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가 스팀 출시 심사를 신청하기 전에 개발자가 자기 게임을 스팀으로 직접 5분 이상 실행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10월 26일 해외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처음 알려진 변화다. 하루 뒤인 27일 서울에서 열린 국내 인디 개발자 행사에서는 밸브 직원들이 AI로 만든 게임을 걸러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게임 매체 프라그스터(Fragster)와 일본 게임 매체 오토마톤(AUTOMATON) 보도에 따르면, 스팀 개발자용 관리 도구 스팀웍스(Steamworks)의 빌드 체크리스트에 'Played Through Steam for 5 Minutes(스팀으로 5분 플레이)' 항목이 생겼다. 심사를 신청하려면 개발자 계정이 해당 게임을 보유한 상태에서 스팀으로 게임을 실행해 5분 이상의 플레이 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 기록은 최근 7일 이내이거나, 현재 빌드를 기본 브랜치에 올린 뒤 쌓인 것이어야 한다. 최근에 직접 실행해 보지 않은 빌드로는 심사를 신청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항목은 10월 26일 해외 커뮤니티 레딧의 게임 개발 게시판에 스팀 플레이테스트 설정을 묻는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답글을 단 다른 개발자들은 예전에는 없던 항목이라고 했다. 게임와이가 29일 스팀웍스 공개 문서의 '심사 절차' 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5분 플레이 조건은 아직 적혀 있지 않았다. 빌드 심사 항목에는 제품이 지원 운영체제에서 제대로 실행돼야 한다는 조건만 있다. 밸브는 이 항목을 언제, 왜 넣었는지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오토마톤은 레딧에서 이번 조치를 생성형 AI로 양산된 저품질 게임이 스팀에 쏟아지고, 실행 확인도 없이 심사를 신청하는 개발자가 많은 데 따른 대응으로 보는 의견이 중심을 이뤘다고 전했다. 닌텐도 '슈퍼 마리오 메이커' 시리즈가 직접 깨지 않은 코스는 올릴 수 없게 한 것과 비슷하다는 비교도 나왔다. 다만 5분만 실행하면 되는 만큼 조건은 마리오 메이커보다 훨씬 느슨하다.
서울 찾은 밸브 "도구는 개발자가 고른다"
AI 게임을 둘러싼 질문은 한국에서도 나왔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조직위원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0월 27일 서울 삼성역 그라운드비에서 'Steam Indie Connect : Valve 팀과 직접 만나는 프라이빗 K-인디 개발자의 나잇'을 열었다. 게임와이가 BIC 조직위 보도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 행사에는 380여 명이 신청했고 선정된 국내 인디게임 개발사 60곳이 참석했다. 밸브 본사에서는 스팀 비즈니스 팀의 톰 자아르디노와 마크 윌킨슨, 현지화 팀의 매튜 안이 방한했다. 질의응답에서 개발자들은 위시리스트와 맞춤 캘린더가 노출에 미치는 영향, AI를 이용한 게임 모방(카피캣) 대응, 특정 국가에 쏠린 매출 문제 등을 물었다.
영국 게임 매체 VGC가 28일 전한 현장 발언에 따르면, 자아르디노는 개발에 AI를 쓸지는 각 개발자가 정할 일이라며 "개발자에게 어떤 도구를 쓰고 쓰지 말라고 말하는 게이트키퍼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AI로 만든 복제 게임을 내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는 개발자들에게는, 신고가 들어오면 살펴보겠지만 협박은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이 다룰 문제라고 답했다. 스팀은 복제작을 내리는 것보다 원작이 더 잘 발견되게 하는 데 힘을 쏟는다며, 누구나 쉽게 베낄 수 있는 메커니즘 하나에 기대지 말고 기능과 개성을 계속 더하라고 조언했다.
넥스트 페스트 저품질 노출 "알고 있다"
최근 넥스트 페스트에 참가했지만 반응이 저조했고, 저품질 게임이 행사를 덮었다는 불만을 SNS에서 봤다는 질문도 나왔다. 윌킨슨은 행사 첫 이틀은 참가작을 무작위로 보여주고, 그 뒤부터 이용자 취향에 맞춘 개인화 추천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개발자에게 공평한 노출 기회를 주고, 일찍 등록한 게임이 유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대가로 일부 저품질 게임이 노출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상당수 인원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아르디노는 걸러 달라는 요구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14년 전 그린라이트를 시작했을 때도, 이후 스팀 다이렉트를 도입했을 때도 같은 요구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밸브의 목표가 나쁜 게임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게임이 더 잘 발견되게 하는 데 있었다며 "우리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해결책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넥스트 페스트 기간(10월 19~26일) 이용자들이 생성형 AI 게임을 검색에서 걸러 달라고 요구한 직후에 나왔다. 당시 밸브는 장르·테마 등 탐색 기능을 손봤지만 AI 사용 여부로 거르는 필터는 넣지 않았다. 밸브는 AI 게임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심사 신청 단계에는 개발자가 직접 실행해 본 빌드만 올리도록 하는 조건을 더했다.
Copyright ⓒ 게임와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