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긴장하지 마세요.”
모처럼 외야 수비에 나서는 대선배에게 후배들이 장난을 건넸다. 자신의 수비에 집중하겠다는 최형우에게 오히려 긴장을 풀라며 웃음을 불어넣었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승규가 전한 가을야구 풍경이다.
박승규는 2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을 앞두고 기자와 만나 “이번 가을에 계속 집중하는 건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라운드 안에서든 벤치 안에서든 미친놈이 돼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말만 앞선 건 아니다. 박승규는 지난 27일 대구에서 열린 PO 2차전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삼성의 8-3 승리에 힘을 보탰다. 0-1로 뒤진 3회 동점 적시 2루타로 반격의 문을 열었고, 6회에는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했다. 상위타선과 중심타선을 부지런히 연결하며 1차전 패배로 처질 수 있었던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박승규는 공을 자신보다 준비 과정에 돌렸다. 그는 “전력분석팀에서 준비한 대로 준비했고, 타격 코치님이 생각하시는 방향을 그대로 실천하려고 했는데 잘 맞아떨어졌다”며 “전력분석팀이 많이 고생해 주고 있다. 많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1차전 패배에도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삼성은 첫 경기에서 단 2안타에 그쳤지만, 박승규는 경기 감각이 아직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상대 에이스 제임스 네일의 공을 본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1차전은 KIA에 내줬지만, 끝나고도 뭔가 질 것 같은 느낌이 안 들었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베테랑 최형우의 존재는 그 믿음을 더 단단하게 했다. 특히 2차전에서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최형우는 홈런을 포함한 2안타 2타점에 외야 보살까지 기록했다. 박승규는 “형우 형은 정말 대단했다. 그 나이에도 항상 열심히 몸을 만들고 준비하시는 게 그제 경기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선배의 수비 출전을 긴장 속에서 지켜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외야진 사이에서는 장난도 오갔다. 박승규는 “형우 형은 별 말 없으셨고, 자기 수비할 것에 집중한다고 하셨다. 우리가 오히려 ‘형, 긴장하지 마시라’고 장난을 쳤다”며 “이런 걸보면 오히려 팀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선배를 향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농담이었다.
박승규는 “형들이 라인업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든든하고 믿음이 간다. 우리는 그걸 믿고 하다 보면 항상 형들이 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자욱의 수비 공백으로 자신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에도 “누구든 그 포지션에 나가면 중요하다”며 “대기 멤버 중에도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많다”고 동료들을 먼저 이야기했다.
자신의 비중을 강조하는 데는 조심스러웠지만, 분위기를 이끌겠다는 각오만큼은 거침없었다. 선배들에게는 장난으로 긴장을 풀어주고, 경기장에서는 상대에게 기세를 내주지 않겠다는 박승규의 각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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