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전환] ②14년 기다린 대우조선…한화가 미국까지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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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대전환] ②14년 기다린 대우조선…한화가 미국까지 간 이유

한스경제 2026-10-29 13:21: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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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글로벌 조선소 파로나마를 형상화한 이미지. AI생성이미지
한화오션 글로벌 조선소 파로나마를 형상화한 이미지. AI생성이미지

한화그룹이 방산·조선·에너지를 중심으로 사업의 판을 바꾸고 있다. K9·천무 수출을 넘어 해외 생산거점과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조선에서는 한국의 제조기술을 미국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시장이 주저할 때 미래 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온 한화 특유의 장기 전략이 있다. 한스경제는 3회에 걸쳐 한화의 방산 수출모델, 조선·해양방산 확장성, 역발상 M&A 전략을 순서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큰 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화오션의 지난 3년도 그랬다. 한화는 2008년 한 차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한 뒤 14년을 기다려 다시 조선업의 문을 두드렸다.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품고 한화오션을 출범시킨 뒤에는 3년간 9206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과 공정을 뜯어고쳤다. 그 결과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던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대 기업으로 돌아섰다.

한화의 시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거제에서 회복한 조선 경쟁력을 미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스마트야드와 자동용접, 디지털 생산관리 기술을 이식해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건조능력을 장기적으로 20척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미 해군 함정 MRO에서 시작한 사업도 설계와 건조 영역으로 넓히고 있다.

14년을 기다려 확보한 조선소가 이제는 미국 해양방산 시장으로 향하는 전초기지가 된 셈이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산 이유가 단순히 배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점도 여기서 드러난다. 한화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조선회사’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생산기술을 연결하는 글로벌 해양산업 플랫폼에 가깝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잠수함·수상함 설계 및 건조 기술은 한화의 방산 사업을 바다로 넓힐 수 있는 기반이었다. LNG운반선과 해양플랜트 기술 역시 기존 에너지 사업과 연결해 해상 생산·저장·운송, 친환경 선박, 해상풍력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컸다.

한화가 산 것은 조선소 한 곳이 아니다. 해양방산과 에너지를 동시에 확장할 수 있는 기술과 생산기반, 그리고 글로벌 해양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었다.

▲적자기업 인수 3년…영업익 1조원으로 돌아서다

한화오션 출범 이후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실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인수 이전인 2021년 1조7547억원, 2022년 1조61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대규모 적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었다.

한화가 인수를 완료한 뒤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다. 2022년 약 4조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3년 7조4083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손실은 1965억원으로 줄었다. 2024년에는 매출 10조776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 237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2조7835억원, 영업이익 1조1167억원을 기록했다. 7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하며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을 우선한 전략이 성과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는 동시에 생산공정을 정상화하고 운영 효율을 높였다. 조선업 호황기에 무조건 수주를 늘리기보다 이익이 남는 선박을 골라 받는 방식으로 체질을 바꾼 것이다.

시장 평가도 달라졌다. 기업신용등급은 2021~2022년 BBB- 수준에서 2023년 BBB0, 2024년 BBB+, 2025년에는 A-까지 상승했다. 시가총액도 2022년 약 2조원대에서 2025년 약 35조원 수준으로 커졌다. 인수 이후 회사 가치와 시장 신뢰가 동시에 회복된 셈이다.

▲3년간 9206억원…돈부터 넣었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대규모 투자도 있었다. 한화오션은 출범 이후 3년간 생산시설과 안전·자동화 등에 총 9206억원을 투자했다. 과거 경영악화로 미뤄졌던 설비 교체와 자동화 투자를 다시 시작하면서 조선소의 근본적인 생산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부유식 도크와 대형 크레인을 확충해 대형 선박 건조능력을 키웠고, 잠수함과 수상함 등 특수선 생산시설에도 투자를 확대했다.

