한다…예방·일차의료·통합돌봄 강화
▲생애 전 주기 건강관리체계 구축
위원회는 질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데 집중된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봤다. 가까운 일차의료기관에서 평소 건강을 꾸준히 관리받는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건강검진에서 확인된 위험 요인이 예방과 치료로 이어지도록 하고, 일차의료기관의 상담·만성질환 관리·서비스 연계 역할에는 적절히 보상하도록 했다.
세부 과제에는 ‘보건의료기본법’ 등에 담당 일차의료기관을 선택하고 건강관리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권리를 구체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환자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자발적 단골의사(주치의) 등록을 활성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료·요양·돌봄 지역사회 통합 제공
노년기에는 여러 질환과 돌봄 필요가 함께 생기는 만큼, 의료·요양·돌봄을 끊김 없이 통합 제공하도록 했다.
노쇠와 기능저하에 일찍 개입하고, 퇴원 뒤에도 재택의료·재활·요양·돌봄이 이어지게 해 어르신이 지역사회에서 일상을 유지하도록 돕는다는 구상이다.
▲지역의료 역량과 의료전달체계 강화
의료기관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의뢰·회송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되, 지역의 의료역량과 접근성을 우선 확보하도록 했다.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권과 의료취약지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도 붙였다.
◆진료량 아닌 가치에 지불…비급여·실손도 '한 틀'에서
▲AI·디지털 기반 적정 진료와 가격체계
위원회는 의료서비스와 약제·치료재료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효과와 가치를 내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 결과는 적정 이용과 합리적 보상으로 연결한다.
효과가 검증된 AI·디지털 기술을 평가에 활용하고, 지출 효율화로 확보한 재원은 필수의료와 건강가치가 높은 분야에 우선 쓰도록 제안했다.
▲혼합지불체계로 발전
지불 방식은 여러 요소에 함께 보상하는 혼합지불체계로 바꾸도록 했다.
보상 대상은 필수의료 유지 역량, 환자와 진료과정에 대한 지속적·포괄적 관리, 의료의 질과 건강성과다.
환자 중증도와 지역 여건을 고려하면서 시범사업과 성과 평가를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건강보험·비급여·실손보험 연계 관리
세 제도는 국민의 실질적 의료비 부담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관리하도록 했다.
비급여는 의학적 필요와 근거에 따라 관리하고, 필요한 의료는 건강보험 편입을 검토한다. 한 제도의 변화가 다른 제도의 지출과 국민 부담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살피도록 했다.
◆“총액 상한 아니다”…중기 국민의료비 관리와 거버넌스 정비
▲중기 국민의료비 전망·관리체계
건강보험 재정을 넘어 공공·민간의 전체 의료비 지출을 파악하고, 중기 전망과 관리 방향을 마련하도록 했다.
국민 건강과 의료보장 수준, 경제·인구구조 변화, 부담능력을 함께 고려한다. 다만 의료비 총액에 획일적 상한을 두는 방식으로는 운영하지 않도록 했다.
▲정책 영향 사전·사후 평가
주요 보건의료 정책은 추진 전에 국민 건강과 의료접근성, 의료비와 가계 부담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시행 후에도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 범위는 건강보험 재정을 넘어 비급여와 민간보험까지 넓히고, 결과를 공개해 후속 정책 보완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재원 조성과 의사결정 체계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의 안정적 재정 책임을 높이고, 부담 능력에 맞게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개선하도록 했다. 재원 확충과 지출 효율화는 함께 추진한다.
아울러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 관련 의사결정 체계의 역할과 관계를 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보건의료비는 사회적 투자”
정기현 위원장은 “보건의료비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투자이며, 필요한 의료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라며, “고령화로 의료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한정된 재원이 국민 건강 수준을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쓰이도록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권고안이 의료비를 어디에, 어떻게 쓰고 그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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