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세계 77개국 도예가들이 출품한 작품 1397점 가운데 최종 선정된 58점이 경기도자비엔날레(GCB) 폐막 이후에도 전시된다.
한국도자재단은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가 내달 1일 막을 내린 뒤에도 제13회 국제공모전 수상작 58점을 내년 2월 14일까지 경기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전시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난달 18일 개막한 경기도자비엔날레는 '땅이 만든다(Earth Makes)'를 주제로 이천·광주·여주 등 경기 지역에서 45일간 막을 올렸다.
◇1397점 중 58점 선정…최종 선정 비율 4.2%
2001년 시작된 경기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은 현대 도예의 다양한 표현 기법과 조형 실험을 살피는 공모 형식의 전시다. 올해는 77개국 작가 1050명이 작품 1397점을 제출했다. 최종 선정작은 전체 출품작의 약 4.2%인 58점이다. GCB대상 1점, GCB우수상 9점, GCB특별상 5점, GCB상 43점 등 네 부문에서 수상작이 가려졌다. 주요 수상작 15점과 GCB상 43점이 전시를 구성한다.
심사는 국내외 도예·미술 전문가 10명이 참여한 가운데 두 단계로 진행됐다. 온라인 이미지 심사로 출품작을 추린 뒤 실물 심사에서 주요 수상작을 확정했다. 독창성과 도예 고유의 정체성, 환경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반응, 작품에 담긴 메시지 등이 평가 기준이었다. 실물 심사에는 신상호 도예가와 필라델피아미술관 큐레이터 엘리자베스 아그로, 장 블랑샤르 큐레이터, 이시자키 야스유키 기후현대도예미술관 관장, 장칭위안 국립타이난예술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대상 데이비드 라우어…흙과 유약의 물성 탐구
최고상인 GCB대상은 독일 작가 데이비드 라우어의 '펀치카드 하우스(Lochkartenhaus)'가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흙과 유약이라는 도예 특유의 매체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대형 작품을 제작하는 기술적 완성도와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조화를 높이 평가했다. 작품은 도자 재료의 무게와 물리적 특성, 유약의 색채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흙이라는 무거운 재료로 제작됐지만 조형적 구성에서는 가벼움과 불안정성을 탐구한다.
라우어는 작품 제작 과정에서 어린 아들이 유약을 흘려 붓는 작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자유롭게 흘러내리는 유약과 즉흥적으로 진행된 제작 과정은 작가가 표현하려는 자유와 연약함의 감각에 영향을 미쳤다. 도예는 흙을 빚고 가마에서 소성하는 과정에서 재료의 물리적 변화가 발생한다. 작품 제작자의 의도와 재료의 반응이 최종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매체의 특성이다. 대상작은 유약의 색채와 대형 조형물을 제작하는 기술을 활용해 도예의 표현 가능성을 탐색했다.
◇한국·홍콩·일본 등 우수상 9점…생태와 기억의 문제의식
GCB우수상에는 한국 작가 2명의 작품이 포함됐다. 곽윤지의 '잔존'과 이은영의 '메타-바이오스피어'다. 곽윤지의 '잔존'은 작품명에서 드러나듯 남겨진 흔적과 존재의 문제를 다루며, 이은영의 '메타-바이오스피어'는 생태와 인공적 환경에 대한 조형적 접근을 제시한다.
러시아와 투르크메니스탄 출신 작가로 구성된 듀오 더 그립스는 '다시는 눈이 오지 않을 거야'로 우수상을 받았다. 작품은 기후와 환경 변화에 관한 문제의식을 담았다. 홍콩 작가 렁 칭만 캘리스의 '뼈 사이의 몸 찾아내기'는 신체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라이 콴헤이 마이런과 목 호이칭 실베스터의 공동작 '무정형 결정: 피나카이트 #8'도 우수상에 포함됐다.
튀르키예 멜리스 부이룩의 '블루밍 카펫', 일본 아오키 히로시의 '대지의 씨앗', 미국에서 활동하는 엘리자 아우의 '신성함을 공간화하기', 우크라이나 유리 무사토프의 '흉상'도 수상작에 선정됐다. 작품들은 자연과 인체, 종교적 공간, 조형적 구조 등 여러 소재를 다룬다. 도자를 생활용 기물에 한정하지 않고 설치와 조각, 개념적 표현에 활용하는 현대 도예의 다양한 제작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특별상 5점·GCB상 43점…도자의 표현 영역 확대
GCB특별상에는 한국 작가 변지원의 '임시정원', 중국 강소청의 '산외산', 홍콩 라우 얏와이의 '침묵 속 기억의 소용돌이', 중국 정천양의 '대화', 미국 제이슨 워커의 '생태계의 상호의존과 순환' 등 5점이 선정됐다.
변지원의 '임시정원'과 제이슨 워커의 '생태계의 상호의존과 순환'은 자연과 생태에 관한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라우 얏와이의 작품은 기억을, 정천양의 작품은 소통을 주요 소재로 다룬다. 특별상 5점 외에 GCB상 43점도 전시된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창작 경험을 가진 도예가들이 흙과 유약, 소성 기법 등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들이다.
류인권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45일간의 비엔날레는 11월 1일 막을 내리지만, 77개국 도예가들이 흙으로 풀어낸 세계 도자의 오늘은 내년 2월까지 이천에서 계속된다"며 "비엔날레 기간 미처 방문하지 못한 분들도 연말연시와 겨울방학에 경기도자미술관을 찾아 국제공모전 수상작들을 만나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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