스마트야드 전환도 동시에 진행했다. 통합 물류센터와 디지털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과 자재, 공정 정보를 하나로 연결하고 자동화 설비를 늘렸다. 안전 분야에서도 HSE 통합 관제센터와 안전체험 아카데미를 마련해 생산성뿐 아니라 조선소 운영체계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우조선을 품은 뒤 한화가 사명 변경에 그치지 않고 생산설비와 운영 시스템 전반을 다시 짠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8월 2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8월 2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제에서 검증한 기술, 미국 조선소로 옮긴다

이렇게 축적한 거제사업장의 생산기술은 이제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에서 운영 중인 ERP와 생산관리 시스템을 필리조선소에 단계적으로 적용는 중이다. 생산·자재·공정 정보를 통합 관리해 생산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공정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자동용접 기술도 이전된다. 거제사업장에서 기술력을 검증한 자동용접 로봇을 비롯해 디지털 트윈, 자동 검사, 모듈화 건조기술 등을 필리조선소의 설비 현대화와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 차례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에서 배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 한화가 미국에 가져가려는 것은 선박 자체뿐 아니라 한국 조선업이 수십년 동안 쌓아온 ‘배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숙련인력 부족과 낮은 생산성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 조선업에 한국식 스마트야드와 자동화 기술을 이식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연 1척에서 20척으로…필리조선소의 체질개선 나선다

한화의 목표는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해진다. 현재 한화필리조선소의 건조능력은 연간 1~1.5척 수준이다. 한화는 이를 중장기적으로 연간 20척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크 2개와 안벽 3개를 추가 확보하고 약 12만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도 새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생산능력 확대와 현대화에 들어갈 예상 투자액은 약 50억달러다. 한화오션의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야드 기술, 안전관리 시스템까지 적용되면 필리조선소는 기존 상선 건조 중심에서 LNG운반선과 함정 블록·모듈, 나아가 함정 완성선까지 만들 수 있는 종합 조선소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단순한 해외 자산이 아니라 미국 사업의 핵심 생산거점으로 보는 이유다.

필리조선소의 가치가 더 커지는 곳은 해양방산이다.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미 해군 함정 7척의 MRO 사업을 수행하며 국내 조선사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적을 확보했다.

MRO는 단순 정비사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 해군이 요구하는 품질기준과 정비절차, 공급망 운영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함정 건조시장 진입을 위한 일종의 실전 경험이 되는 셈이다.

실제 미국 현지 함정 사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한화디펜스USA와 필리조선소는 올해 3월 VARD의 협력업체로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 사업에 참여했다.

7월에는 필리조선소와 TOTE Services가 미국 미사일방어청의 미사일 시험계측선(MRIV) 사업 수행업체로 선정됐다. 첫 선박은 2030년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MRO에서 시작한 미국 사업이 설계와 건조 단계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화는 향후 LNG운반선과 함정 블록·모듈 공급에 이어 미국 현지에서 함정 완성선을 건조하는 단계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가 필리조선소로 이어진 이유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필리조선소 인수는 따로 떨어진 사업이 아니다. 대우조선을 품으면서 선박·해양플랜트·함정 기술과 거제의 대규모 생산기반을 확보했고, 한화오션 출범 이후 이를 기존 방산·에너지 사업과 결합했다. 필리조선소 인수는 이 역량을 미국 현지에 옮겨놓는 다음 단계였다.

거제에서 기술과 생산방식을 만들고,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인력과 시설·공급망을 결합하는 구조다.

한화 입장에서는 한국과 미국 양쪽의 생산기반을 연결해 미국 조선시장과 해양방산 시장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다.

이는 한화가 2008년 처음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했다가 자금조달 문제로 포기한 뒤 14년 만인 2022년 다시 인수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조선업 진출에 대한 필요성을 일회성 투자기회가 아닌 장기 전략으로 보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배 만드는 회사 넘어 ‘오션 솔루션’으로

한화가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그림은 단순한 조선회사와는 다르다. 상선을 만드는 한화오션, 전투체계와 레이더를 보유한 한화시스템, 지상무기와 항공·방산 기술을 갖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연결되면서 그룹 안에서 육상·항공·해양을 아우르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필리조선소라는 미국 현지 생산거점까지 확보했다. 대우조선 인수 당시 한화가 목표로 내세운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라는 구상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가고 있는 셈이다.

과거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은 한국에서 좋은 배를 만들어 세계에 파는 데 있었다.

한화는 그 다음 단계를 노리고 있다. 한국에서 축적한 기술과 생산방식을 미국으로 옮기고, 현지 조선소의 생산성을 끌어올린 뒤 MRO에서 함정 건조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배를 만들어 수출하던 데서, 이제는 배를 만드는 기술과 생산체계까지 세계에 심는다. 한화오션이 향하는 다음 바다는 ‘조선 수출’이 아니라 ‘조선산업 수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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