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FC 포르투)이 소속팀의 급격한 전술 변화 속에서도 완벽한 경기 조율 능력을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0차전 대한민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전반 대한민국 황인범이 설영우, 전진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포르투갈 매체 '아 볼라'는 29일(이하 한국시간) 포르투와 아카데미쿠 드 비제우의 리그컵 8강전 직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프란체스코 파리올리 감독이 전한 황인범 관련 인터뷰를 상세히 보도했다.
이날 경기에서 포르투는 아카데미쿠 드 비제우를 상대로 1-0의 승리를 거두며 리그컵 준결승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번 승리는 파리올리 감독이 포르투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기록한 통산 50번째 승리로 팀과 감독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를 남긴 경기였다.
중요한 경기에서 파리올리 감독은 평소와 다른 과감한 전술적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발생한 측면 자원들의 부상 문제와 누적된 체력적 부담을 감안해 그동안 꾸준히 활용해 오던 기존의 포백 수비 라인 대신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스템 전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미드필더 황인범에게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과 임무가 부여됐다.
황인범은 이날 수비 라인 바로 앞에 위치해 후방에서 경기 템포를 조절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중원 파트너인 알란 바렐라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상황에서는 황인범이 안정적으로 수비 진영에 머물며 후방 빌드업의 중심축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황인범이 지난 6월 멕시코 몬테레이의 대표팀 숙소에 도착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를 위해 몬테레이에 입성했다. / 뉴스1
평소 익숙하게 소화하던 포지션이 아니었음에도 황인범은 침착하고 정교한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황인범의 영향력은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났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팟몹'에 따르면 황인범은 이날 공격 지역 패스 7회, 100%의 성공률을 기록한 롱패스(3회 시도 중 3회 성공), 볼 경합 성공 4회, 가로채기 4회 등을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빈틈없는 기량을 발휘했다. 공격 포인트를 직접 기록하지 않았음에도 팀 내 상위권에 해당하는 평점 7.5점을 획득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취재진의 시선은 새로운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친 황인범에게 집중됐다. 이에 대해 파리올리 감독은 과거부터 황인범이라는 선수의 역량과 가치를 오랫동안 높이 평가해 왔다고 털어놓았다.
파리올리 감독은 "나는 황인범을 수년 전부터 매우 잘 알고 있다. 과거 튀르키예 무대에서 지도자로 활동할 당시 그를 직접 영입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이후 네덜란드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는 상대 팀 선수로 직접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고 황인범과의 오랜 인연을 설명했다.
이어 "이제 황인범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나는 그가 우리가 주로 구사하는 4-3-3 전술 체제 안에서 미드필더의 세 가지 역할을 모두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확신한다. 6번(수비형 미드필더), 8번(중앙 미드필더), 10번(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가리지 않고 모두 소화할 수 있으며 오늘 경기에서 보여줬듯이 더블 볼란치(투 볼란테) 형태의 역할까지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황인범의 기술적 완성도와 전술 지능에 대해 거듭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인범은 양발을 모두 능숙하고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뛰어난 기술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경기를 읽고 이해하는 시야와 축구 지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인범이 지난 6월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또한 "황인범은 경기장 안에서 매우 영리하게 움직이는 선수다. 빈 공간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고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치는 방법 또한 완벽히 숙지하고 있다. 상대의 압박이 거센 좁은 공간에서도 언제나 최선의 판단을 내린다. 나아가 상대의 견고한 수비 라인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예리한 패스로 수비 뒷공간에 침투하는 동료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는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비 국면에서의 헌신과 신체적 역량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찬사가 이어졌다. 파리올리 감독은 "황인범은 왕성한 기동력과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경합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피치 위의 넓은 지역을 폭넓게 커버할 수 있다. 중앙에서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과거의 파블로 로사리오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고 밝혔다.
특히 파리올리 감독은 "황인범을 단 하나의 포지션에 국한해 제한하는 것은 그의 거대한 재능을 스스로 가두는 것과 다름없다"며 선수의 다재다능함과 전술적 유연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황인범이 소속팀의 전술적 시험 무대에서 거둔 이번 성과는 포르투 구단뿐 아니라 다가오는 A매치를 준비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게도 커다란 희소식이다. 주 포지션인 전형적인 중앙 미드필더 임무를 넘어 수비진 바로 앞에서 1차 저지선이자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안정적으로 해낼 수 있음을 실전에서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에게도 전술 구성의 폭을 한층 넓혀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상대 전력이나 경기 양상에 맞춰 중원을 설계할 때 황인범의 깊은 전술 이해도와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은 대표팀 전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다음 달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대비해 29일 오후 2시 천안축구센터에서 11월 A매치 소집 명단을 공식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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